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KBO리그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뜨거웠던 시즌이었습니다. 스포츠춘추는 단순한 기록 나열에서 벗어나, 팬들의 검색어와 감정, 현장의 순간들을 중심으로 시즌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유니폼 판매율, 월별 키워드, 감독들의 말말말까지. 숫자 너머의 진짜 이야기를 찾기 위한 스포츠춘추만의 결산입니다. 익숙한 장면에 신선한 시선을 더한 이번 시리즈를 통해, 2025년 야구의 진짜 얼굴을 함께 만나보시죠. <편집자주>

[스포츠춘추]
지난 4일을 끝으로 2025 KBO리그 정규시즌이 종료됐다. 많은 이들의 기대와 함께 시작됐던 시즌이, 어느덧 포스트시즌만을 남겨두고 있다. 남은 경기가 적어질수록 팬들이 느끼는 아쉬움 만큼 올 시즌을 앞뒀던 3월의 설렘도 컸다. KBO는 감독과 대표 선수들을 모아 한 해의 출사표를 듣는 미디어데이 행사를 통해 개막을 앞둔 팬들의 설렘을 고조시킨다. 미디어 데이를 돌아보면, 10개팀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스포츠춘추가 살펴본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거두며 '디펜딩 챔피언'의 자리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이범호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올해도 그 성적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갈 것"이라며 지난 시즌의 성공을 돌아봤지만, 예상치 못한 전력 이탈에 결국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김도영과 김선빈, 나성범, 곽도규로 대표된된 반복된 부상 이탈이 발목을 잡았다. 황동하의 교통사고는 날벼락이었고, 선수단 전체에 자잘한 부상이 반복됐다. 트레이드로 영입돼 장현식의 빈자리를 메꿀 것으로 기대받던 조상우는 생각보다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KIA를 꺾지 못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박진만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우리가 강팀임을 보여드리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시즌 보다는 아래에 자리했지만, 결과적으로 4위를 차지했다. 후반기 좋은 경기력과 함께 순위를 끌어올리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삼성은 시즌 팀 wRC+(조정 득점 창출력) 108.3로 리그 2위를 차지한 공격력이 돋보였다.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는 단일 시즌 최다 타점 기록과 외인 최다 홈런 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웠고, 김성윤과 구자욱, 이재현 역시 타선에서 맹활약했다.

LG 트윈스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상대로 패하며 3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올 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예약했다. 염경엽 감독은 미디어 데이에서 "지난 시즌 아쉬움을 가슴에 담고 열심히 노력했다. 성적과 육성을 함께 달성하겠다"는 출사표를 내던졌다.
야수에서는 박동원의 뒤를 받친 신예 포수 이주헌의 등장과 유틸리티 자원이었던 구본혁의 성장을 이뤄냈고, 투수에서는 '우승 굿즈' 김영우가 루키 시즌부터 필승조에 합류하는 쾌거를 이뤘다. 염 감독의 약속대로 성적과 육성을 동시에 달성해내며, 가장 높은 위치에서 포스트시즌을 시작하게 되는 LG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시즌을 4위로 마감했지만, 와일드카드에서 KT 위즈에 내리 2연패를 당하며 충격적인 포스트시즌 탈락을 경험했다. 미디어데이에서 이승엽 감독은 "그 어느 팀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땀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부진과 함께 이 감독을 향한 팬들 사이 비판 여론이 고조됐고, 결국 6월 2일 자진 사퇴했다.
이후 조성환 수석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통솔했고,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성적은 아쉬웠지만, 조 대행 부임 이후 다양한 야수들이 성장하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 나갔다. 박준순, 안재석, 박지훈 등 후반기 가능성을 보인 야수 자원들이 앞으로 펼칠 활약이 기대된다.

KT 위즈는 지난 시즌 5위 타이브레이커를 승리하며 와일드카드 시리즈에 진출, 최초로 4위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올 시즌을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 이강철은 "2024년보다 나은 2025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즌을 6위로 마감하게 됐다.
시즌 막바지까지 치열한 5위 싸움을 펼쳤지만, 9연승으로 치고 올라온 NC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즌 최종전 한화를 상대로 1회부터 6점을 내주고도 동점까지 따라붙는 저력을 보였지만, 결국 5위 수성에 실패하며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됐다.

