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간만에 기지개를 켰다. 부진에 헤매던 키움 히어로즈 타선이 반등에 나섰다.
키움의 5월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한 달간 9승 15패로 승패 마진 -6을 거두며 리그 8위(이하 29일 기준)에 머물렀다.
올 시즌 리그 최다 퀄리티스타트(30회)를 기록 중인 키움 선발진이 5월에도 제 역할을 해냈다. 지난 2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16차례 달성했다. 다만, 선발승은 단 6번에 그친 키움이다.
이에 키움 타선이 부진 원인으로 손꼽혔다. 5월 팀 OPS(출루율+장타율) 0.635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것. 타격감이 속절없이 추락했던 건 아니다. 가장 최근 고척 롯데 자이언츠 3연전이 대표적이다.
키움은 27~28일 두 경기 연속 후반 빅이닝(9회 5득점, 8회 5득점)에 성공했다. 비록 루징 시리즈에 그쳤지만, 희망을 엿본 시리즈였다. 하지만, 그런 키움엔 쌓일 대로 쌓인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선취 득점이 필요하다.” 지난 주말 롯데 3연전 내내 키움 사령탑 홍원기 감독이 힘줘 말한 대목이다.
키움의 5월, 선취 득점(8경기)보단 선취 실점(16경기)이 많았다

키움 타선의 당면 과제는 지독한 ‘초반 부진’이다. 정확히는 경기 초부터 분위기를 내어주고 시작한다. 지난 5월 24경기 가운데, 키움은 선취 득점(8경기)보단 선취 실점(16경기)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단 점이다. 키움 타선은 4월 개막 뒤 1~6회 기록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6회 이전까지 1득점에 그쳤다. 키움 팬들이 늘 앞선 상대를 쫓아가는 느낌이 든 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파업을 선언했던 타선이 7회부턴 달라진다. 5월 한 달간 키움 타선은 7회 이후 48득점에 성공했다. 이는 해당 기간 리그에서 가장 많다. 최근 빅이닝 두 경기(27~28일 롯데전)를 제외해도, 37득점으로 리그 최다 기록은 마찬가지다.
뒤늦게 추격하는 패턴이 꼭 나쁜 건 아니다. 다만, 결과가 좋아야 해당하는 얘기다. 지난 5월 키움이 역전승에 성공한 건 4번에 불과했다. 선발진의 연이은 호투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잦았다.
이에 키움 홍원기 감독은 “선발진이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렇게 제 역할들을 모두 해주고 있는데, 승수를 못 챙기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대 선발 투수들은 너무 쉽게 6~7회까지 던지더라. 최근 경기 초반을 풀어가는 데 있어 분명히 엇박자가 있다. 우리는 그런 면을 개선해야 한다.” 홍 감독의 진단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5월 키움을 상대로 등판한 선발 투수들은 평균 5.6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2.41로 상당히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누구 한 명 문제가 아닌 타선 전체의 문제”…’타순 변화’로 활로 찾는다

일부에선 키움 중심 타자들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반등을 노리고 있는 핵심 타자 이정후, 팀 4번을 맡고 있는 에디슨 러셀이 그 예시다. 둘이 합쳐, 5월 1~6회 득점권(32타석) 안타가 4개다. 타율로 따지면 0.154로 부진했다.
지난 4월 말 삼성 라이온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내야수 이원석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5월 1~6회 득점권 타율이 0.130에 그친 것.
키움 홍원기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홍 감독은 “타선 전반적인 문제”라며 “어느 선수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홍 감독은 “특히나 최근 팀 타선 부진으로 이정후에게 모든 시선이 쏠리는 건 몹시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선수들의 타구 스피드와 타구질 등이 여러모로 좋은데, 득점권 기회에서 유독 조급해하는 건 감독인 내가 먼저 조바심을 내니까 그런 듯싶다. 나부터 먼저 달라지겠다.” 홍 감독의 다짐이다.
키움은 최근 ‘타순 변화’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그 가운데, 상위 타선의 변화가 돋보인다. 5월 초 리드오프로 이동해 타격감을 찾던 이정후가 다시 3번 타자로 복귀했다.
이에 홍 감독은 “이정후가 그간 반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며 “이젠 본연의 익숙한 위치인 3번으로 돌아가 지난해 좋았던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고 했다.
홍 감독은 2021년 부임 뒤 줄곧 타선 ‘연결성’을 강조했다. 중심 타선으로 ‘연결’하는 역할은 단연 2번 타자의 몫이다. 키움이 올 시즌 내내 2번 타자를 따로 고정하지 않은 까닭이다. 매 경기 컨디션이 좋은 타자가 2번으로 나선다.
홍 감독은 키움의 2번 타자를 향해 “우린 ‘강한 2번’보단 ‘연결고리 2번’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일주일, 키움은 2번 타순에 김혜성, 이원석, 임지열, 김휘집 등 다양한 선수를 투입하는 중이다.
이처럼, 키움은 활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간 타격 부진에 시달린 키움이지만, 지난 주말 빅이닝을 두 차례 연속 성공하며 일단 급한 불을 끈 셈이다.
남은 과제인 ‘경기 초반’ 빈공을 해결할 수 있을까. 키움 타선이 보여줄 변화에 많은 이목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