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2026 KBO 신인드래프트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KBO는 17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2026 KBO 신인드래프트를 개최한다.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전면드래프트 방식으로 진행되며, 1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 지명이 이뤄진다. NC는 한화와 SSG로부터 각각 양수받은 3, 4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은 KIA로부터 양수받은 1, 4라운드 지명권을 갖는다.
올해 드래프트의 가장 큰 특징은 우완 강속구 투수의 풍년이다. 140km 후반에서 150km 초반을 던지는 우완투수가 차고 넘친다. 한 스카우트는 "1라운드에서 우완투수를 뽑지 않아도 3라운드에서 140km 후반을 던지는 강속구 우완을 뽑을 기회가 돌아온다"라고 말했다.
반면 초특급 좌완투수와 야수, 포수는 최상위 랭킹에서 지난해보다 수적으로 적다. 좌완투수는 항상 부족하고 모든 팀이 필요로 하는 자원이다. 야수 역시 현재 구단들의 뎁스를 살펴보면 내야수, 특히 유격수나 2루수 자원이 부족한 팀이 많다. 현재는 주전이 있어도 세대교체가 필요한 팀이 적지 않다.
수요는 많은데 자원이 부족하면 그만큼 가치가 올라간다. 이에 유망주 랭킹상으로는 우완투수보다 낮은 자리에 있는 좌완투수나 야수가 예상보다 훨씬 앞에서 지명받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좌완투수나 야수 자원이 어느 타이밍에 빠져나가느냐에 따라 지명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스카우트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올해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1순위인 키움 히어로즈보다 2순위 NC 다이노스의 선택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키움은 이미 전체 1순위로 투수 최대어 박준현(북일고)을 지명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박준현은 최고 157km를 던지는 강속구 우완투수로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구단으로부터 200만 달러(28억원) 가까운 조건을 제안받았지만 KBO리그를 선택했다.

하지만 2순위 NC가 어떤 선수를 뽑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애초에는 강속구 우완 양우진(경기항공고)이 유력하다는 예상이 우세했지만, 취재 결과 NC는 아직까지도 1라운드 지명 선수를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15일 오후 구단 최고위층과 스카우트팀이 회의를 갖고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우진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당연히 2순위 지명이 확실한 선수다. 그러나 팔꿈치 피로미세골절로 재활이 필요한 상황이라 NC가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피로미세골절 재활기간이 토미존 수술이나 어깨수술처럼 오래 걸리지 않지만, 부상 이후 100%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구단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NC는 올시즌 마운드, 특히 국내 선발진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지명한 우완 강속구 유망주들의 성장세가 더뎌서 즉시전력감에 가까운 투수 유망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NC가 양우진 대신 김민준(대구고) 쪽으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외부에서 나오고 있다.
우완 정통파 투구의 김민준은 완성도가 높고 '안정감'이 뛰어난 투수다. 올해 고교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20경기에 등판해 10승 무패, 평균자책 2.16을 기록한 무패의 에이스다. 150km 강속구에 제구력도 좋고, 경기를 할 줄 아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에서 바로 중간계투로 활용 가능한 선수라는 게 중평이다. 오히려 박준현보다도 1군 데뷔와 활약은 더 빠를 수도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2순위 NC의 선택에 따라 3순위 한화 이글스의 선택도 달라진다. 한화 관계자는 "투수를 지명할지 야수를 할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NC가 선택하지 않은 우완 유망주를 한화가 지명할 가능성도 있다. 양우진이 내려오면 양우진, 김민준이 내려오면 김민준. 두 우완 유망주 중 누구를 골라도 만족스러운 선택이다.
다만 한화가 최근 드래프트에서 강속구 유망주를 여럿 지명해서 확보했다는 점, 올시즌 리그 정상급 마운드를 구축한 반면 상대적으로 타선에는 약점이 있다는 점에서 야수 지명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야수를 지명한다면 3루수 거포 신재인과 외야수 최대어 오재원, 유격수-2루수 자원인 박한결이 후보다.
신재인은 2007년생 우투우타 내야수로 1학년 때부터 4번 타자로 활약했다. 1학년 시즌 타율 0.474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타격 능력을 보여줬고, 중학교 시절 한 시즌 10홈런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장타력도 좋다. 좋은 신체조건에 어깨도 강하고 홈런 파워가 뛰어나다. 올해 두산 신인 박준순과 비교하면 컨택은 박준순이 좀 더 위지만 파워는 신재인이 한 수 위라는 평가다.
