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내야수 양석환이 8월 11일 잠실 NC전에서 체크 스윙 판정을 내린 1루심을 향한 거센 항의로 주목받았다(사진=두산)
두산 내야수 양석환이 8월 11일 잠실 NC전에서 체크 스윙 판정을 내린 1루심을 향한 거센 항의로 주목받았다(사진=두산)

[스포츠춘추]

스트라이크·볼 판정과 더불어 체크 스윙 판정은 KBO리그 단골 논란 소재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양석환도 논란의 체크스윙 판정에 강한 불만을 표출해 주목받았다. 명확한 규정 아래 판정을 내리는 게 아니라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판정을 내리기에 체크스윙 판정 논란은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명확한 기준점 없는 체크 스윙 판정 규정, 양석환 강한 항의에 논란 재점화

논란의 체크 스윙 판정이 나온 경기에서 중계화면에 잡힌 양석환의 스윙. 방망이 헤드가 모두 돌아가지 않았기에 노 스윙 판정이 나올 수도 있었다(사진=해당 중계화면 캡처)
논란의 체크 스윙 판정이 나온 경기에서 중계화면에 잡힌 양석환의 스윙. 방망이 헤드가 모두 돌아가지 않았기에 노 스윙 판정이 나올 수도 있었다(사진=해당 중계화면 캡처)

8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양석환은 2대 2로 맞선 8회 말 1사 2루 역전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2S 상황에서 몰린 양석환은 3구째 높은 코스 공에 방망이를 돌리려다가 멈췄다. 하지만, 박근영 1루심은 이 장면을 보고 방망이가 돌았다고 판단해 헛스윙 삼진 아웃 판정을 내렸다. 

양석환은 1루심 판정에 불복해 한동안 방망이를 내려놓고 그라운드 위에 서 있었다. 김태형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1루심에게 판정 항의를 한 뒤 강석천 수석코치까지 뛰어 나오자 양석환은 그제야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분이 풀리지 않았던 듯 양석환은 1루심을 향해 고함을 치는 동시에 벤치로 들어가 헬멧까지 던지며 분노를 표출했다. 

중계 화면상 양석환의 방망이는 홈플레이트를 완전히 통과하지 않았다. 몸이 돌아갔어도 방망이가 홈플레이트 통과 직전 멈췄기에 ‘노 스윙’ 판정을 내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체크 스윙 판정은 스트라이크·볼 판정처럼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에 맡기는 게 원칙이다. 화면으로 보이는 방망이 각도와 관계없이 양석환이 스윙의 의도를 보였다고 1루심이 판단했다면 체크 스윙 판정을 내릴 수 있단 뜻이다. 

KBO리그 야구규칙에 나오는 스트라이크의 정의. 체크 스윙 판정과 관련한 (a)항에 객관적인 기준은 나오지 않는다(사진=KBO)
KBO리그 야구규칙에 나오는 스트라이크의 정의. 체크 스윙 판정과 관련한 (a)항에 객관적인 기준은 나오지 않는다(사진=KBO)

KBO 허운 심판위원장은 스포츠춘추에 “체크 스윙 판정과 관련해 야구규칙상 명백한 기준은 없다. 방망이 헤드가 공과 교차하면서 돌았는지 여부를 가장 신경 쓰면서 판정을 내리고 있지만, 심판이 타자가 스윙을 할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면 하프 스윙이라고 판정 내릴 수도 있다. 양석환 선수 사례의 경우 몸이 앞으로 움직이면서 방망이가 멈췄기에 1루심이 보는 각도상 하프 스윙이라고 착각할 수 있었다. 그래도 판정에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체크 스윙 판정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서도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 아래 판정이 이뤄진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2021년 포스트시즌 최종전에서 체크 스윙 판정 논란이 나왔다.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5차전 9회 말에서 다저스 투수 맥스 슈어져는 샌프란시스코 타자 윌머 플로레스를 상대했다. 슈어져가 3구 삼진으로 플로레스를 돌려세우면서 경기는 다저스의 2대 1 승리로 종료됐다. 하지만, 플로레스가 슈어져의 3구째 공에 하프 스윙 판정을 받으면서 경기가 끝났기에 논란이 커졌다. 

중계 화면상 플로레스의 방망이는 홈플레이트를 통과하기 직전 멈췄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도 체크 스윙 판정은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의 몫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었기에 샌프란시스코 시선에선 허망하게 시리즈를 끝냈다. 

샌프란시스코 게이브 캐플러 감독은 “우리가 경기에서 패한 데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면서도 “마지막 (체크 스윙) 판정은 실망스럽지만 심판이 항상 정확할 수 없고, 그들이 정말 힘든 일을 한다는 것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기준점 마련해서 비디오 판독도 하자." 현장 제안…허운 심판위원장 "로컬 룰 만들면 가능한데, 다만…"

비디오 판독 결과를 기다리는 심판진. 체크 스윙 판정도 비디오 판독 항목에 포함할 수 있을까(사진=스포츠춘추 DB)
비디오 판독 결과를 기다리는 심판진. 체크 스윙 판정도 비디오 판독 항목에 포함할 수 있을까(사진=스포츠춘추 DB)

이처럼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체크 스윙 판정 논란이 종종 일어난다. 체크 스윙 판정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에 생기는 일이다. KBO리그 현장에선 체크 스윙 판정 기준이 더 명확해지길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KBO리그 A 구단 사령탑은 “해마다 굵직한 체크 스윙 판정 논란이 나오지 않나. 더그아웃에서 보이는 각도로 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 체크 스윙 판정이 사실 한두 개가 아니다. 명확한 판정 규정이 없어서 비디오 판독 항목에 못 들어가는 거면 체크 스윙 판정의 객관적인 기준점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홈 플레이트를 기준으로 방망이 헤드가 90도 이상 돌아가는 걸 기준으로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만약 체크 스윙 판정과 관련한 로컬 룰을 만든다면 앞선 사령탑의 제안과 더불어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도 가능해질 수 있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로컬 룰을 통해 다른 나라들과 관계없이 KBO리그만의 규칙을 만들 수 있다. 만약 야구계가 협의를 한다면 체크 스윙 판정 기준을 객관적으로 만들어 로컬 룰로 적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비디오 판독 항목에 체크 스윙 판정이 들어가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체크 스윙 판정의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타자들이 각자 서는 타석 위치가 다르기에 기준점을 정하기기 쉽지 않다. 또 비디오 판독을 위해선 구장마다 혹은 중계사마다 체크 스윙 판정을 도와줄 명확한 각도의 카메라 촬영도 뒤따라야 한다. 

허운 위원장은 “야구계 의견을 전부 수렴한다고 해도 모든 구단과 타자들이 수긍할 만한 체크 스윙 판정 기준점이 나올지 의문이다. 타자마다 서는 타석 위치가 다르기에 객관적인 기준점을 마련하기까지 논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장마다 다른 카메라 각도상 비디오 판독이 명확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다. 그래도 야구팬들이 강하게 요구한다면 충분히 야구계 의견을 모을 만한 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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