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잠실]
등번호 52번의 무게를 이어받은 신인이 올 한 해를 땀으로 채워냈다. 올해 3월 처음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지만, 어느덧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르며 후배를 맞이할 시간이 다가왔다. 쉼 없이 달려온 2025년, 누구보다 박수받아 마땅한 두산 베어스 신인 내야수는 그럼에도 스스로를 “60점”이라 낮춰 평가했다. 그러나 그 겸손 뒤에는 남다른 성장이 있었고, 사령탑 또한 “대단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바로 두산의 미래, 박준순(19)이다.
두산 신인 박준순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특별한 모자를 쓰고 훈련에 나섰다. 바로 ‘두산 레전드’ 김재호 스포티비 해설위원의 은퇴식 기념 모자였다. 지난 7월 6일 은퇴식을 치른 김재호는 두산의 상징이자, 등번호 52번을 오랫동안 지켜온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그 모자를 쓰고 올 시즌 최종전 훈련에 등장한 박준순의 모습은 우연이었지만 또 하나의 밝은 미래를 엿보게 했다.
박준순에게 2025년은 결코 잊지 못할 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고 데뷔 첫해부터 주전 내야수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9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4, 4홈런, OPS 0.686을 기록하며 신인답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숫자 이상의 값진 경험과 성장의 시간이 그의 첫 시즌을 빛냈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최종전을 앞두고 “대단했다”라며 박준순을 높이 평가했다. 조 대행은 “9월 들어가기 전 이미 박준순을 비롯해 오명진, 이유찬에게 ‘올 시즌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고 격려했다. 그만큼 잘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선수들이 앞으로 보여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올해는 순수한 마음으로 야구장에서 뛰어놀았다면, 내년부터는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들의 능력을 펼쳐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52번은 두산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국가대표이자 두산의 상징이었던 김재호가 오랜 시간 지켜온 등번호였다. 지난 7월 은퇴식에서 김재호가 직접 박준순에게 52번을 넘겨주며, 두산의 미래를 부탁하는 장면은 팬들의 마음을 깊이 울렸다. 그리고 그 기대는 올 시즌 내내 박준순의 플레이 속에서 조금씩 현실이 됐다.
이제 박준순은 프로 2년 차를 향해 달려간다. “선배가 된다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 그는 스스로를 “60점짜리 선수”라 낮춰 말했지만, 데뷔 시즌 동안 두산 내야를 든든히 책임졌던 그의 발걸음은 이미 찬란했다. 박준순의 두 번째 시즌, 그 앞날은 더욱 빛날 준비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