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대 0으로 완파하며 더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일방적인 경기를 만들어냈다(사진=맨체스터 시티 공식 SNS)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대 0으로 완파하며 더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일방적인 경기를 만들어냈다(사진=맨체스터 시티 공식 SNS)

 

[스포츠춘추]

한때 맨체스터 더비는 영국 축구의 백미였다. 알렉스 퍼거슨이 떠난 뒤에도 맨유는 여전히 맨시티와 대등한 상대였고, 때로는 시티를 능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15일(한국시간)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197번째 맨체스터 더비는 달랐다.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대 0으로 완파하며 더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일방적인 경기를 만들어냈다.

시티의 압도적 우위는 경기 시작부터 드러났다. 18분 필 포든의 헤딩골이 포문을 열었다. 제레미 도쿠가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파고들어 올린 크로스를 포든이 골문 먼 구석에 정확히 꽂아 넣었다. 2023-24시즌 PFA 올해의 선수였던 포든은 지난 시즌 부진에서 벗어나 다시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펩 과르디올라는 경기 후 "그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후반에는 엘링 홀란드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맨유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53분 도쿠의 정교한 패스를 받아 골키퍼를 제치고 침착하게 마무리한 뒤, 68분에는 더욱 압권인 골을 선보였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고 혼자서 달려 나가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맨유 수비진은 홀란드를 막기는커녕 따라가지도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대 0으로 완파하며 더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일방적인 경기를 만들어냈다(사진=맨체스터 시티 공식 SNS)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대 0으로 완파하며 더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일방적인 경기를 만들어냈다(사진=맨체스터 시티 공식 SNS)

맨유의 전술적 취약점은 시티에게 완전히 노출됐다. 루벤 아모림의 3-4-3 시스템은 중원에서 수적 열세를 만들어냈고, 시티는 이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풀햄의 마르쿠 실바 감독이 앞서 맨유전 후 "맨유가 어떻게 수비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듯, 아모림의 전술은 이미 상대팀들에게 간파당한 상태다. 시티는 라인 사이에 선수들을 배치하고 와이드 센터백을 묶어두는 전술로 맨유를 손쉽게 해체했다.

아모림이 야심차게 투입한 베냐민 셰슈코는 처참한 데뷔전을 치렀다. 프리미어리그 첫 선발 출전에서 단 한 번의 슈팅 기회도 얻지 못했다. 7370만 파운드(약 1250억원)에 영입한 스트라이커가 이렇게 무력한 모습을 보인 것은 개인 능력보다는 전술의 한계를 드러낸다. RB 라이프치히에서는 검증된 선수였던 셰슈코가 맨유에서만 침묵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골키퍼 대결에서도 양 팀의 격차는 뚜렷했다. 시티가 PSG에서 영입한 지안루이지 돈나룸마는 데뷔전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 브라이언 음뵈모의 강력한 슈팅을 환상적으로 막아내며 세계 최고 골키퍼의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맨유는 이적시장 막판에 혼선을 빚었다. 아스톤 빌라의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영입을 포기하고 벨기에 유망주 센느 라먼스를 영입했지만, 정작 이날은 알타이 바이은드르를 기용했다. 바이은드르는 실점에 직접적 책임은 없었지만 팀에 확신을 주는 빅세이브도 없었다.

맨유 선수들의 개별 능력 저하도 심각했다. 루크 쇼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 맨유에서 뛰어온 잉글랜드 수비수는 이제 시대에 뒤처진 선수가 됐다. 첫 골 상황에서 도쿠에게 너무 쉽게 뚫렸고, 홀란드의 두 번째 골에서도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부상이 잦은 선수를 이토록 오래 붙잡고 있는 것 자체가 맨유 운영진의 안이함을 보여준다.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대 0으로 완파하며 더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일방적인 경기를 만들어냈다(사진=맨체스터 시티 공식 SNS)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대 0으로 완파하며 더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일방적인 경기를 만들어냈다(사진=맨체스터 시티 공식 SNS)

경기 후 아모림의 표정은 절망적이었다. "팬들보다 내가 더 고통스럽다"며 "내가 여기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해법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또 아모림은 "내 철학을 바꾸고 싶을 때 바꿀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면서 자신의 3-4-2-1 시스템 고수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숫자도 맨유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준다. 시즌 4경기에서 고작 승점 4점을 얻는 데 그쳤다. 1992-93시즌 이후 최악의 출발이다. 현재 14위에 머물러 있는 맨유는 이미 4위 본머스와 5점 차이가 벌어졌다. 이번 주말에는 첼시가 올드 트래포드를 찾는다. 아모림에게는 연속된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맨시티는 이 승리로 리그 8위에 올랐고, 맨유와의 순위 격차를 6계단으로 벌렸다. 한때 치열했던 라이벌 관계는 이제 일방적인 관계로 변질되고 있다. 과르디올라가 홀란드를 두고 "세계 최고 스트라이커보다 조금 위"라고 한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맨유 팬들이 "라이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해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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