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사진 왼쪽), 한현희(사진=스포츠춘추 DB)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사진 왼쪽), 한현희(사진=스포츠춘추 DB)

[스포츠춘추]

키움 히어로즈의 2022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한현희, 정찬헌은 없다. 주축 선발투수 2명을 엔트리에서 배제하면서,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도 ‘3선발’로 꾸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누군가가 2014년 한국시리즈 앤디 밴헤켄처럼 1, 4, 7차전을 책임져야 가능한 구상이다.

키움은 11월 1일부터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SSG 랜더스 상대로 7전 4선승제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1, 2차전은 1위팀 홈인 인천에서 치르고 3, 4차전은 키움 홈인 고척에서 진행한다. 하루 이동일 뒤 5, 6, 7차전은 다시 SSG 홈 인천에서 치르는 일정이다.

앞서 열린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은 선발투수 3명으로 2위 LG 트윈스에 승리했다. 한현희, 정찬헌 등 선발 요원을 빼고 엔트리를 짠 키움은 1차전 선발 타일러 애플러를 4차전에 다시 기용해 대성공을 거뒀다.

홍원기 감독도 시리즈를 4경기 만에 끝낸 결과에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홍 감독은 28일 4차전 경기후 인터뷰에서 “만약 5차전까지 가면 선발 투수부터 계획이 어긋났을 것이다. 계획대로 4차전에서 끝냈다. 사흘이라는 시간을 번 게 우리에게 큰 소득”이라며 “4차전에서 끝낸 부분이 선발 투수 로테이션에 큰 힘이 될 것”이라 말했다.

한현희, 정찬헌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합류에 대해선 “시간이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선 다시 한 번 회의를 통해 고민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던 홍 감독이다. 그러나 29일 논의 결과 이번에도 두 선수는 빼고 가기로 결론이 내려졌다. 시즌 후반과 준플레이오프에서 투구 내용이 벤치에 신뢰를 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브리검과 밴헤켄(사진=스포츠춘추 DB)
브리검과 밴헤켄(사진=스포츠춘추 DB)

결국 한국시리즈에서도 키움은 3선발 체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홍 감독은 “안우진과 에릭 요키시, 애플러는 사흘 휴식 동안 재정비할 것”이라며 세 선수를 한국시리즈 선발로 못 박았다. 플레이오프에서 불펜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준 최원태는 한국시리즈에서도 필승카드로 나올 전망이다. 김선기, 윤정현 등이 그나마 정규시즌 선발등판 경험이 있는 자원이다.

키움은 과거에도 한국시리즈에서 3선발 시스템을 운영한 적이 있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인 2014년, 삼성 라이온즈 상대로 선발 세 명만 갖고 시리즈를 치렀다. 당시 키움은 앤디 밴헤켄과 헨리 소사, 오주원(개명전 오재영)으로 선발진을 운영했다. 벤헤켄이 나온 1, 4차전은 이겼지만 소사, 오주원 경기를 모두 내줬고 7차전 밴헤켄 등판 기회가 날아갔다. 

반면 2019년 한국시리즈 때는 4선발을 사용했다. 요키시-이승호-제이크 브리검-최원태가 차례로 선발로 나왔지만 두산 베어스에 4경기를 전부 내주고 시리즈 스윕을 허용했다. 피로 누적에 1, 2차전 한 점차 패배 여파로 3차전 이후 마운드와 수비가 무너졌다. 

키움 히어로즈 한국시리즈 선발 로테이션 예상 시나리오(표=스포츠춘추 DB)
키움 히어로즈 한국시리즈 선발 로테이션 예상 시나리오(표=스포츠춘추 DB)

프랜차이즈 역사상 세 번째인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다시 3선발 체제로 갈 공산이 커졌다. 우선 안우진과 요키시 중에 누가 1차전 선발로 나설지 주목된다. 1차전 등판시 요키시는 6일, 안우진은 4일을 쉬고 나오게 된다. 순서상으로는 1차전 요키시-2차전 안우진으로 가는 게 맞다. 

다만 그간 요키시가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투구내용은 1선발로는 다소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 좋은 투수이긴 하지만 밴헤켄급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시리즈 3경기를 믿고 맡길 카드인지는 의문이 있다.

안우진을 1선발로 택할 경우 2경기 연속 4일턴을 소화하는 부담이 따른다. 안우진이 정규시즌 4일 휴식 후 선발로 나온 경기는 단 6경기 뿐이다. 두 번 연속 4일 휴식 후 선발등판한 적은 없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합계 214이닝으로 이미 지난해(107.2이닝)의 2배를 던진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4일 휴식 후 등판시 안우진은 평균자책 2.41에 WHIP 1.13으로 시즌 성적(2.11/0.95)보다 소폭 하락한 기록을 남겼다. 

1선발이 요키시냐 안우진이냐에 따라 이후 시리즈에서 키움의 선발 운영도 달라진다. 요키시의 경우 1차전 등판 뒤 사흘 쉬고 4차전에 나오는 게 불가능한 일정은 아니다. 그러나 연속 4일턴을 소화한 안우진이 1차전 뒤 사흘 쉬고 4차전에 나오는 건 21세기 야구에서 무리다.

결국 키움의 선택지는 요키시를 1, 4, 7차전 선발로 쓰고 안우진, 애플러가 두 차례씩 선발로 나오는 ‘순리’에 가까운 방식, 혹은 안우진이 1차전 선발로 나왔다가 이후 시리즈 상황에 따라 한 차례 정도 불펜으로 나오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가령 4차전에서 김선기, 윤정현 등을 선발로 냈다가 초반 승기를 잡으면 에이스 카드를 쓰는 식의 변칙도 가능하다. 에이스 안우진의 과부하는 최소화하되, 안우진을 조금이라도 더 활용하는 최상의 경우의 수를 찾는 게 키움의 과제다. 만약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안우진이 세 차례 마운드에 오른다면 시리즈 판도가 키움이 원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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