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수원]
요즘 KT 위즈 유격수 심우준의 몸은 성한 곳이 없다. 시즌 막판 당한 왼손바닥 부상에, 와일드카드 결정전 당일에는 잠을 잘못 자서 허리 근육통에 시달렸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는 오른 어깨 뒤편에 담이 와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여기에 휴식일인 18일에는 상무(국군체육부대) 체력검정을 받으러 경북 문경까지 다녀오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심우준과 권동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는 없는 내야수 권동진이 함께 이동했다고. 구단의 배려로 선수단 버스기사님이 차량을 운전했고, 이동엔 왕복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됐다.
19일 수원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심우준은 “어제는 잘 다녀왔다. 무난하게 열심히 하고 왔다. (상무에) 반드시 붙어야 한다. 떨어지면 갈 곳이 없어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아직 어깨 담이 남아있어 100%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심우준은 “몇 가지는 제대로 못 했다. 아마 윗몸 일으키기는 내가 제일 적었을 거다. 다들 30개 이상 하던데 나는 담도 오고 해서 천천히 했더니 스물 몇 개 정도밖에 못 했다”고 말했다.
상무 체력검정은 약 40분 동안 윗몸 일으키기, 악력 테스트, 단거리 뛰기, 왕복 달리기 등을 실시한다. 심우준과 함께 상무에 다녀온 권동진은 미리 수원야구장에서 테스트 종목들을 연습하기까지 했다고. 권동진은 “연습할 때보다 훨씬 잘한 것 같다. 꼭 붙어야 해서 이를 악물고 했다”며 웃었다.
이에 관해 심우준은 “나는 연습을 안했는데 동진이는 엄청 연습을 많이 해다고 하더라. 알이 배겼다고 한다. 그래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말했지만, 나도 달리기할 때는 전력으로 뛰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심우준은 지친 몸을 이끌고 오늘도 선발 출전한다.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강철 감독은 “생각할 시간을 주라고 했는데 3분 만에 하겠다고 하더라. 참고 나가겠다고 한다”며 심우준의 선발 출전 배경을 설명했다.
심우준은 “어깨에 파스도 붙이고, 약을 먹고 잤다. 오늘 운동장에 나와서 치료도 받아서 그런지 좀 나아졌다”면서도 “아직은 몸 상태가 애매하다. 아프면 못 나간다고 했을 텐데, 애매해서 나간다”며 웃어 보였다.
“만약 내가 뒤에 나가면, 신본기 형을 교체해야 한다. 그러면 수비가 안 돼서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한 심우준은 “그냥 처음부터 나가서 아니다 싶으면 빨리 나오는 게 낫다. 안 되더라도 그냥 버틸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심우준은 “옆으로 송구할 때는 괜찮은데 위로 던질 때가 조금 어렵다. 팔이 안 올라간다”면서 “조금 전진 수비해서 하고, 요령껏 팔을 낮춰서 잘 던져보려고 한다. 타격할 때는 기습번트라도 대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군입대 전 마지막일지 모르는 포스트시즌. 심우준이 아프고 지친 가운데서도 이 악물고 경기에 나가려는 이유다. 그는 “그래서 하는 겁니다. (군대) 다녀오면 팀 상황이 어떨지 모른다”며 “어떻게든 끝까지 다 해보려 한다. 안되면 뒤에 더 다치더라도, 애매할 때 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나간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심우준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0.400에 1도루로 좋은 활약을 보였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2경기 모두 안타와 호수비로 맹활약해 ‘가을 사나이’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키움 송성문과 비교에 심우준은 “성문이에 비해서는 안 된다”며 “처음 플레이오프 때 실책 2개만 안 했어도 가을남자라고 할 수 있었을 거다. 그래도 긴장은 좀 덜 하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해 심우준은 “그냥 고통이다. 너무 힘들다. 몸이라도 안 아프면 버틸 수 있겠는데 너무 아프다”면서도 “나만 지친 게 아니다. 배정대는 얼마나 힘들겠나”라며 동료를 먼저 생각했다. 이어 “14경기까지는 무리지만, 9경기는 할 만하다”면서 마지막 가을야구 승리를 다짐했다. KT는 이날 포함 9승을 더 올리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