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롯데 자이언츠의 ‘5월’이 그랬다
롯데는 개막 뒤 14승을 거둬 4월을 리그 1위로 마무리했다. 그런 롯데가 5월엔 비교적 고전한 건 주축 선수들 부상 때문이다.
테이블세터 황성빈부터, 외국인 타자 잭 렉스, 필승조 불펜 최준용 등 투·타에 걸쳐 차포를 다 떼어놓고 5월 일정을 치른 롯데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평소 롯데였다면, 4월에 잘했어도 5월에 부상 변수에 미끄러졌을 것”이라며 “선수단 부상에도 지난 한 달 승패 차이를 플러스(+3)로 보낸 건 확실히 의미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롯데의 고단했던 5월(이하 30일 기준) 끝엔 희소식들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30일 황성빈이 1군에 복귀했다. 이를 기점으로 부상 선수들이 하나둘씩 돌아온다.
6월 롯데가 더 강해질 까닭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 5월 롯데 외야가 그랬다

롯데 외야는 5월 주축 선수들이 우수수 이탈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주전 좌익수 황성빈이 4월 28일 키움 히어로즈전 발목 부상으로 당장 5월 전 경기를 거의 결장하다시피 했다.
올 시즌 롯데에 합류한 외야수 안권수도 5월 들어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지난 주말 고척 키움 3연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만난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안권수의 경우, 매일 체크해야 할 정도로 팔꿈치 통증을 안고 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안권수가 개막 뒤 4월에만 95타석을 소화하며 팀 리드오프로 활약했지만, 5월엔 절반 정도인 52타석 소화에 그친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릎 부상을 안고 있던 외국인 타자 잭 렉스도 5월 중순부턴 1군에서 빠졌다. 렉스는 지난해 후반기 DJ 피터스의 대체 선수로 롯데에 합류했다. 그 뒤 줄곧 맹타를 선보이며 팀 핵심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렉스 없는’ 롯데의 상위권 경쟁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을지 모른다.
이에 롯데가 대안으로 선택한 건 입단 1, 2년차 신예 김민석과 윤동희였다. 둘은 공통점이 있다. 아마야구 때는 내야수로 활약하다가 프로 무대에선 외야수로 변신했단 점이다.
이제 외야 수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찰나였을까. 롯데는 이 둘에게 덜컥 ‘중견수’ 수비 중책을 함께 맡겼다.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 ‘겁 없는’ 신인들이 5월 롯데의 히트 상품이 됐다. 특히, 롯데는 김민석을 주로 1번 타자로 기용했다. 최근 한 달 김민석(80타석)보다 더 많은 타석을 소화한 선수는 팀에선 안치홍(87타석)뿐이었을 정도다.
김민석은 5월 한 달 동안 타율 0.275, 출루율 0.333, 장타율 0.377로 활약했다. 좌완 상대론 타율 0.350으로 더 강했다. 2년차 윤동희도 5월 53타석에서 타율 0.327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뽐냈다.
5월 롯데는 주축 선수들 부재에도 신예들을 기용해 빈 자릴 메꿨다. 육성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것.
“그간 많은 부상 선수가 생겼고, 그 선수들을 대신해 김민석이 중견수로 굉장히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어린 선수이다 보니 이젠 휴식이 필요할 때다.” 서튼 감독의 말이다.
이처럼, ‘잇몸 야구’에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우려가 서서히 현실이 될 때쯤, 롯데엔 어느새 6월이 다가왔다.
서튼 감독 “부상 선수들 복귀, ‘6월’ 롯데는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30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1군에 복귀한 황성빈에 이어, 또 한 명이 복귀 준비에 나선다. 무릎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잭 렉스다.
이에 서튼 감독은 “렉스는 순조롭게 재활이 진행되고 있다”며 “팀 계획대로라면, 2군에서 곧 실전 경기를 뛸 것”이라고 전했다.
“황성빈과 렉스가 팀에 돌아올 때면, 팀에 여유가 생긴다. 둘이 없는 동안, 매일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있다. 그들에게 휴식이 필요하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 그게 가능하다. 롯데는 더 강해질 것이다.“ 서튼 감독이 밝힌 ‘6월’ 전망이다.
천군만마는 더 있다. 4월 개막 뒤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베테랑 정훈이 그 가운데 한 명이다.
정훈은 최근 경기력을 부쩍 끌어올리고 있다. 4일 퓨처스 팀에 합류한 정훈은 2군 10경기에서 타율 0.444, 출루율 0.531, 장타율 0.593으로 활약 중이다. 타격감을 회복한 정훈은 렉스와 함께 6월 롯데 타선을 이끌 유력 후보다.
마운드에도 복귀 소식이 들린다. 지난해 롯데의 토종 선발진 한 축을 책임진 ‘땅꾼’ 이인복이 돌아온다. 이인복은 2022시즌 26경기(23선발) 126.2이닝을 던져 9승 9패 1홀드 30볼넷 71탈삼진 평균자책 4.19를 기록했다.
그런 이인복이 팔꿈치 부상으로 개막 전부터 이탈했다. 이인복은 지난 1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마친 뒤 5개월여의 재활을 거쳤다. 2군 실전 등판은 이미 시작했다.
이인복은 27일 삼성 라이온즈 퓨처스 팀 상대로 선발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던지며 단 13구로 처리했다. 이날 오후 고척에서 2군 소식을 전달받은 서튼 감독은 껄껄 웃으며 “그야말로 ’이인복’스러운 투구”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롯데는 6월 ‘더 강해질’ 팀을 꿈꾼다. 그 근거론 합류가 임박한 지원군들이 있다. 지난 한 달간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낸 롯데가 다시 질주를 준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