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어느덧 2023시즌 스프링캠프 반환점이 돌았다. 하지만, 올겨울 FA 시장엔 여전히 한기를 느끼며 남아 있는 ‘FA 미아’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바로 투수 정찬헌이다.
올겨울 FA 자격을 신청한 선수들 가운데 여전히 팀을 못 찾은 선수는 3명이다. 정찬헌을 포함해 투수 강리호, 외야수 권희동이다. 다른 팀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강리호는 원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와 크게 틀어진 분위기라 현역 연장을 장담하지 못하는 처지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 추진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권희동은 최근 원소속팀 NC 다이노스 잔류 가능성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찬헌의 협상 테이블도 답보 상태다. 2월 1일 스프링캠프 시작 뒤 정찬헌에 관심을 보였던 몇몇 구단은 협상 창구를 잠시 닫았다. 그래도 정찬헌은 스프링캠프 과정에서 혹여나 나올지 모르는 변수를 고려해 개인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나홀로 순천행’이었다.
2월 20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정찬헌은 “2월 첫째 주가 지나고 순천으로 내려와 개인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다행히 홍익대학교 야구부에 인연이 있는 코치님이 계셔서 야구부 선수들과 같이 운동도 하고 있다. 국외와 비교하면 날씨가 다소 쌀쌀하지만, 큰 문제없이 시즌 준비가 이뤄지는 상태”라고 전했다.
FA 신분이라고 시즌 준비에 다소 소홀한 자세는 아니다. 정찬헌은 당장 소속팀이 생긴다면 바로 선발 등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투구수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정찬헌은 “예년과 같은 흐름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80구까지 투구수를 끌어 올렸다. 당장 팀에 합류해도 선발 투수로서 필요한 투구수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다. 다음 주부터는 타자들을 세우고 라이브 피칭도 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홀로 순천 캠프에 나선 정찬헌 “FA 돈 욕심? 전혀 없어, 어디서든 공만 던지길 바란다.”

이른 바 ‘나홀로 캠프’는 프로 데뷔 뒤 처음 겪는 일이다. 2월 1일 국외로 떠나는 동료들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릴 법도 했다. 하지만, 정찬헌은 자신이 선택한 길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단 자세다.
정찬헌은 “모든 게 처음 겪는 일이라 쉽진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게 맞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인정하고 마지막까지 후회 없이 해보고 싶다. 다행히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몸 상태나 훈련 결과는 만족스럽다”라며 웃음 지었다.
정찬헌 원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는 최근 현금만 받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정찬헌의 앞길을 열어주겠다고 밝혔다. FA 규정에 따른 보상금액(5억 6,000만 원)을 다소 깎아주겠단 키움 측의 자세 변화도 있었다. 정찬헌도 자신이 받을 연봉에 크게 연연하지 않겠단 뜻을 거듭 강조했다.
정찬헌은 “지난해 받았던 연봉의 무게 때문인지 내가 돈 욕심을 내서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단 소문도 있더라. 솔직히 돈 욕심은 진짜 없다. 이미 FA 신청을 했을 때부터 그런 부분은 포기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어디서든 공만 던질 수 있다면 돈은 상관없다. 나를 원하고 내가 뛸 수 있는 팀만 필요할 뿐”이라며 목소릴 높였다.
1군 통산 389경기 등판을 경험한 베테랑 선발 자원이다. 어떤 구단이든 스프링캠프에서 생기는 변수에 따라 영입을 검토할 만한 투수다. 정찬헌은 후회 없이 불태울 야구인생 마지막 기회를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가짐으로 기다리고 있다.
정찬헌은 “어떤 팀이든 당장 불러만 주시면 공을 바로 던질 채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서 따로 준비하는 공백이 없도록 더 철저하게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가짐으로 끝까지 연락을 기다려보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