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NC 다이노스는 도대체 어떻게 이기는 건지 모르겠다."
시즌 후반 한 방송 해설위원이 전화 통화에서 말했다. "NC 보세요. 시즌 초반에 홈구장도 없이 경기를 치르지 않았나. 그렇다고 강력한 외국인 선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 선발이 강하지도 않다. 3선발 이후부터는 선발이 5회 전에 내려가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데도 팀이 고참들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서 이겨보겠다고 야구를 하고 있다. 그런 팀이 성적을 내는 거다. 다른 팀들이 보고 반성해야 한다."
다른 야구 관계자들의 얘기도 다르지 않다. NC가 막판 연승 행진으로 가을야구 진출을 앞뒀을 때 한 경쟁 구단 관계자는 "NC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올해의 팀"이라면서 "NC가 여러 힘든 조건 속에서도 야구하는 걸 보면 다른 팀이지만 존경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시즌 전 최하위 후보로 평가받았던 NC가 극적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NC는 4일 SSG전 승리로 자력 가을야구를 완성했다. 한때 불가능해 보였던 가을야구를 9연승으로 이뤄냈다. NC가 기적을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주장 박민우는 전문가들의 저평가를 오히려 팀의 원동력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밖에서 봐선 모르는 선수들의 잠재력과 팀워크를 우리는 알고 있었다."
개막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내린 평가는 가혹했다. 각종 전문가, 기자 예상에서 NC를 5강 후보로 예상한 이는 2명 정도에 불과했고, 심지어 최하위 후보로 점친 전문가도 있었다. 이렇다 할 외부 영입 없이 시즌을 맞이한 NC를 전문가들은 7위 내지 9위 전력으로 평가했다. 기자도 NC에 대해 "시즌 후반까지 5강 싸움을 하겠지만 최종 순위는 7위일 것 같다"고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박민우의 생각은 달랐다. 5일 전화로 연락이 닿은 박민우는 "전문가들의 평가라는 게 물론 나름의 근거를 갖고 예상하시는 거겠지만, 우리는 사실 좀 의아해했다"며 "전력만 놓고 보면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상대 팀에서 우리와 경기를 해보면 하나같이 '너희 팀 어려워, 너희 타선 좋아' 이런 얘기들을 했다"고 말했다.
박민우는 팀 전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우리 팀엔 국가대표 포수도 있고, 국가대표 유격수도 있고, 박건우도 있고, 권희동도 있고, 박민우도 있고, 한 경기에 홈런을 두 개씩 칠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며 "사실 전혀 꿀릴 게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저평가는 오히려 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박민우는 "시즌 초반이랑 캠프 때 '너희 우승 후보다' 이렇게 하면 오히려 더 부담감이 있을 수도 있다"며 "하위권 평가가 선수들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 아니냐' 이런 마인드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오히려 약체 평가가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준 면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민우는 "다른 팀이나 전문가 예상은 아무래도 이름값을 위주로 보게 된다. 기존 선수들이 지금까지 해온 것을 근거로 평가하게 마련이다. 올해 신인왕이 유력한 KT의 안현민만 봐도 그런 선수가 나올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냐"며 예측의 한계를 지적했다.
NC에는 안현민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외부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준 젊은 선수가 많았다. 박민우는 "우리 선수들을 제일 잘 아는 것은 우리 선수들이다. 다른 팀 선수들은 경기하면서 보는 모습이 다겠지만, 우리는 같이 훈련하고 생활하며 잠재력을 알고 있다"면서 "투수만 봐도 손주환이나 전사민이 새로 나오지 않았나. 그런 선수들이 나올 거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NC의 가을야구 진출이 더 놀라운 이유는 시즌 내내 크고 작은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외부에서 보기에 약한 전력으로 시즌을 맞이했는데, 개막시리즈 홈구장 창원NC파크에서 벌어진 구조물 추락 사고로 관중이 사망하는 큰 비극이 발생했다. 이후 NC파크 안전 점검이 시작되면서 NC는 홈구장을 사용하지 못하고 2개월간 원정 야구장을 떠돌아야 했다.
박민우는 이 힘든 시간조차 지금 돌아보면 선수단이 더욱 단합하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시즌 초반 너무 안타까운 일로 원정 생활을 하게 됐고, 그때 선수들도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렇게 생활하면서 오히려 선수들이랑 좀 더 야구 얘기도 많이 하고 같이 생활하면서 시간을 평상시보다 더 많이 함께 보냈다"고 말했다.
"함께 모여서 밥 먹는 시간도 더 많아지고 하다 보니까 더 원팀이 되고, 서로 소통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물론, 지금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박민우가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다.
창원 홈구장으로 복귀한 5월 30일 당시 NC는 23승 3무 25패 승률 0.479를 기록했다. 순위는 8위였지만 5할 승률에 -2밖에 되지 않았고, 5위 SSG와 승차도 2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놀라운 버티기를 보여줬다. 2개월 동안 원정 경기만 치른 팀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경쟁력을 유지한 셈이다.
