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하필 이 중요한 시기에 필승조 투수들이 없네요.”
KIA 타이거즈 관계자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푹 쉬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뭉치는 8월 초는 KIA 김종국 감독이 예고한 ‘8치올’의 시작 지점이었다. 하지만, 불펜 필승조 투수 3명이 연이어 이탈하자 오히려 팀 사정은 더 악화됐다. 최근 경기 중반까지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도 계산이 서지 않는 상황이라 KIA 벤치도 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10경기 3승 7패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KIA는 이제 시즌 49승 1무 49패로 승률 5할까지 위협받고 있다. 거기에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하위권 팀들의 ‘1순위 먹잇감’이 됐기에 향후 더 극심한 견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필승조 ‘트리플 J’가 완전히 해체됐기에 어떤 투수를 뒷문 막기에 투입할지에 대한 KIA의 고민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1년 전 ‘또현식’·‘또해영’이 부른 여파일까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매트 윌리엄스 전 감독 체제에서 KIA 불펜진은 두 불펜 투수에 큰 과부하가 쏠렸다. ‘또현식’, ‘또해영’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장현식과 정해영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장현식은 2021시즌 69경기·76.2이닝, 정해영은 2021시즌 64경기·65.1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장현식의 경우 2021시즌 리그 불펜진에서 경기 등판 수 전체 2위(1위 LG 트윈스 정우영 70경기), 이닝 소화 전체 2위(1위 SSG 랜더스 장지훈 80.1이닝)에 올라 큰 우려를 받았다. 개인 커리어에서 불펜 투수로 이렇게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한 경험이 없었던 장현식은 2021시즌 막판 더블헤더 연투를 포함한 4연투로 더 주목받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혹사 논란’이 뒤따랐다.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았던 정해영도 장현식보다는 다소 덜했지만, 꽤나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했다. 이미 1년 차 시즌인 2020시즌(47경기 등판·38.1이닝)부터 1군 주력 투수로 공을 던지기 시작한 정해영은 2년 차에도 급격히 경기 수와 이닝 소화 숫자가 늘어나면서 관리보다는 과부하에 가까운 시즌을 보냈다.
결국, ‘혹사 논란’이 일어났던 2021시즌 여파가 고스란히 2022시즌에 영향을 끼친 분위기다. 장현식은 2022시즌 41경기 등판 2승 2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 3.89 35탈삼진 20볼넷을 기록 중이다. 6월 말 한 차례 이미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던 장현식은 7월 말 다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면서 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향후 복귀 시점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나마 장현식과 전상현이 빠진 빈자리에도 버팀목이 됐던 정해영마저 이탈했다. 8월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KIA 김종국 감독은 어깨 통증을 호소한 정해영의 말소 소식을 알렸다. 김 감독의 말에 따르면 정해영에겐 2주 정도 휴식 기간이 필요하다.
5위도 안전지대 아닌 KIA, 5강 노리는 팀들의 집중 견제 예고

장현식·전상현·정해영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트리플 J’가 모두 해체되자 KIA 벤치는 혼돈에 빠졌다. 1이닝을 믿고 맡길 불펜 투수가 3명이 동시에 사라졌기에 사실상 해답을 곧바로 찾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그나마 필승조 경험이 풍부한 박준표도 여전히 투구 컨디션을 되찾는 과정에 있다. 그간 추격조로 활용했던 윤중현·이준영·고영창 등을 최대한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방법뿐이다.
8월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나온 호세 피렐라 정면 승부 논란도 결국 불펜진 균열로 생긴 문제다. 구위보단 제구에 강점이 있는 고영창에게 오히려 만루 작전은 더 큰 부담이 있을 것으로 KIA 벤치는 판단했다. 김종국 감독은 “고영창은 마무리 경험이 있는 투수가 아니고, 제구로 승부하는 투수라 더 부담이 있을 듯싶었다. 그래서 어렵게 승부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원바운드성 안타가 나올 줄 알았겠나”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만약 구위로 상대를 압도해 인플레이 타구를 최대한 억제할 가능성이 큰 필승조 투수들이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피렐라와 더 적극적으로 승부하거나 만루 작전으로 오재일과 승부를 보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필승조 3명 동반 부재는 KIA 벤치 운신의 폭을 더 좁힐 수밖에 없었다.
결국, 후반기 들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 KIA는 후반기 막판 5강 도약을 노리는 중·하위권 팀들의 표적이 됐다. 5강 도약을 노리는 A 팀 관계자는 “다들 KIA와의 경기 차만 신경 쓰고 있다. 만약 극적인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하다면 KIA와 자리를 바꾸는 경우의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바라봤다.
전반기 막판 시점만 해도 KIA는 안정적인 5위 자리에서 4위 KT WIZ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제 5위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KIA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일 경우 ‘표적 선발’ 등 5강 도약을 노리는 팀들의 집요한 견제를 피할 수 없다. 기약이 없는 필승조들의 복귀를 기다릴 KIA의 후반기 버티기 작전이 더 힘겨워 보이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