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선발 박세웅(사진=롯데)
롯데 선발 박세웅(사진=롯데)

 

[스포츠춘추]

롯데 자이언츠의 비밀번호가 8자리로 늘어났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기록했던 '8-8-8-8-5-7-7'을 넘어 최근 8년간 '7-10-7-8-8-7-7-7'의 암흑기를 이어가게 됐다.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마지막 자리가 6이나 8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가을야구 탈락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롯데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2대 7로 패하며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66승 6무 70패를 기록한 7위 롯데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도 5위 KT 위즈(70승 4무 67패)를 넘어설 수 없다. 2017년 준플레이오프 진출 이후 8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 기록이 또다시 연장됐다.

올해는 정말 다르다고 믿었다. 7월 한때 1위팀을 1.5경기차로 위협했고, 8월 6일에는 58승 3무 45패로 승패 마진 +13을 기록하며 피타고리안 기대승률 기반 가을야구 진출 확률이 94.9%에 달했다. 8년 만의 가을야구는 이미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벨라스케즈(사진=롯데)
벨라스케즈(사진=롯데)

하지만 8월부터 모든 것이 무너졌다. 10승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퇴출하고 데려온 빈스 벨라스케즈는 재앙이었고, 에이스 알렉 감보아도 커리어 첫 100이닝 소화로 누적된 피로가 후반기 부진으로 돌아왔다. 국내 선발진과 불펜, 타선, 수비까지 모든 것이 무너지면서 바닥 없는 추락이 계속됐다.

이날 경기는 올 시즌 롯데의 축소판과 같았다. 경기 중반까지는 비교적 대등한 흐름을 보이며 '오늘은 다르다'는 기대감을 키웠지만, 경기 후반에는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실망으로 끝났다.

1회부터 제이크 케이브와 김재환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5회초 전민재의 내야땅볼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5회말 김민석과 안재석의 연속 2루타로 다시 리드를 허용했다. 6회말에는 1사 1, 2루 위기에서 양의지의 좌전 적시타와 김기연의 내야땅볼로 1대 4로 벌어졌다.

7회초 빅터 레이예스의 우월 홈런으로 1점을 쫓아갔지만, 8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케이브의 좌중간 3루타로 3점을 더 내주며 2대 7이 되자 롯데의 추격 의지도 꺾였다. 경기가 종료된 순간 김태형 감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빠져나갔다. 

13패를 기록한 박세웅(사진=롯데)
13패를 기록한 박세웅(사진=롯데)

선발 박세웅이 5.1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시즌 13패(11승)를 기록한 반면, 두산 선발 곽빈은 7이닝 동안 2피안타(1홈런) 1볼넷 8탈삼진 2실점으로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150km/h 중후반대 강속구로 롯데 타선을 완전히 봉쇄하며 시즌 5승을 기록했다.

김태형 감독 체제 2년 차를 맞은 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가을야구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과거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이끈 명장도 롯데의 비밀번호 생성을 멈추지 못했다. 롯데 팬들에게는 또 한번의 야구 없는 가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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