
[스포츠춘추]
갈수록 가관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10승 투수를 버리고 데려온 외국인 투수 빈스 벨라스케즈가 KBO리그 데뷔 이후 최악의 피칭을 선보였다. 채 1회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쫓겨났다.
벨라스케즈는 13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 선발등판했지만 0.2이닝 동안 5피안타(1홈런) 1볼넷 2탈삼진 5실점이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기고 마운드를 이민석에게 넘겼다. 총 투구수는 36구였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1회초 첫 타자 박성한을 3-0에서 삼진으로 잡아낼 때만 해도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2번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 타석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7구 승부 끝에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최정 타석에서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후 4구 연속 볼을 던지며 볼넷을 내줬다. 스트라이크존에서 조금씩 벗어난 공이 하나도 ABS(자동 볼 판정시스템) 존에 걸리지 않았다.
한유섬 상대로는 1-1에서 던진 3구째 슬라이더가 우전안타로 연결돼 선취점을 내줬다. 류효승에게는 2-2 카운트에서 던진 5구째가 2루수 뒤쪽으로 향하면서 적시타가 됐고, 계속해서 주자 두 명이 깔린 위기 상황이 이어졌다.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해 진정시켜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최지훈 상대로 초구 던진 가운데 높은 공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으로 연결되며 점수는 순식간에 0대 5로 벌어졌다. 149km짜리 패스트볼을 홈런 타자와는 거리가 먼 최지훈이 담장 너머로 날려보냈다.
고명준 상대로 7구 만에 삼진을 잡아내며 한숨 돌리는가 했지만 다시 안상현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결국 롯데 벤치는 벨라스케즈를 내리고 이민석으로 교체했다. 이민석이 이지영을 2루 땅볼 아웃으로 처리하면서 힘겨웠던 1회가 끝났다.
이날 경기로 벨라스케즈의 평균자책은 10.50까지 치솟았다. 역대 20이닝 이상 던진 외국인 투수 가운데 이보다 나쁜 평균자책을 기록한 투수는 2024 SSG 로버트 더거(12.71), 2008 삼성 탐 션(10.73) 둘 뿐이다.

벨라스케즈는 롯데가 가을야구를 위한 승부수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였다. 10승을 거둔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하고 '더 강력한 투수'가 필요하다며 데려온 게 벨라스케즈였다. 메이저리그 38승을 거둔 경력이 있는 만큼 압도적인 이닝이터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첫 등판에서 3이닝 5실점 패전, 두 번째 등판에서도 5이닝 3실점 패전을 기록했다. NC전에서 6이닝 4실점으로 첫 승을 거뒀지만 여전히 외국인 투수치고는 만족스럽지 못한 피칭이었다. 8월 29일 두산전에서는 5이닝 5실점으로 패했고, 9월 5일 SSG전에서는 4.1이닝 동안 홈런 3방을 맞으며 6실점했다.
그리고 이날 다시 SSG를 상대로 설욕전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아예 1회도 버티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적응기를 지나면 나아질 거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등판할 때마다 투구내용이 나빠졌고 최악의 피칭을 펼쳤다. 10승 투수를 버린 판단이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이었음이 입증됐다. 역대 최악의 외국인 선수 교체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은 하필 롯데 자이언츠의 상징이자 레전드인 고 최동원의 14주기 추모 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경기 전 롯데는 최동원 동상 앞에서 헌화식을 시작으로 장내 추모 영상을 상영하고, 선수단과 관중이 함께 고인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애국가는 최동원 유소년야구단 소속 초등학생들이 불렀고, 시구와 시타는 최동원의 모교인 경남고 투수 장찬희와 주장 유진준이 맡았다. 선수들은 추모 패치를 부착하고 경기에 출전했다. 의미 깊은 날이었고 반드시 승리를 가져와야 하는 날이었다. 또한 팀의 5강 진출 실낱같은 희망을 살려야 하는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 선발투수는 1회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