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수원]
“(고)영표가 시즌 최종전 때 안 좋았지만, 엊그제(준플레이오프 2차전) 불펜 대기를 하면서 공을 던졌는데 공 움직임이 회복됐다는 얘기를 하더라. 우리는 선발 투수가 길게 끌고 가야 하는 팀이다. 오늘이 벼랑 끝 경기가 아니기에 고영표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가야 한다. 큰 문제가 없다면 5회 이상 던질 거다. 초반에 너무 안 좋다면 데스파이네가 곧바로 대기할 계획이다.”
KT WIZ 이강철 감독은 시리즈 향방을 좌우할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고영표를 향한 굳건한 믿음을 내비쳤다. 상대 주축 타자인 이정후를 상대로도 고영표의 체인지업이 통하길 바라는 게 이 감독의 마음이었다. 이 감독은 “고영표의 체인지업이 춤을 추면서 (이)정후까지 잘 막았으면 좋겠다”라고 미소 지었다.
하지만, 이 감독의 간절한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고영표는 이날 1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1회 초 2사 뒤 체인지업을 던지다가 이정후와 김혜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고영표는 야시엘 푸이그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던진 7구째 115km/h 체인지업이 존 가운데로 들어가 비거리 125m짜리 대형 좌월 3점 홈런을 허용했다.
2회 초를 무실점으로 넘긴 고영표는 3회 초 다시 위기를 맞이했다. 3회 초 고영표는 선두 타자 이용규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가 다시 안타를 맞았다. 이후 1사 1루 상황에서 고영표는 김혜성에게 1타점 적시 2루타를 맞고 4실점째를 기록했다. 결국, KT 벤치는 고영표를 내리고 데스파이네를 마운드에 올렸다.
데스파이네가 푸이그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고영표의 실점은 ‘5실점’까지 올라갔다. 경기 초반 분위기를 완전히 빼앗긴 KT는 4회 초 3실점, 5회 초 1실점으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결국, 2대 9로 대패한 KT는 벼랑 끝에서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임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강철 감독이 굳건히 믿었던 고영표에게 발등이 찍힌 게 뼈아팠다. 이 감독이 기대한 기가 막히게 춤추는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제대로 춤도 못 춘 체인지업이 치명적인 한 방으로 연결돼 KT 벤치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다. 고영표는 정규시즌 최종전 부진(3이닝 4실점)을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KT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소형준을 선발 마운드에 올려 벼랑 끝 탈출을 노린다. 과연 KT가 3차전 대패의 충격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