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흔들리는 불펜이 고민이라면? 아예 불펜이 나올 필요가 없게 만들면 된다.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완벽하게 막고, 타선이 두 자릿수 득점으로 승부를 일찌감치 끝내버리는 것. 25일 울산 경기에서 LG 트윈스가 롯데 자이언츠 상대로 보여준 해법이다.
전날의 굴욕적 6연속 밀어내기 실점과 충격의 역전패 따위는 까맣게 잊었다는 듯 LG는 롯데를 11대 1로 대파하고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3'으로 줄였다. 불펜 걱정은 애초에 필요 없었다. 선발 손주영이 7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고, 5타점을 올린 오스틴 딘을 중심으로 타선이 압도적 화력을 뿜어내며 승부를 일찌감치 갈라버렸다.
손주영과 알렉 감보아의 좌완 선발 대결로 시작한 경기는 4회까지 0의 균형이 이어졌다. LG는 1회 1사 1, 2루와 3회 1사 1, 3루에서 연달아 병살타가 나오며 득점 기회를 놓쳤다. 전날 NC전의 답답한 경기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5회초, 롯데 수비진의 자멸로 LG가 빅이닝을 만들며 승기를 잡았다.
박동원이 우중간으로 깔끔한 안타를 때려내며 포문을 열었고, 박해민과 홍창기가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신민재의 유격수 땅볼을 잡은 전민재의 1루 송구가 빗나가면서 0의 균형이 깨졌다. 문성주의 땅볼 때도 1루수 고승민의 홈 송구가 부정확해 또 1점이 들어왔다. 여기서 오스틴 딘의 3점 홈런까지 터지면서 LG가 5회에만 6득점, 6대 0으로 달아났다.
LG의 공격은 6회에도 계속됐다. 오스틴의 3루수 땅볼을 잡은 박찬형이 또 송구 실책을 범하면서 2점이 더 들어왔다. 8회에는 오스틴이 1사 만루에서 2타점 2루타를 작렬시켜 10대 0으로 완전히 승부를 갈랐다. 9회에는 대타 천성호의 좌전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11대 0까지 격차를 벌렸다.
오스틴은 이날 5타수 2안타 1홈런 5타점으로 롯데 마운드를 완전히 유린했다. 특히 시즌 29호 홈런으로 2년 연속 30홈런에 1개만을 남겨뒀다. 롯데는 9회말 빅터 레이예스의 1타점 적시타로 간신히 무득점 패배만은 면했지만, 이미 승부는 끝난 뒤였다.

부산 경남고 출신인 손주영은 고향팀을 상대로 또 한번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7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으로 롯데 타선을 완전히 봉쇄하며 시즌 11승째(6패)를 따냈다. 올시즌 롯데전 5경기 3승 무패에 32이닝 4실점으로 평균자책이 1.13이다.
반면 최근 왼쪽 팔꿈치 불편으로 주춤했던 감보아는 4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버텼지만 5회 야수들의 연쇄 실책이 발목을 잡으면서 한 이닝에 6점을 내주고 무너졌다. 시즌 8패째로 이제는 승수(7승)보다 패수가 많아졌다.
이날 승리로 LG는 두산에 완패한 2위 한화와의 격차를 3.5경기로 벌리는 데 성공했다. 84승 3무 52패를 기록한 LG는 이제 남은 5경기에서 3승만 거두면 자력으로 우승이 확정된다. 26일부터 28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펼쳐질 한화와의 운명적 3연전이 사실상 우승 확정전이 될 전망이다. 시리즈에서 2승만 거두면 적지에서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권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