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집(사진=NC)
김휘집(사진=NC)

 

[스포츠춘추]

NC 다이노스가 기적을 이뤄냈다. 전문가들이 최하위로 평가한 전력에 시즌 내내 끊이지 않은 악재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NC가 가을야구 막차에 올라탔다.

NC는 10월 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을 7대 1로 승리하며 71승 6무 67패 승률 0.514로 5위를 확정,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NC 선발 라일리 톰슨은 5.1이닝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 호투로 승리를 장식했다. 시즌 17승 7패로 한화 이글스의 괴물 에이스 코디 폰세(17승 1패)와 다승 공동 선두로 시즌을 마감했다. 또 이날 7개의 탈삼진을 추가해 시즌 216탈삼진을 기록, 종전 2023년 에릭 페디(209탈삼진)를 제치고 NC 프랜차이즈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타선에서는 김휘집이 3점 홈런으로 SSG 선발 김광현을 두들겼고, 이우성이 3안타 2타점, 맷 데이비슨도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NC는 1회부터 3회까지 매 이닝 득점을 올리면서 경기 초반 6대 0으로 큰 리드를 잡았고 5회 1점을 더한 뒤, SSG의 반격을 1점으로 막아내며 완승을 거뒀다.

NC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기적'이라는 표현 말고는 다른 표현을 찾기 힘든 결과다.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 여러 전문가 중에 NC의 가을야구를 예상한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렇다 할 외부 영입 없이 시즌을 맞이한 NC를 전문가들은 7위 내지 9위 전력으로 평가했다. 최하위 후보로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을 정도로 기대치가 낮은 시즌이었다.

시즌 개막 시리즈 기간에는 대형 사고까지 발생했다. 홈구장 창원NC파크에서 벌어진 구조물 추락 사고로 인해 관중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NC파크 안전 점검이 시작됐고, NC는 홈구장을 사용하지 못하고 2개월간 원정 야구장을 떠도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장기간 원정 생활에 선수단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NC는 무너지지 않고 경쟁력 있는 경기력을 유지했다. 창원 홈구장으로 복귀한 5월 30일 당시 NC는 23승 3무 25패 승률 0.479를 기록했다. 순위는 8위였지만 5할 승률에 -2밖에 되지 않았고, 5위 SSG와 승차도 2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놀라운 버티기를 보여줬다.

라일리 톰슨(사진=NC)
라일리 톰슨(사진=NC)

시즌 후반 들어서는 선발진 붕괴가 두드러졌다. 전반기만 해도 그런대로 역할을 해줬던 외국인 투수 듀오가 나란히 부진에 빠졌다. 로건 앨런은 8월 10일 KIA전 승리 후 9월 29일 KIA전에서 다시 승리할 때까지 8경기 연속 승리 없이 3패만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준수한 라일리 톰슨도 전반기 평균자책(2.98)에 비해 후반기(4.26)가 크게 하락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외국인 투수진의 부진은 그렇지 않아도 헐거운 NC 선발진에 큰 타격이었다. NC는 올 시즌 국내 선발 가운데 규정 이닝을 던진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가장 많은 경기에 나온 신민혁은 28경기 6승 3패 평균자책 4.77로 기대에 못 미쳤고, 그 외 김녹원(3승 4패 7.43), 목지훈(3승 5패 6.19) 등은 아직 풀 시즌 선발로는 경험과 안정감이 부족했다.

군 복무 이후 복귀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에이스 구창모는 컨디션 문제로 9월 7일이나 되어서야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제대로 된 선발이 없는 NC의 팀 선발 투수 평균자책은 5.15로 최하위에 그쳤고, 퀄리티 스타트도 38회로 최소였다. 선발 투수 평균 이닝도 4.57이닝으로 최소에 그쳤다.

허약한 선발진의 부담은 고스란히 불펜으로 전가됐다. NC 불펜진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607.0이닝을 책임졌다. 연투 133회로 최다 3위, 3연투 12회로 최다 2위, 멀티이닝은 145회로 최다를 기록할 정도로 불펜 과부하가 시즌 내내 이어졌다.

여기에 9월 들어서는 주축 타자들의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간판 타자이자 주장인 박민우가 9월 12일자로 허리 통증으로 말소돼 9월에 더 이상 나오지 못했다. 시즌 타율 0.302로 팀 내 최고 타자이자 주전 2루수의 공백은 가을야구 경쟁이 한창인 NC에 치명타였다. 여기에 2루수와 중견수를 오가며 타격, 수비, 주루에서 기여도가 컸던 최정원도 손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그 외 박건우, 김주원 등의 다른 주전 타자들도 9월 이후 부상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이 모든 악재를 딛고 NC는 5강행 열차에 올라탔다. 9월 18일 기준 5위 KT와 3경기 차로 벌어지면서 사실상 가을야구가 쉽지 않아 보였고, 9월 20일에는 피타고라스 기대 승률로 구한 가을야구 진출 확률이 3.5%까지 내려가면서 올 시즌 최저치를 기록했다. 9월 25일에도 여전히 3경기 차로 뒤집기 쉽지 않은 승차였다.

그러나 NC는 21일 KIA전 승리를 시작으로 롯데전, LG전, 두산전 연승을 이어갔다. 이어 KIA를 상대로 2연승하면서 6연승에 성공했다. 5위 KT와 승차를 1경기까지 좁히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어 30일엔 KT와의 직접 맞대결에서 승리로 KT와 승차를 없애고 승률에서 앞선 5위를 차지했다. 10월 1일 단독 선두 LG를 잡고 8연승에 성공한 NC는 마침내 최종전인 4일에도 SSG에 승리하며 KT를 0.5경기 차로 제치고 가을야구에 탑승했다.

9연승으로 시즌을 마감한 NC의 기세는 4위 삼성 라이온즈로서도 경계 대상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6일부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다. 라일리 톰슨은 1차전 등판이 어렵지만, 9월 30일 등판했던 구창모가 1차전 등판이 가능하다. 건강한 구창모는 리그 최고 에이스 투수로 삼성 타자들에게도 큰 위협이다. 데이비슨과 김형준 등 홈런 타자를 보유한 NC 타선도 라팍에서 상당히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최하위 전망을 뒤엎고, 홈구장 사고의 비극을 견디고, 선발진 붕괴와 주축 타자들의 부상까지 이겨낸 NC. 정규시즌에서 기적을 만든 NC는 이제 가을야구에서 또 하나의 기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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