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무조건 올해는 팀 퍼스트야. 유니폼 앞에 트윈스가 왜 있는지, 내 이름이 왜 뒤에 있는지 그것만 알고 경기하면 충분히 우리 잘 할 수 있어. 믿고 하자. 알겠지?"
지난 3월 22일, 롯데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LG 트윈스 주장 박해민(35)은 선수단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단순한 결의가 아니라, LG라는 팀의 본질을 꿰뚫는 말이었다. 유니폼 앞의 ‘트윈스’가 이름보다 먼저인 이유, 그 가치를 되새긴 이 다짐은 결국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시즌 내내 박해민은 말보다 행동으로 팀을 이끌었다. 김현수, 오지환 등 베테랑들과 함께 항상 맨 앞에서 훈련에 임했고,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팀 매니저의 400승 기념 경기까지 챙기며, 세심하게 팀을 살피는 ‘섬세한 리더십’은 LG를 하나의 끈끈한 공동체로 묶어냈다.
LG 서인석 매니저는 “박해민을 필두로 오지환, 김현수 등이 선수단을 잘 이끌고 있다”고 귀띔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팀을 단단히 지탱한 박해민의 존재감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빛났다.

그리고 지난 1일, LG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그날. 박해민은 환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자력 우승은 아니라 조금 아쉽지만, 한국시리즈는 꼭 잘 마무리할게요. 지금 흘러나오는 ‘포에버 LG’ 노래를 우승하고 팬분들과 함께 부르고 싶어요.”
많은 팬들은 올 시즌 LG의 반등 계기로 7월 22일 박해민이 KIA를 상대로 터뜨린 동점 3점 홈런을 꼽는다. 9회초, 4-7로 끌려가던 상황. 정해영을 상대로 작렬한 그 한 방은 트윈스의 운명을 바꾼 순간이었다. 이후 LG는 추가 2점을 더하며 대역전승을 거뒀고, 리그 1위 탈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본인은 그 순간을 특별하게 포장하지 않았다. “물론 큰 임팩트는 있었지만, 그 한 경기만으로 우승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144경기 하나하나가 쌓여서 이뤄진 결과라고 봐요.”
'우승 주장'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욕심도 살짝 내비쳤다. 다만 그건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팀이 우승을 해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란 믿음에서였다.
박해민은 “정규시즌 막판 3연패를 겪으면서 느꼈어요. 우승팀 주장이라는 게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오늘처럼 극적으로 팀이 우승해줬기에, 오지환에 이어 저도 ‘우승 주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어요. 동료들이 저를 그렇게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이제 남은 목표는 단 하나, 통합우승. 박해민은 마지막까지 팀의 이름을 먼저 생각했다.
“우리 야구만 잘하면, 충분히 통합우승도 가능하다고 봐요"라고 한 박해민은 시즌 내내 그랬듯, LG답게, 팀 퍼스트로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이날 터트린 샴페인의 달콤함을 잊지 않고 또 한번 대형 샴페인을 터트리겠다고 다짐했다.
144경기 내내 ‘팀 퍼스트’라는 신념을 품고 LG를 이끌어온 박해민. 이름보다 팀을 앞세운 그의 리더십은, 올 시즌 LG 트윈스가 만들어낸 모든 장면 속에 깊게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의 바람처럼, '포에버 LG'는 곧 팬들의 함성 속에, 선수들의 마음 속에 더욱 힘차게 울려 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