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2016년 두산베어스에 2차 4라운드 36순위로 입단한 외야수 홍성호(28)는 지난 12일 잊지 못한 밤을 보냈다. 비록 팀은 9회말 2사 후 충격의 역전패했지만, 홍성호는 데뷔 10년 만에 첫 홈런을 때려낸 데 이어, 연타석 홈런포까지 가동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전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홍성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 대행은 "홍성호의 복귀 첫 타석(9일 KT전)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홍성호는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소형준을 상대로 11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볼은 잘 골라냈고, 존 근처로 들어오는 공은 어떻게든 쳐내 파울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11구째 낮은 투심을 잡아당겨 우전 안타를 생산했다.
조 대행은 "홍성호가 상대 선발 소형준의 공을 많이 던지게 하고 안타를 쳤다. 그런데 그게 내가 바라던 모습이었다. 그 장면이 머리속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 덕분이었을까. 홍성호는 그 뒤로 출장 기회를 얻고 있다. 조 대행은 "홍성호를 보면 1루 수비도 퓨처스(2군)에서 연습을 많이 했구나가 느껴진다. 그래도 결국 홍성호가 빛나려면 타석에서 결과를 내야한다. 그렇게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다보면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한 당일, 홍성호는 멋진 홈런 두 방을 쏘아올렸다. 데뷔 첫 홈런이자,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이었다. 홍성호는 13일 현재, 4경기 나서 타율 0.417(12타수 5안타), 2홈런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379에 이른다. 똑같은 좌타자인 두산의 거포 김재환을 연상케 한다.
조 대행은 "자신의 장점들도 더 잘 살려준다면 1군에서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홍성호의 성장을 기대했다.

홍성호는 홈런을 때려낸 날 구단을 통해 "첫 번째 타석, 두 번째 타석 모두 담장을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타격을 하고 간절하게 ‘제발 넘어가라’ 하며 1루로 달려가는 순간 담장을 넘어갔다"며 "믿기지 않았다. 꿈만 같았다. 데뷔 이후 10년만에 1군에서 첫 홈런을 기록했다. 베이스를 도는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고 했다.
그는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사랑하는 가족들, 응원해주시는 팬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오늘을 기점으로 나의 야구 인생이 다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더 멋진 모습으로 팀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 두산 거포 김재환도 데뷔 9년 후인 2016년에서야 잠재력을 터트렸다. 홍성호도 늦지 않았다. 이제 20대 후반인 홍성호의 앞날에 시선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