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절망으로 시작한 경기가 환희로 끝났다. 레전드 최동원의 14주기 추모 행사가 열린 의미 있는 날, 롯데 자이언츠가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롯데는 13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전에서 김민성의 9회말 끝내기 2루타에 힘입어 12대 11로 승리했다. 이로써 롯데는 64승 6무 64패로 5할 승률에 복귀하며 삼성과 함께 공동 5위에 올라섰다.
경기 시작은 참담했다. 롯데 선발 빈스 벨라스케즈가 1회초 0.2이닝 만에 5실점으로 무너지며 조기 강판당했다. SSG는 박성한,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안타와 최지훈의 3점 홈런 등으로 단숨에 5점을 뽑아냈다. 경기 개시 17분 만에 마운드에서 쫓겨난 벨라스케즈의 참담한 피칭으로 롯데는 초반부터 절망적인 상황에 내몰렸다.
하지만 롯데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1회말 빅터 레이예스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은 뒤, 2회 전민재의 2점 홈런과 고승민의 적시 2루타로 4대 5까지 추격했다. SSG 선발 김광현 역시 1.1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면서 양 팀 모두 선발진이 무너진 가운데 본격적인 난타전의 서막이 올랐다.
3회말 손호영의 동점 적시타로 5대 5 균형을 이룬 뒤에도 시소게임은 계속됐다. 5회초 고명준의 2점 홈런으로 SSG가 다시 2점 앞서갔지만, 롯데가 즉시 반격했다. 5회말 나승엽의 솔로 홈런으로 한 점을 따라잡은 뒤 황성빈의 2타점 적시타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윤동희의 희생플라이까지 더해져 9대 7로 2점차 리드를 잡았다.
6회말 롯데는 2점을 추가하며 11대 7로 격차를 벌렸다. 여기서 승부는 끝난 것 같았지만, SSG의 집요한 반격이 시작됐다. 7회초 최지훈의 두 번째 홈런으로 1점을 따라잡은 SSG는 8회초 한유섬의 2타점 2루타와 최지훈의 동점 적시타로 기어이 11대 11 동점을 만들어냈다.
승부는 9회말로 흘러갔다. SSG는 마무리 조병현을 내세웠지만 롯데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1사후 레이예스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출루했다. 그리고 좌중간 펜스를 맞히는 김민성의 2루타에 대주자 장두성이 홈까지 파고들었다. 12대 11, 롯데의 극적인 승리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는 말 그대로 난타전이었다. 롯데가 18안타, SSG가 16안타를 쏟아낸 가운데 양 팀 합쳐 17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홈런만 5개가 터졌고, 양 팀이 23점을 얻어내는 화끈한 타격전이 펼쳐졌다.
롯데는 황성빈이 3안타 3타점, 손호영이 3안타 3득점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결승타의 주인공 김민성도 멀티히트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마무리 김원중은 8회부터 1.2이닝을 던져 시즌 4승째를 기록했다. SSG는 최지훈이 2홈런 4안타 5타점으로 최고의 경기를 펼쳤지만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조병현이 0.1이닝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SSG는 66승 4무 60패로 3위를 유지했지만, 4위 KT와의 격차는 1경기로 줄어들었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SSG 상대 4연패에서 탈출했다. 5할 승률 복귀와 함께 가을야구 희망도 다시 살아났다. 공동 5위로 올라선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마지막 스퍼트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 전 진행된 고 최동원의 14주기 추모 행사도 승리의 의미를 더했다. 최동원 동상 앞 헌화식과 추모 영상 상영, 그리고 선수들이 부착한 추모 패치까지. 롯데의 영원한 레전드를 기리는 날에 펼쳐진 극적인 승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