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노팅엄 포레스트가 또 감독을 바꾼다. 이번 시즌만 세 번째다. 션 다이치가 그 주인공이다.
21일(한국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노팅엄 포레스트가 다이치와 장기 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이르면 22일 공식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데이비드 온스타인 기자는 "다이치가 포레스트의 새 감독이 되는 합의를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다이치는 19일 첼시전 직후 경질당한 엔지 포스테코글루의 후임이다. 8경기 무승에 그친 포스테코글루는 부임 39일 만에 잘렸다. 올 시즌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경질당한 감독은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포스테코글루까지 벌써 두 명이다. 이제 다이치가 세 번째 감독으로 온다.
노팅엄 포레스트는 다른 후보들도 검토했다. 구단주 에반젤로스 마리나키스가 가장 원했던 인물은 마르코 실바였다. 올림피아코스에서 함께 일했던 사이다. 하지만 실바는 시즌 중 풀럼을 떠나길 꺼렸고, 1300만 파운드(238억원)에 달하는 바이아웃 조항도 부담이었다.
전 맨체스터 시티 감독 로베르토 만치니도 물망에 올랐다. 포레스트는 만치니와 대화를 나눴고, 만치니 측은 감독 자리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60세인 만치니가 유럽 클럽 무대를 떠난 지 너무 오래됐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만치니는 2018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난 뒤 이탈리아 대표팀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일했다.
글로벌 축구 총괄 에두와 글로벌 테크니컬 디렉터 조지 시리아노스가 후임 감독 물색을 주도했다. 이들은 다이치와 긍정적인 회동을 가졌고, 결국 다이치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가디언은 "다이치가 바로 일할 수 있고 보상금도 없다는 점이 계약을 수월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다이치의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주요 고려 사항이었다. 다이치는 번리에서 거의 7시즌, 에버턴에서 2년을 지휘했다. 온스타인 기자는 "다이치의 프리미어리그 경험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잉글랜드 선수 비중을 고려할 때, 후보들 중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54세인 다이치는 올해 1월 에버턴을 떠난 뒤 쉬고 있었다. 에버턴에서 2년을 보낸 그는 올 초 프리미어리그 16위 성적을 남기고 팀을 떠났고, 후임 데이비드 모예스가 1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23-24시즌엔 에버턴이 재정 규정 위반으로 두 차례 승점을 차감당했지만, 다이치는 팀을 강등에서 구해냈다.
선수 시절 다이치는 체스터필드와 밀월에서 수비수로 뛰었다. 그런데 그의 뿌리는 노팅엄 포레스트다. 포레스트 유스 출신이다. 1군 경기는 한 번도 뛰지 못했지만, 시티 그라운드에서 성장했다. 오랫동안 이 지역에 살았고, 지금도 이 도시에 집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감독 경력은 워트퍼드에서 시작했다. 비카리지 로드에서 1시즌을 보낸 뒤 번리로 갔고, 거기서 10년 가까이 일했다. 번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시기를 이끌었다. 6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에 머물렀고, 2017-18시즌엔 7위로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2022년 4월 경질될 때까지만 해도 번리의 상징이었다.
다이치의 코칭스태프였던 이언 원과 스티브 스톤은 노팅엄 포레스트 레전드다. 두 사람은 번리와 에버턴에서 다이치와 함께 일했다. 만약 이들 '다이치 사단'이 함께 복귀한다면 포레스트 팬들에게 환영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노팅엄 포레스트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18위다. 8경기에서 5점만 따냈고, 토요일 첼시에 0대 3으로 지며 포스테코글루 시대를 마감했다. 다이치는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내는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시절만 해도 잘 작동했던 수비를 재건하는 것이다. 누누는 지난 9월 구단주와 갈등 끝에 경질됐다.
디 애슬레틱의 폴 테일러 기자는 "포스테코글루 영입은 한번에 너무 많은 변화였다"고 분석했다. 테일러 기자는 "누누가 구축한 탄탄한 조직력에서 공격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앵지볼로 바꾸려던 시도가 무리였다"고 썼다.
몇 달 전만 해도 노팅엄 포레스트의 목표는 지난 시즌 성적(7위)을 넘어서고 유로파리그 우승을 노리는 것이었다. 13명의 신인을 영입하는 데 약 2000억원을 쓰며 구단은 두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포레스트의 목표는, 적어도 당분간은, 강등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테일러 기자는 "구단이 흔들리는 배를 바로잡을 사람이 필요한 시점에, 누누 시절 성공의 토대였던 것들을 되살릴 인물이 필요한 시점에, 다이치는 제격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이치를 영입한다면) 포레스트가 포스테코글루의 재임 기간 8경기 동안 허용했던 20실점을 다음 8경기에서 반복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다이치는 로베르토 만치니나 마르코 실바만큼 화려한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게 테일러 기자의 평가다. 그리고 지금 노팅엄 포레스트에 필요한 건 바로 그런 것이다. 노팅엄 포레스트는 다이치가 이번주 유로파리그 포르투전 벤치에 앉길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