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후 군과 기념촬영하고 있는 홍창기. (사진=LG)
서윤후 군과 기념촬영하고 있는 홍창기. (사진=LG)

[스포츠춘추]

KBO리그가 ‘국민 스포츠’라는 이름에 걸맞은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단순한 경기 결과를 넘어,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심 어린 행동으로 누군가의 삶에 감동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여준 진짜 ‘프로의식’은 기록보다 오래 기억될 것이다.

지난 12일, LG트윈스는 메이크어위시 코리아와 함께 ‘위시데이’를 열고, 급성골수성백혈병 투병 중인 서윤후 군을 초대했다. 병원에서도 LG 응원봉을 흔들 만큼 열성적인 팬인 그는, 홍창기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밝혔다. 홍창기는 기꺼이 캐치볼과 티 배팅을 함께하며 조언을 전했고, 윤후 군은 직접 쓴 편지와 키링을, 홍창기는 사인 배트를 선물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눴다.

앞서 7월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전은진 양이 시구자로 마운드에 섰다. 오빠 전준환 씨와 함께 시구·시타 세레머니를 펼쳤고, 이재현은 이날 선제 솔로 홈런으로 특별한 추억을 더했다.

KT 위즈 역시 9세 김도겸 군의 시구 소원을 이뤄줬다. 뒤센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도겸 군은 “박영현처럼 공을 던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고, 구단은 전광판 응원 영상과 함께 박영현의 사인볼을 전달하며 응원했다.

지난 13일, KIA 타이거즈의 마운드에도 또 하나의 인연이 올라섰다. 백혈병을 이겨낸 김예한 군은 박찬호와 함께 시구를 하며 꿈을 이뤘고, 박찬호는 실착 유니폼과 사인볼을 건네며 “우리 캐스터와 선수로 다시 만나자”고 응원했다. 예한 군은 “KIA는 제게 삶의 이유”라며 벅찬 감동을 전했다.

예한 군의 롤모델 박찬호가 예한 군의 시구 연습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예한 군의 롤모델 박찬호가 예한 군의 시구 연습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난치병 아동의 소원을 이뤄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영리 단체 '메이크어위시 코리아'는 아동들의 소원을 받아 구단에 난치병 아동의 사연을 전했다.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관계자는 스포츠춘추에 "최근 야구 인기가 높아지며, 전보다 시구나 야구 선수를 만나고 싶다는 소원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구단들이 사연을 접하고 호의적인 자세를 취하셨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단지 공을 치고 던지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어느 병실의 희망이 되고, 어떤 가족에게는 삶의 이유가 된다. 소년과 소녀들이 간절히 바랐던 순간을 이루기 위해 선수들은 먼저 손을 내밀었고, 그 안엔 프로다운 의식과 사람에 대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모 구단 주축 선수는 먼저 적극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구단에 역제안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국민 스포츠’라 불리는 야구는 그 무게에 걸맞게, 선수들은 오늘도 성적 너머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야구가 누군가의 꿈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프로야구는 누군가의 인생에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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