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홈팬들에게 전하는 커쇼의 마지막 인사(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다저스 홈팬들에게 전하는 커쇼의 마지막 인사(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스포츠춘추]

18년간 LA 다저스 한 팀의 유니폼만 입었던 클레이튼 커쇼가 마침내 홈구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20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4.1이닝을 소화한 커쇼는 5만3037명의 관중으로부터 3분30초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정든 다저스타디움 마운드를 떠났다.

은퇴를 앞둔 마지막 홈경기였지만, 커쇼는 평소와 다름없는 루틴을 고집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커쇼가 후드 티셔츠와 운동화 차림으로 클럽하우스를 걸었던 현지시간 오후 3시28분부터 일거수 일투족을 상세히 전했다.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이 젊은 투수들에게 "본받으라"고 했던 바로 그 루틴이었다. 

이날 상대팀 샌프란시스코도 커쇼에게 특별한 의미였다. 통산 62번 맞붙어 가장 많이 상대한 팀이면서, 27승16패 평균자책 2.08의 압도적 성적을 기록한 상대였기 때문이다. 다만 마지막 대결에서 커쇼의 모습은 완벽과 거리가 멀었다. 엘리엇 라모스에게 경기 시작 3구 만에 선두타자 홈런을 허용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4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커쇼는 여전히 커쇼였다. 위기 상황에서도 실점을 2점으로 최소화하며 팀이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5회초 1아웃 상황에서 라파엘 데버스를 89마일(143km/h) 패스트볼로 삼진 잡은 순간이 다저스타디움에서의 마지막 피칭이 됐다. 최종 성적표는 4.1이닝 4피안타 2실점 6탈삼진, 투구수 91개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마운드로 향하자 작별의 시간이 시작됐다. 커쇼는 내야수들과 하나씩 포옹을 나눈 뒤 기념품으로 가져갈 야구공을 뒷주머니에 넣었다. 이어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벌려 팬들을 끌어안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18년간 함께했던 팬들에 대한 마지막 인사였다.

만원 관중이 일제히 일어섰다. 3분30초간 이어진 기립박수는 한 시대의 마감을 알리는 신호였다. 커쇼는 모자를 벗어 가슴에 올리며 고개를 숙인 뒤 덕아웃으로 향했다. 동료들과의 포옹이 끝나자 팬들이 외쳤다. "커쇼! 커쇼!" 결국 푸른 피의 에이스는 다시 나와 커튼콜을 했다. 

다저스 홈팬들에게 전하는 커쇼의 마지막 인사(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다저스 홈팬들에게 전하는 커쇼의 마지막 인사(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커쇼가 물러난 직후 다저스 타선이 폭발했다. 5회말 2아웃 2루의 기회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시즌 52호 3점 홈런을 작렬시켰다. 정확히 1년 전 '50-50 클럽'을 달성한 기념일에 중요한 홈런을 터뜨린 오타니다. 이어 무키 베츠까지 연속 홈런으로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다저스는 최종 6대 3으로 승리하며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같은 시간 필라델피아가 애리조나를 꺾으면서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플레이오프 진출이 공식 확정된 것이다. 커쇼의 고별전이 팀의 축제로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장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대거 몰렸다. 커쇼의 어린 시절 친구인 LA 램스 쿼터백 매튜 스태퍼드를 비롯해 오스틴 반스, 러셀 마틴, 지미 롤린스, 트레이스 톰슨, AJ 폴락, 안드레 이티어 등 전 다저스 선수들이 커쇼의 마지막을 지켜봤다고 ESPN이 전했다.

정규시즌 등판은 끝났지만, 커쇼의 무대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포스트시즌이 남아 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커쇼에게 여전히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포스트시즌 로스터 포함 의사를 밝혔다.

선발 로테이션 진입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 대신 불펜 역할이 유력해 보인다. 커쇼는 올 시즌 후반에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팀의 필요에 따라 역할을 조절해 왔다. 특히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마지막 두 경기에서 구원 등판해 2승을 올리며 생애 첫 우승 반지를 차지한 경험도 있다. 프리드먼 사장은 최근 "큰 경기에서 휴식을 충분히 가진 커쇼보다 믿을 만한 투수는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통산 222승 96패 평균자책 2.54에 3039탈삼진. 사이영상 3번, MVP 1번에 노히트노런까지. 숫자만으로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한 커리어였다. 특히 다저스타디움에서의 기록은 더욱 특별했다. 통산 228경기 등판에 평균자책 2.26. 홈구장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투수다운 성적이었다. LA 팬들에게 커쇼는 영원한 에이스로 기억될 것이다. 5만3037명이 일어서서 보낸 박수가 그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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