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내 설치된 전자시계(사진 왼쪽). MLB는 2023시즌부터 '피치 클락'을 도입했다. 투수들은 주자가 없을 시 15초, 주자가 있을 시 20초 안에 투구를 시작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경기장 내 설치된 전자시계(사진 왼쪽). MLB는 2023시즌부터 '피치 클락'을 도입했다. 투수들은 주자가 없을 시 15초, 주자가 있을 시 20초 안에 투구를 시작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춘추]

야구가 변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더 빨라진’ 야구가 찾아온다.

경기 시간 단축은 전 세계 프로야구가 공유 중인 당면과제다. KBO리그의 2023년 시즌 슬로건은 ‘더 빠르게 재미있게’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선 해마다 경기 시간 단축에 공헌한 선수와 구단에 ‘스피드업 상’을 시상한다. 신규 팬 유입이 야구의 세계화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손꼽힌다. 각 리그 사무국이 머리를 싸매고 시간 단축을 향한 고민을 놓지 못하는 까닭이다.

혁신을 좇아 신호탄을 먼저 쏘아 올린 건 야구 종주국 미국이었다. 메이저리그(MLB)는 올 시즌부터 경기 규정에 변화를 줬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경기장에 설치된 전자시계다. 이제 선수들은 상대 팀뿐만 아니라 시간과도 싸워야 한다. 이른바 ‘피치 클락’이 도입된 것. 투수는 주자가 없을 시 15초, 주자가 있을 시 20초 안에 투구를 시작해야 한다. 타자도 제한 시간이 끝나기 8초 전엔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MLB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건 아니다.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해온 결과다. 많은 실험을 거쳤다. 당장 피치 클락도 그랬다. 투구 시간 제한 규정이 첫선을 보인 건 2014년 가을, 마이너리그 유망주 주축으로 펼쳐진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였다. 이듬해엔 마이너리그 더블A와 트리플A에서도 시범 도입됐다. 혁신의 비결엔 그간 하위 리그에서 쌓인 데이터가 있었다.

KBO 허 운 심판위원장 “스피드업? 당연히 해야…데이터를 쌓는 과정도 중요”

허운 심판위원장은 “경기 시간 단축은 KBO가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사진=스포츠춘추 DB)
허운 심판위원장은 “경기 시간 단축은 KBO가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사진=스포츠춘추 DB)

2023년 ‘더 빠르게 재미있게’를 외친 KBO리그는 어떨까. 그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퓨처스리그(2군)다. 1군에서 볼 수 없는 규정이 제법 있다. 장기적으론 1군 무대 도입이 목표다.

먼저, 올 시즌 퓨처스리그가 강화된 12초 투구 규정을 시범 운영한다. 기존 규정에선 투수는 주자 없을 시 12초 이내에 투구해야 했다. 만일 12초 이내에 투구하지 않을 시 첫 번째로 구심으로부터 경고가 주어진다. 두 번째 위반부턴 해당 투구를 볼로 판정한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선 투수가 12초 규정을 위반할 시, 구심이 경고 단계 없이 볼 판정을 내린다. 

이외에도, 퓨처스리그는 지난해 시범 운영했던 승부치기를 올 시즌부터 정식 도입했다. 동점으로 정규이닝이 끝날 시, 10회부터 승패가 갈릴 때까지 1, 2루 베이스를 채우고 경기를 진행한다. 또한 우천 등으로 경기가 취소될 시 퓨처스리그에선 해당 경기를 1, 2차전 모두 더블헤더 7이닝 경기로 편성한다.

‘로봇 심판’으로 화제를 모은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도 있다. 2020년부터 퓨처스리그에서 운영했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은 해마다 경기 수를 늘리며 안정성을 갖춰가고 있다. 최근 3년간 23경기(2020년), 52경기(2021년), 56경기(2022년)가 진행됐다.

로봇 심판은 언제쯤이면 1군 무대에서 볼 수 있을까. 이에 KBO 허 운 심판위원장은 “아직까진 시간이 더 필요하다. AI에 100% 경기를 맡기기엔 무리가 있다. 매해 예년보다 좋아지고 있다. 판정 지연 시간도 줄고, 정확성이 계속 올라간다. 언젠가는 1군에서도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의문부호를 지워가는 과정이다”라고 바라봤다.

“경기 시간 단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트렌드다. 당연히 해야 한다. 팬들이 ‘더’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경길 원하기 때문이다. KBO리그 역시 사활을 걸 정도로 계속해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허 위원장의 말이다.

이어 허 위원장은 “12초 투구 규정 강화, 더블헤더, 승부치기 등도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노력 아닌가. 검토 과정은 끝났다. 향후 2군에서 데이터를 충분히 쌓고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1군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허 위원장은 “야구가 변하고 있다. 심판도 그에 맞춰 변해야 한다”“심판진도 ‘우리부터 신속하게 움직이자’란 마음을 갖고 올 시즌을 준비했다. 경기 스피드업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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