신재인의 현재 주포지션인 3루수가 현재 한화 주전 3루수인 노시환과 겹친다는 점이 있지만, 노시환의 FA 자격이 점차 다가온다는 점도 고려해 미래 대비가 필요하다. 스카우트들은 신재인이 2루수나 외야수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보고 있다. 2루수와 외야수는 한화의 취약 포지션이다.
아예 외야 자원인 오재원(유신고)을 지명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오재원은 빠른 발과 컨택 능력, 넓은 수비범위가 돋보이는 외야수다. 다소 체격이 작은 것만 빼면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 한화의 고질적인 외야 고민을 해결할 선수로 평가받는다.
유격수 유망주 박한결(전주고)도 있다. 박한결은 최근 끝난 세계청소년선수권 활약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비를 안정적으로 잘하고, 풋워크와 운동능력, 발도 빠른 편이다. 한 스카우트는 "감각적인 면에서 아주 뛰어나다. 김혜성이나 이정후 같은 선수들이 갖춘 천부적인 센스가 있다"고 극찬했다. 프로에서도 유격수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2루수로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편 4순위 롯데 자이언츠는 투수 지명 가능성이 높다. 여러 전문가는 롯데가 1라운드, 2라운드에서 모두 투수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는 올시즌 야수진은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어느 정도 성공시켰다. 반면 투수진은 여전히 취약하고, 후반기 팀이 3위에서 5위로 추락한 데도 투수력 약점이 크게 작용했다. 즉시전력감에 가까운 투수가 필요한 팀 사정이다.
이에 만약 김민준이나 양우진이 차례까지 내려오면 지명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동산고 우완 신동건도 후보가 될 만하다. 193cm 장신의 신동건(동산고)은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오버핸드 투수로 공의 각이 좋고, 패스트볼의 볼끝이 좋은 투수다. 주무기인 커브의 위력도 수준급이다. 신체조건과 최근 발전하는 모습을 봤을 때 프로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순위 SSG 랜더스는 지난 2년 연속 투수가 아닌 야수를 지명했다. 2년 전에는 세광고 내야수 박지환을, 지난해에는 포수 이율예를 첫 번째로 선택했다. 이에 올해는 투수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특히 우완 신동건에 SSG가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러나 여전히 야수진 세대교체가 필요한 팀 상황을 생각하면 야수 지명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가령 신재인이 차례까지 내려오면 노장 최정의 뒤를 이을 주전 3루수 자리를 유신고 후배가 물려받는 그림이 가능하다. 오재원을 지명하면 팀의 잠재적 약점인 외야 보강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양한 포지션으로 뻗어갈 수 있는 박한결도 후보다.

6순위 KT 위즈는 어느 팀보다 야수가 필요한 팀이다. 투수력은 언제나 리그 최상위권이나 타선 세대교체가 급선무다. 포수 장성우, 내야수 황재균·김상수·허경민 등이 전부 노장이다. 외야도 중견수 배정대가 최근 지속적인 부진과 부상으로 대비책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동력 부진도 심각해 뛰는 야구 자체가 불가능한 팀 전력이다. 이에 외야수 오재원, 내야수 박한결 지명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다만 KT는 최근 몇 년간 드래프트에서도 야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투수를 뽑은 경우가 많았다. 창단 이후 첫 번째 지명은 언제나 투수였다. 올시즌에도 지명 차례에 양우진, 김민준, 신동건급 투수 유망주가 오면 선택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아니면 박준현 다음으로 빠른 구속을 자랑하는 전주고 우완 박지훈을 지명할 가능성도 있다.
7순위 두산 베어스의 선택도 흥미롭다. 앞의 팀 지명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만약 외야수 오재원이 차례까지 돌아오면 중견수 정수빈의 후계자로 지명할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지명 차례까지 남아있는 우완 투수 대어급 중에서 지명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스리쿼터에 가까운 독특한 팔각도가 매력적인 박지훈, 좋은 신체조건과 강속구가 장점인 서울고 우완 이호범이 후보다.
8순위 LG 트윈스 역시 선택지가 다양하다. LG는 투수, 야수 할 것 없이 1군 선수층이 두터워 신인 선수가 바로 1군 벽을 뚫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1라운드 10순위 김영우가 올해 바로 1군에서 활약한 건 아주 드문 사례다.
