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1라운드 4순위로 지명한 신동건(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롯데가 1라운드 4순위로 지명한 신동건(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잠실]

"8순위, 9순위쯤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앞에 야수들이 먼저 뽑히면서 더 뒤로 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신동건(동산고)은 완전히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2순위로 내야수 신재인이 NC 다이노스의 지명을 받고, 3순위 외야수 오재원이 한화 이글스에 지명되는 걸 보면서 자신의 이름은 예상보다 한참 뒤에 불릴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그 순간, 자신의 이름이 장내에 울려퍼졌다. "롯데 자이언츠 지명하겠습니다. 동산고 투수 신.동.건."

17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신동건은 1라운드 4순위로 지명됐다. 전체 1순위 박준현(북일고·키움 지명)을 제외한 투수 가운데 가장 빠르게 이름이 불린 것이다. 김민준(대구고·SSG 지명), 박지훈(전주고·KT 지명), 양우진(경기항공고·LG 지명) 등 쟁쟁한 우완투수 라이벌들을 모두 제치고 먼저 프로의 선택을 받았다.

단상에 올라간 순간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롯데에서 지명을 해주셔서 너무 기뻤다. 단상에 올라갈 때는 진짜 꿈꾸는 것처럼 신기한 느낌이었다"고 신동건은 소감을 밝혔다. 함께 올라온 아버지는 발언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가 1라운드에서 선택한 신동건(사진=롯데)
롯데 자이언츠가 1라운드에서 선택한 신동건(사진=롯데)

"롯데가 저를 너무 좋게 봐주셔서 빠른 순번에 뽑힌 것 같다." 신동건은 겸손하게 말했지만, 롯데의 선택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193cm, 85kg의 뛰어난 신체조건을 갖춘 장신 투수. 큰 키를 잘 활용해 높은 데서 내리꽂는 140km 후반대 강속구. 무엇보다 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커브의 무브먼트가 환상적이다. 비슷비슷한 구속과 변화구를 던지는 우완투수 사이에서 롯데가 신동건을 '콕' 찍은 이유다.

한 야구인은 "좋은 커브는 가르치거나 연습한다고 던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하는데, 신동건의 커브는 그 점에서 천부적"이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신동건은 학교나 아카데미에서 따로 커브 레슨을 받은 적이 없다.

신동건은 "커브는 중학교 3학년 때도 던지긴 했었는데 지금은 그립을 바꿔서 던진다. 지금 같은 각이 나오게 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라며 "레슨은 아예 받지 않고 혼자 생각해서 그렇게 던져봤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이패스트볼과 커브가 주무기인 신동건은 ABS(자동볼판정시스템) 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구종 조합을 구사하는 투수라고 볼 수 있다. 롯데 스카우트팀도 "높은 타점과 회전수로 타자들이 공략하기 쉽지 않은 유형의 투수이며, 낙차 큰 커브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고 소개했다.

사실 신동건은 올해 초만 해도 1라운드 후보로는 좀처럼 거론되지 않는 이름이었다. 볼 스피드가 140km 초반대에 머물렀고 좀처럼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은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시즌을 거듭할수록 컨디션이 올라오고, 구속이 140km 후반까지 향상되면서 빠르게 상위 지명 후보로 올라섰다.

신동건은 체력 훈련을 비결로 꼽았다. "일단 체력적인 부분이 가장 컸던 것 같다"면서 "동계 훈련 때 우리 학교 김기태 투수코치님이 훈련을 힘들게 시키셨다. 그때 당시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다른 선수들 체력이 떨어질 때 저는 오히려 페이스가 올라오더라"고 설명했다.

신동건이 생각하는 롯데는 어떤 팀일까. "야구 열정이 엄청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 들어 엄청 잘하고 있지 않나. 저도 가서 팀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이다"며 각오를 다졌다. 올시즌 야수진 세대교체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투수진은 아직 보강이 필요한 롯데로서도 신동건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였다.

롤모델로는 키움 안우진과 롯데 윤성빈을 꼽았다. 둘 다 신동건과 비슷하게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정통파 투수다. 신동건은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선배님, 롯데 자이언츠 윤성빈 선배님을 좋아하고 롤모델로 생각한다. 롯데에 입단해서 윤성빈 선배님 만나는 날을 기대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신동건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신동건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단상에서 아버지는 왜 그렇게 눈물을 흘렸을까. 신동건은 "저 때문에 힘든 것도 있겠지만, 아빠한테 물어봤더니 형 생각이 좀 많이 나서 그랬다고 한다"고 했다. 형 신동준은 현재 미국 대학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다. 동생이 먼저 그 문턱을 넘은 셈이다.

"형이 야구를 했었는데 아직 프로가 못 돼서 그때 마음고생이 굉장히 심했었다. 그걸 제가 조금이나마 치유하고 위로해 드린 것 같아서, 아들로서 너무 뿌듯하다." 신동건의 말이다.

나중에 형이 후배로 롯데에 입단한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미국에서 잘 돼서 성공하면 더 좋겠다"고 답변한 신동건은 형을 향해 "미국에서 많이 고생하고 있는 것 같은데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고 한국 놀러오면 이제 앞으로 내가 용돈도 주고 잘 놀아줄게. 사랑해"라며 형제애를 드러냈다.

프로에서의 목표로 "어린 선수들 아마추어 선수들의 롤모델 했을 때 가장 많이 이름 나오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신동건. 고교야구 최고의 커브를 던지는 그가 "빠르게 1군 전력이 되길 기대한다"는 롯데의 바람을 이뤄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저작권자 © 더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