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창원]
1경기 패배 이상의 데미지를 남긴 충격적인 역전패였다. LG 트윈스가 불펜의 약점을 여실히 드러내며 NC 다이노스에게 무릎을 꿇었다. 투수진이 밀어내기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연발하며 자멸한 결과라서 더욱 충격적인 패배다.
LG는 2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6회 6실점으로 무너진 불펜 난조 속에 5대 10으로 역전패했다. 9명의 투수를 총동원했지만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실점과 7타자 연속 4사구 허용, 6연속 밀어내기 실점이란 굴욕적 기록까지 헌납했다.
6회초까지만 해도 LG의 무난한 승리 분위기였다. 2대 3으로 끌려가다 5회초 NC 에이스 구창모를 두들겨 4대 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6회초 공격에서 1점을 더 보탠 LG는 5대 3으로 앞서나갔다. 남은 4이닝만 잘 막으면 이날 경기가 없었던 2위 한화 이글스와의 격차를 3.5경기차로 벌리고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4로 줄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하지만 6회말 불펜진의 연쇄 붕괴가 시작됐다. 5회까지 던진 김진성에 이어 6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정용이 선두타자 김형준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후속타자 도태훈의 3루 땅볼을 더블플레이로 연결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타자주자가 세이프로 판정이 번복됐다. 2사 후 최원준에게 2루타를 허용한 이정용이 내려가고 함덕주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함덕주는 좀처럼 영점을 잡지 못하고 제구 난조로 무너져내렸다. 박건우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상황을 허용했다. 여기서 맷 데이비슨과 다시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지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고, 이우성과도 9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친 끝에 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5대 5 동점이 됐다.
다급해진 LG는 이날 1군에 콜업한 백승현으로 투수를 교체했지만 이게 더 큰 화근이 됐다. 백승현은 5구 만에 김휘집에게 볼넷을 허용해 또 밀어내기를 내줬다. 5대 6으로 NC가 역전. 이어 서호철에게 5구 만에 몸에 맞는 볼로 또 밀어내기를 허용해 5대 7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다시 이지강으로 투수교체가 이뤄졌지만 소용없었다. 이지강은 김형준을 밀어내기 볼넷으로 내보냈고, 도태훈마저 초구에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며 점수는 5대 9까지 벌어졌다. LG 투수들은 부담감 속에 좀처럼 ABS 존 안에 공을 넣지 못하고 볼넷을 연발하며 스스로 무너져내렸다.

6회 한 이닝에만 6점을 허용한 LG 투수진의 난조 속에서 야구사에 남을 불명예 기록 2개가 나왔다. 우선 6연속 밀어내기 실점 신기록. 종전 기록은올해 5월 3일 인천 경기에서 SSG가 NC 상대로 내준 5연속 밀어내기였다. 또한 연속타자 4사구 신기록인 7개도 LG의 몫이 됐다. 종전 기록은 두산이 2021년 9월 11일 잠실 LG전에서 세운 6사사구였다. 한 이닝에 불명예 신기록을 2개나 세운 LG다.
경기 후반 분위기 반전에 실패한 LG는 결국 5대 10으로 패배했다. 앞서 삼성전 4대 14 대패에 이어 이날까지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실점을 기록하며 2연패다. 이날 LG 투수진은 NC를 상대로 14안타 7볼넷 2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10실점을 허용했다. 6회부터 나온 이정용이 0.2이닝 2안타 2실점, 함덕주가 아웃 하나 못 잡고 3사사구 3실점, 백승현이 아웃카운트 없이 2사사구 1실점, 이지강이 0.1이닝 2사사구를 허용하는 등 불펜진이 골고루 난조를 보였다.
LG 불펜의 급격한 몰락은 시즌 후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평균자책점 3.89로 전체 4위를 기록하며 리그 상위권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주축 불펜진이 무너지면서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이 4.43에 그치고 있고, 특히 9월 이후에는 이날 경기 전까지 불펜 평균자책이 6.65에 다한다. 투수들이 계속해서 밀어내기를 허용하는 와중에도 마땅히 내놓을 만한 카드가 없는 불펜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경기였다.
LG는 여전히 정규리그 1위로 한화에 2.5경기차로 앞서있지만 지금같은 불펜 상태라면 남은 시즌 1위 수성은 물론 가을야구에서도 불펜 때문에 언제 발목잡힐 일이 생길지 모른다. 염경엽 감독도 남은 시즌 안에 불펜진 재정비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좀처럼 계산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25일 울산에서 롯데와의 경기, 그리고 26일부터 28일까지 대전에서 펼쳐질 한화와의 3연전을 앞두고 무너진 마운드와 불펜진의 분위기 재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