이에 퓨처스에서 육성해볼 만한 성장 잠재력을 중요하게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격수 오지환 후계자 양성 차원에서 내야수 박한결을 지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니면 LG가 선호하는 투수 유형인 서울고 이호범이나 앞의 팀에서 뽑지 않은 우완 유망주를 선택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9순위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 드래프트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0개 구단 중에 가장 많은 4명의 스카우트를 일본 오키나와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에 파견해 다른 팀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대표팀에서 활약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한 결과가 드래프트에 크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야구계에서는 대체로 삼성이 우완 투수를 뽑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서울컨벤션고 투수 김상호나 용인시야구단 좌완 최요한의 이름이 자주 나온다. 김상호는 지난해만 해도 3학년이 되면 드래프트 중상위 지명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기대주다. 수술 재활을 마치고 돌아와서 최근 열린 봉황대기에서 좋은 투구를 선보이면서 평가가 다시 올라가는 중이다.
최요한은 청소년대표팀에서 좋은 피칭을 보여주면서 가치가 상승했다.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능력, 디셉션 등이 뛰어나다. 1군에서 빠르게 불펜에서 활용 가능한 투수라는 기대를 받는다. 한 스카우트는 "롯데 정현수처럼 불펜에서 써먹을 수 있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원래 KIA 차례인 10순위에서는 키움 히어로즈가 다시 지명권을 행사한다. 키움은 2라운드 1순위 지명권도 갖고 있어 전체 10, 11순위를 연속 지명한다. 이런 경우엔 보통 야수 하나, 투수 하나를 골고루 지명하는 게 일반적이다. 투수도 우완보다는 좌완 하나를 지명할 기회로 삼을 거란 예상이 많다.
키움 차례에서는 서울고 우완투수 박지성, 인천고 좌완투수 박준성, 제물포고 우완투수 권우준, 한일장신대 우완투수 박정민, 경기항공고 좌완투수 이주호, 청주고 우완투수 정다훈 등이 모두 해당될 수 있다. 하나같이 140km 중후반 강속구를 던지고 잠재력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다. 내야수로는 인천고 거포 3루수 김지석이 파워와 타격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키움의 독특한 구단 상황이 지명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키움 스카우트 팀원들은 선수 출신이지만 스카우트 경험이 오래되지 않았다. 결정권을 가진 팀장, 단장 등은 선수 출신이 아니다. 이 때문에 현장 스카우트의 평가를 중시하는 일반적인 구단과는 다른 평가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 스카우트는 "키움이 전혀 예상 밖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외 2라운드 혹은 늦어도 3라운드 지명 대상으로는 휘문고 사이드암 투수 김요엘, 인천고 우완투수 이태양, 한양대 우완투수 서준오, 경남고 우완투수 장찬희 등이 거론된다. 포수로는 청소년대표팀에서 활약한 원주고 이희성이 있고, 야수로는 세광고 유격수 김요셉이 거론된다.
한 스카우트는 "김요엘의 경우 국내 경기는 물론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최근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에 사이드암 투수가 불리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팀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1라운드 지명권을 내줘서 2라운드 전체 20순위에 첫 지명권을 행사할 KIA 타이거즈의 선택도 관심사다.
한 스카우트는 "작년까지는 드래프트 일주일 전쯤에는 각 팀별 1라운드 지명이 어느정도 예상 가능했는데, 올해는 2순위 NC부터 예상이 불가능하다. 지명 당일까지 예측불허의 상황이 펼쳐질 것 같다"고 말했다. 17일 열리는 드래프트에서 과연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드래프트 1라운드 유력 후보
박준현(북일고 투수)
양우진(경기항공고 투수)
신재인(유신고 내야수)
김민준(대구고 투수)
신동건(동산고 투수)
박지훈(전주고 투수)
이호범(서울고 투수)
오재원(유신고 외야수)
박한결(전주고 내야수)
1라운드~2라운드 후보
최요한(용인시야구단 투수)
김상호(서울컨벤션고 투수)
박준성(인천고 투수)
2라운드 후보
김지석(인천고 내야수)
박정민(한일장신대 투수)
박지성(서울고 투수)
이주호(서울컨벤션고 투수)
권우준(제물포고 투수)
정다훈(청주고 투수)
이태양(인천고 투수)
김요엘(휘문고 투수)
이희성(원주고 포수)
2라운드~3라운드 후보
서준오(한양대 투수)
장찬희(경남고 투수)
김요셉(세광고 내야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