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춘추=고척]
영화 ‘라쇼몽’처럼 같은 사건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23일 잠실 경기 막판 벌어진 해프닝도 롯데 쪽과 LG 쪽의 입장이 전혀 다르다.
이날 8회말 LG 공격이 끝난 뒤 양 팀 선수단이 모두 쏟아져 나와서 대치하는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사건은 1사 1, 2루에서 투수 구승민이 2루 주자 문보경을 향해 ‘사인 훔치기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시작됐다. 구승민은 투구판에서 발을 뺀 뒤 문보경 쪽을 향해 오른손으로 바지 허벅지를 만지는 동작을 취했다.
이닝이 끝난 뒤 구승민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다시 한번 문보경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는 것처럼 보였고, 이에 격분한 김현수가 뛰쳐 나와 항의했다. 이어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모두 달려나와 잠시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현수는 상황이 정리된 뒤에도 한참 동안 분을 삭이지 못했다.
24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롯데 구승민은 취재진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분명 투수 입장에서 보기에 불필요한 제스처가 있어서 문제를 제기했다는 게 구승민의 주장이다. 그는 “벤치 클리어링을 유발할 의도는 없었지만, 내가 보기에 굳이 안 해도 되는 부자연스러운 동작이 있었다. 혹시나 해서 사인을 바꿔봤는데, 사인에 따라 다른 손이 움직이더라”면서 나름대로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투구를 마치고 들어가면서는 문보경이 아니라 김민호 3루 주루코치에게 얘기한 것이라고. 구승민은 ‘의심 갈 행동은 안했으면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코치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답변했는데 그 과정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고. 코치에게 말하는 모습을 LG 벤치에서 문보경에게 항의하는 것으로 오해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후배를 보호해야 하는 LG 고참 김현수 입장에서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노코멘트하겠다”면서 “어제는 팽팽한 경기였고, 좋은 팀과 좋은 야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 경기다 보니 양팀의 텐션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감정이 올라올 수밖에 없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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