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리그 최강의 투수로 진화한 안우진(사진=키움)
올시즌 리그 최강의 투수로 진화한 안우진(사진=키움)

[스포츠춘추]

“물론 안우진이 던지는 것도 보기는 봤지만, 지금 그게 큰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지난 10일부터 12일 사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키움 히어로즈 전은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보는 가운데 펼쳐졌다. 첫날인 10일엔 무려 8개 구단 스카우트와 고위 관계자가 고척을 찾았고, 11일에도 5개 구단이 방문했다. 

마지막 12일에는 3개 구단이 야구장을 찾았다. 신시내티 레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뉴욕 메츠 등이 3연전 기간 한 번 이상 고척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우진이 선발등판한 10일 경기에 유독 많은 팀이 올리면서, 향후 안우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침 이날 안우진은 7이닝을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막는 환상적 역투를 펼쳤다. 안우진이 삼진을 잡을 때마다 중계방송 카메라는 ML 스카우트들의 반응을 비춰주며 메이저리그와 안우진을 연결지었다. 

안우진은 올해 리그 최고의 투수로 올라섰다(사진=키움)
안우진은 올해 리그 최고의 투수로 올라섰다(사진=키움)

하지만 막상 고척에서 만난 ML 스카우트 A는 전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안우진이 스카우트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이 스카우트는 “솔직히 말해 우리 구단은 안우진을 보러 온 게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A 스카우트는 “미국 팀들이 안우진을 보러 왔다는 뉴스도 봤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니다. 이정후를 보러 온 것이고, 마침 그 경기에 안우진도 나와서 던지기에 보긴 했지만 주요 타깃은 아니다”라고 했다. 평소보다 많은 스카우트가 고척을 찾은 건, 가까운 목동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고교야구 경기가 취소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선 안우진의 기량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일까. 오히려 그 반대다. A 스카우트는 “안우진은 충분히 메이저리그로 갈 만한 실력을 갖췄다”고 했다. “딜리버리도 깨끗하고, 패스트볼은 물론 브레이킹 볼도 좋다. 커터성 움직임을 보이는 140km/h대 브레이킹 볼이 인상적이다”라고 밝혔다.

다른 ML 구단 스카우트 B는 “안우진의 체인지업성 스플리터가 눈에 띄었다. 스플리터는 스플리터인데 전형적인 스플리터 그립이 아닌, 체인지업 비슷한 그립을 잡고 던진다. 움직임도 스플리터와 체인지업의 중간 정도다. 흥미로운 구종”이라 했다. B 스카우트 역시 “실력만 보면 안우진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선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안우진의 실력이 뛰어나도,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힐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A 스카우트는 “안우진은 군복무 문제도 남아 있고, 포스팅이나 FA 자격을 얻으려면 굉장히 오래 기다려야 한다. 2~3년 내로 메이저리그를 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KBO에서 FA 자격을 얻으려면 9 정규시즌을, 포스팅 자격을 얻으려면 7시즌을 채워야 한다. 여기서 시즌은 1군 등록 기간 145일을 넘어야 1시즌으로 인정된다.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하성은 2015~2020년 6년 연속 145일 이상을 채웠고 2014년의 모자란 등록일수는 국가대표 포인트로 만회했다. 

반면 안우진은 데뷔시즌 97일로 시작해 2019년 107일, 2020년 130일, 지난해 139일, 올해 현재 112일로 아직 한 번도 등록일수 145일을 채운 시즌이 없다. 고교 시절 받은 징계로 인해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국가대표 출전 길도 막혔다. 국대 포인트는 물론 군복무를 면제받을 길이 없다. 포스팅 자격이나 FA 자격을 채우려면 다른 선수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A 스카우트는 “KBO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안우진이 포스팅 자격을 얻기까지는 앞으로 3~4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군 복무 문제까지 생각하면 20대 후반이 돼야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생긴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앞서 미국에 진출한 김하성이나 진출 예정인 이정후가 높은 평가를 받는 건 20대 중반으로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은 선수라는 점도 있다. 물론 20대 후반에도 안우진이 좋은 기량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20대 중반에 진출하는 것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B 스카우트는 “안우진과 구단, 가족이 지금부터 군입대 계획과 앞으로의 타임테이블을 잘 상의해서 정해야 한다. 가능하면 군복무를 일찍 마치고 오는 것도 좋다”면서 “이런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한다면, 안우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구단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A 스카우트는 “안우진이 탐나는 선수이긴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안우진에 대해 논하는 건 큰 의미가 없는 단계”라며 “현재 우리 구단은 내년 시즌 뒤 나올 수 있는 이정후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안우진이 주요 스카우트 대상이 아닐지 몰라도, 앞으로 3~4년 뒤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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