SSG 랜더스는 지난 시즌 5위 KT 위즈와의 타이브레이커에서 패하며 6위로 마감했다. 이숭용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1승의 소중함을 느꼈다. 올 시즌 꼭 포스트시즌과, 더 높은 곳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결국 정규시즌을 3위로 마무리하며 그 약속을 지켜냈다. 꾸준히 5위권에서 순위를 유지하다, 후반기 질주와 함께 3위 굳히기에 성공했다.
리그 최초 30홀드 듀오를 결성한 노경은과 이로운, 그리고 김민과 마무리 조병현이 주축이 된 불펜진이 막강했다. 드류 앤더슨과 미치 화이트로 이어진 외인 원투펀치도 강력했으며, 전반기 팀 타율 9위로 부진하던 타선도 후반기 타율 4위로 살아나며 시즌을 거듭할수록 약점을 지워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시즌 김태형 감독 부임과 함께 기대를 모았지만, 최종 순위 7위로 마감했다. 김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몇 년 동안 가을야구를 못했는데, 선수들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가을 야구를 가겠다"고 했다. 올 시즌 8월 초까지는 꾸준히 3위를 유지하며 그 약속을 지키는 듯 보였지만, 직후 12연패 수렁에 빠지며 위기에 몰렸다. 시즌 말미까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올 시즌도 7위로 마감했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팀 타율 1위를 유지하며 '소총 부대' 이미지를 견고히 했으나, 후반기 갑작스레 선수들의 타격감이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타선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던 전준우가 부상으로 결장하며 순위가 곤두박질 쳤다. 이닝 소화에 아쉬움이 있던 터커 데이비슨을 대신해 영입한 빈스 벨라스케즈는 시즌 마지막 경기를 제외하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결국 8년 연속 가을 무대 진출에 실패하며 내년을 기약하는 롯데다.

NC는 지난 시즌을 8위로 마감한 뒤 이호준 감독을 선임했다. 이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준비가 잘 됐다. 젊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시즌 막바지 9연승과 함께 턱걸이 5위를 달성,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주전 유격수 김주원은 타격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고, 김형준과 김휘집, 최정원 등 젊은 야수들이 성장했다. 불펜진에서도 김진호, 김영규, 배재환이 20홀드 트리오를 이뤘고, 류진욱도 29세이브로 뒷문을 지켰다. 박민우와 박건우, 권희동 등 베테랑 야수진이 건재했던 가운데, 젊은 선수들이 활력을 불어넣으며 가을야구 막차를 탔다.

한화는 지난 시즌 9위에 머물렀다. 미디어데이에서 김경문 감독은 "그동안 가을 잔치를 못해 죄송하다. 올해 열심히 준비 잘 했으니, 가을 잔치에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정규시즌을 2위로 마감하며 높은 순위에서 가을 잔치에 참여하게 됐다.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과 문동주로 이어지는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진을 중심으로, 한승혁과 박상원, 김범수, 김서현 등 구원진이 활약했다. 타선에서도 에스테반 플로리얼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돼 플로리얼을 밀어낸 루이스 리베라토의 활약에 더해, 노시환, 최재훈, 문현빈, 채은성, 이진영이 골고루 활약했다. 2018년 이후 첫 가을 무대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한화가, 포스트시즌에는 더 높은 곳에서 시즌을 마무리할지 주목된다.

키움은 지난해 최하위에 등극, 2년 연속 꼴찌라는 수모를 당했다. 미디어데이에서 "내년 미디어데이에서는 가장 늦게 입장하겠다"라고 말한 홍원기 감독은 전반기 종료 후 성적 부진으로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 코치와 함께 경질됐다. 결국 2군 감독이던 설종진 대행이 후반기를 맡게 됐고, 올 시즌도 최하위로 마감했다.
이례적으로 외국인 타자 두 명을 보유한 채 시즌을 시작했으나, 야시엘 푸이그와 루벤 카디네스 모두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송성문은 리그 최고 수준의 활약을 보였으나, 이주형과 최주환을 제외하면 그를 뒷받침할 타자가 없었다. 하영민과 주승우, 오석주를 제외하면 국내 투수진은 모두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음수를 기록하며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시즌 시작점을 되돌아봤을 때 수많은 변수들이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던 2025 KBO 리그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5강으로 예측했던 KIA는 이례적인 포스트시즌 탈락을 경험했고, 역시나 높은 확률로 가을 무대 진출이 예상됐던 KT도 시즌 막바지 탈락했다. 반면 NC와 SSG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예상을 뒤엎고 각각 3위, 5위로 시즌을 마쳤다.

미디어데이에서 시즌 출사표를 지켜낸 감독들도, 그렇지 못한 감독들도 있다.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중간에 이탈한 이들도 있다. 시작 지점에 비해 표정이 밝아진 감독도, 어두워진 감독도 있다. 이들이 포스트시즌, 혹은 다음 시즌에 어떤 출사표를 던질지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