박민우는 올 시즌 전반기 NC가 힘든 시간 동안 5할 안팎의 승률을 유지하고 5강권에 버틴 데 일등공신이었다. 전반기 타율 0.319(282타수 90안타) 1홈런 20도루 47타점을 기록했고, 특히 6월에는 타율 0.369(84타수 31안타) 1홈런 4도루 24타점의 어마어마한 활약으로 주전들이 빠진 팀을 하드캐리했다.
주장으로서 보여준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베테랑 선수들과 젊은 후배들 중간 나이대의 박민우는 선수단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린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경험을 전수하고 다독이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고, NC 특유의 끈끈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꼽힌다.
하지만 시즌 막판 팀이 기적의 연승 행진을 달릴 때는 더그아웃에서 함께하지 못했다.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지난달 1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후반기 내내 잔부상을 참으면서 팀을 위해 출전을 강행했지만, 9월 들어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해져 스윙도 힘든 상황이 되자 결국 엔트리에서 빠졌다.
박민우 말소 당시 NC는 59승 6무 62패 승률 0.488로 7위에 머물렀고, 5위 삼성과 2.5경기 차였다. 경기 차가 크지 않았지만 5강 진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9월 20일에는 5위와 3경기차까지 벌어진 가운데,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으로 구한 가을야구 진출확률이 시즌 최저인 3.5%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박민우는 "부상이라는 게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중요한 시기에 같이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면서 그 기쁨을 즐겼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있든 없든 결과적으로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고, 팀이 계속 이겨서 가을야구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며 "주장으로 봤을 때는 굉정히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지만 박민우는 나름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 "홈 경기를 거의 매일 야구장에 경기 전에 가서 선수들이랑 얘기했다. 집이 야구장 앞이라서 홈 경기 때는 오전에 치료하고 재활하고 NC파크 가서 선수들이랑 얘기했다. 거기서 응원 많이 했다"고 전했다.
농담으로 했던 말이 거짓말처럼 현실로 이뤄지는 경험도 했다. "엔트리에서 빠질 때가 게임 수가 얼마 안 남았을 때인데, 이우성, 서호철이, 최원준이 '언제쯤 오냐, 형 빨리 와라'고 물어봤을 때 농담식으로 '9승 1패하면 올게' 이랬다"며 "7연승 때인가 8연승 때인가 야구장 가니까 우성이가 '형 우승 얼마 안 남았어요' 얘기하더라. 저도 잊고 있었는데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NC는 21일 KIA전 승리를 시작으로 롯데, LG, 두산을 상대로 4연승을 질주했고, KIA 원정에서도 2연승을 추가하며 6연승에 성공했다. 5위 KT와 승차를 1경기까지 좁힌 NC는 30일 KT와의 직접 맞대결에서 승리로 KT와 승차를 없애고 승률에서 앞선 5위를 차지했다. 10월 1일 단독 선두 LG를 잡고 8연승에 성공한 NC는 마침내 최종전인 4일에도 SSG에 승리하며 KT를 0.5경기 차로 제치고 가을야구에 탑승했다. 그리고 팀이 9연승을 앞둔 시점에 박민우는 1군 엔트리에 합류해 약속을 지켰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떨까. 박민우는 "몸은 괜찮다. 타격 연습을 한 3, 4일 정도 해서 대타 나가서 치는 것은 계속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를 한 번도 하지 않고 올라와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다"며 "사실 지금 제가 나가는 것보다는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훨씬 좋은 컨디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와일드카드에서는 대타 정도는 가능할 것 같고, 수비는 연습하고 있는데 수비가 가능할 수 있는 시기는 준플레이오프 대면 가능할 것 같다"며 "준플레이오프까지만 가주면 그때부터 내가 좀 더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박민우는 누구보다 가을야구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데뷔 2년차인 2014년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2015년 플레이오프, 2016년에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이후 2017년, 2019년 가을야구를 경험했고, 2020년에는 창단 첫 통합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2023년에도 와일드카드로 시작해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던 경험이 있다. 통산 가을야구 43경기를 경험한 타자다.
박민우는 특히 득점권 타율이 올해 0.432를 기록 중이고, 2013년 이후로도 0.359로 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어 '클러치 악마'란 별명으로 불린다. 큰 경기를 치르는 팀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박민우 외에도 NC에는 박건우, 권희동 등 가을야구 베테랑이 즐비하다. 2년 전 가을야구 기적을 함께했던 젊은 선수들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막판 9연승으로 시즌을 마친 NC가 이번 가을야구에서도 기적을 기대하는 이유다.
박민우는 "나름 가을야구를 많이 해봤는데, 정규시즌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며 "현재 선수들도 재작년 가을야구를 해봤고, 지금 분위기가 워낙에 좋다. 하루 쉬고 바로 또 경기이기 때문에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것도 좋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하위 평가와 여러 어려움을 딛고 정규시즌에서 기적을 만든 NC는 이제 가을야구에서 또 하나의 기적을 바라본다. 9연승의 기세를 몰아 오는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4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선수들이 지금까지처럼 잘해줄 것"이라는 박민우의 자신감처럼, NC의 도전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