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좋아하는 듯한 맷 사우어(사진=KT)
낚시를 좋아하는 듯한 맷 사우어(사진=KT)

 

[더게이트]

LA 다저스 우승반지 소유자가 KBO리그 KT 위즈 유니폼을 입는다. 2019년 이후 처음으로 5강 진출에 실패한 뼈아픈 시즌을 보낸 KT가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외국인 선수 영입에 나서며 설욕의 칼을 갈기 시작했다.

KT는 7일 2025시즌 LA 다저스에서 활약한 우완 투수 맷 사우어와 총액 95만 달러(약 13억원·계약금 20만 달러·연봉 7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다저스로부터 방출된 사우어를 단 이틀 만에 낚아챘다. 스카우트진이 오랫동안 영입 리스트에 올려놓고 관찰해온 선수였기에 가능한 속전속결 영입이었다.

강력한 구위 기대하고 지명한 양키스...빅리그선 좌절

사우어는 1999년생으로 내년 27세가 되는 우완 투수다. 2017년 뉴욕 양키스의 2라운드 전체 54순위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입문했다. 계약금은 249만7500달러(약 35억원). 당시 슬롯 금액의 두 배가 넘는 거액이었다. 키 193cm, 몸무게 104kg의 거구에서 쏟아지는 강력한 구위를 믿고 양키스는 거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빅리그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2024시즌이 되어서야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이적하며 메이저리그 데뷔 무대를 밟았다. 캔자스시티에선 14경기 16.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 7.71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거의 불펜으로만 등판했고 구위보다는 제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2025시즌엔 LA 다저스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규시즌 10경기(선발 1경기)에 등판해 29.2이닝 동안 2승1패 1세이브 평균자책 6.37을 기록했다. 빅리그 성적은 다소 아쉬웠지만, 행운도 뒤따랐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26세에 생애 첫 우승반지를 손에 끼게 된 것이다.

맷 사우어(사진=MLB.com)
맷 사우어(사진=MLB.com)

150km/h대 중반 속구에 2600rpm 슬라이더까지

사우어의 가장 큰 무기는 강력한 구위다. 최고 구속 150km/h 중반대의 빠른 공을 기본으로 깔고, 커터·싱커·슬라이더·스플리터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진다. 특히 높은 존에 꽂히는 패스트볼은 타자들의 배트를 헛돌게 만드는 삼진 제조기다. 슬라이더는 강한 스위퍼성 움직임에 분당 2600회전을 넘나들며 타자들을 농락한다.

사우어의 또 다른 강점은 풍부한 선발 경험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128경기 중 98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통산 27승32패 평균자책 4.62. 빅리그 성적과 달리 마이너리그에선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2025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도 18경기 중 17경기를 선발로 소화하며 83이닝 5승5패 평균자책 5.86의 성적을 남겼다.

나도현 KT 단장은 "사우어는 선발 경험이 풍부한 구위형 투수로, 강한 패스트볼과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선발진에서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맷 사우어(사진=KT)
맷 사우어(사진=KT)

외국인 투수 부진에 6위 추락한 KT, 발빠르게 움직였다

KT가 이처럼 서둘러 움직인 데는 이유가 있다. KT는 올 시즌 외국인 투수진의 부진 속에 시즌을 6위로 마감하며 2019년 이후 처음으로 가을야구 무대에서 탈락했다. 엔마뉴엘 데 헤이수스와 윌리엄 쿠에바스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헤이수스는 지난해 키움 시절의 그 모습이 아니었고, 쿠에바스는 더 심각했다. 

쿠에바스를 퇴출하고 영입한 패트릭 머피도 외국인 투수에게 원하는 강력한 에이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초반 2~3이닝은 잘 던지다가 상대 타순 세 바퀴만 돌면 난타당하고 조기 강판당하기 일쑤였다. 외국인 선발진이 버티지 못하니, 자연히 불펜 투수들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사우어는 헤이수스와 패트릭 중 누구를 밀어낼까. KT 위즈 관계자는 "사우어가 기존 외국인 투수 중에 누굴 대체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패트릭 머피와 엔마뉴엘 데 헤이수스 중에 하나만 교체될 수도 있고 둘 다 교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우어는 우리가 오랫동안 관찰해온 선수로서 올해 빅리그 25인 로스터에도 포함됐던 선수다"라며 "이번에 계약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빠르게 먼저 계약부터 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KT 관계자는 "내년 시즌 5강 복귀를 위해 외국인 선수 구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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