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헌곤(37)의 '더 스틸'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경기 흐름을 바꿨다. 김헌곤은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 상대 WC 2차전에서, 2대 0으로 앞선 8회 말 기습 3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후 김헌곤은 후속타자 김성윤의 좌익수 희생플라이에 홈을 밟으며 3대 0으로 앞서는 쐐기점을 만들었다.
삼성이 7회 말까지 리드를 잡고 있었지만, 추가점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1회 상대 선발 로건 앨런에 밀어내기 볼넷 두 개를 얻어낸 이후, 타선이 차갑게 식으며 2회부터 7회까지 6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8회 선두타자로 김지찬을 대신해 이날 선발로 출전한 김헌곤이 타석에 들어섰다.

김헌곤은 8회 투입된 NC 구원 손주환을 상대로 5구 만에 볼넷을 얻어냈다. 이어 이재현의 희생번트에 2루로 진루하며 득점권에 자리 잡았다. 이어 투수가 하준영으로 교체됐고, 김성윤 타석에서 하준영이 2구째를 던지기 시작하는 순간 김헌곤이 3루로 내달렸다. 빠른 타이밍의 기습 도루에 NC 배터리는 허를 찔렸다.
김헌곤은 도루 성공 직후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자축했다. 이후 김성윤의 뜬공에 홈을 밟으며 추가 득점을 만들었고, 삼성이 분위기를 가져왔다. NC는 홈 태그플레이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지만, 간발의 차로 김헌곤이 더 빠르게 홈에 파고들었다.

김헌곤의 기습적인 3루 도루에 대해 박진만 삼성 감독은 "김헌곤이 경험과 노련함으로 그런 장면을 만들었다. 베테랑다운 플레이로 분위기를 올렸다"라고 김헌곤의 노련미를 칭찬했다. 이어 "1회 이후 타선이 침묵해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악착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김헌곤의 투지가 팀 분위기를 바꿔놓았음을 말했다.
김헌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스트시즌의 영웅으로 활약했다. 2024년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5회와 7회 팀 승리에 쐐기를 박는 2점 홈런 두 방을 쏘아올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추격의 1점 홈런을 때려냈고, 3차전에서도 승부에 쐐기를 박는 1점 홈런을 쳤다. 플레이오프에서 OPS 1.417, 한국시리즈에서 OPS 0.829를 기록하며 팀 타선의 중심이 됐다.
이번 WC 2차전에서도 경기 초반에는 침묵했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볼넷과 도루가 모두 김헌곤으로부터 만들어졌다. 정규시즌에서는 OPS 0.581로 존재감이 다소 미약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가을 남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헌곤의 활약과 함께 WC 2차전을 가져간 삼성은 9일 인천으로 이동해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김헌곤이 이날 경기에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팀 승리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