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인천]
두산 0 - 5 SSG (인천SSG랜더스필드)
모든 환경과 조건이 SSG 랜더스 쪽으로 크게 기우는 경기였다. 전날 패배로 5위가 확정된 두산은 이틀 뒤 곧장 와일드카드 결정전 원정을 치러야 하는 상황. 이날까지 8일 연속 경기를 치르느라 지칠 대로 지친 와중에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는 경기였다. 반면 전날 승리로 3위가 된 SSG는 이 경기를 잡으면 NC-KIA전 결과에 상관없이 준플레이오프 직행이 확정되는 상황. 정규시즌 홈 최종전에 경기 후 프랜차이즈 선수 김태훈의 은퇴식까지 예정돼 있어 이겨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쳤다.
선발투수와 선발 라인업도 SSG 쪽이 우세했다. 에이스 김광현과 옛 에이스 장원준의 좌완 대결. 김광현은 호세 로하스-김재환-허경민-김재호가 전부 빠진 두산 라인업을 비교적 손쉽게 공략했다. 1회초 정수빈의 안타와 도루로 내준 무사 2루 외엔 이렇다 할 위기 없이 4회까지 순항했다. 그사이 SSG 타선은 3회말 김민식의 선두타자 홈런을 시작으로 한 이닝 4득점,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4회에도 김성현의 선두타자 홈런이 터지면서 5대 0으로 격차를 벌렸다.
잘 던지던 김광현은 5회초 1사 만루 위기에서 조수행을 좌익수 뜬공으로, 김태근을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6회에도 세 타자를 차례로 범타 처리, 6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이날의 임무를 마쳤다(90구). 시즌 16번째 퀄리티스타트. 7회와 8회는 최민준이, 9회는 이로운이 실점 없이 이어던진 SSG의 5대 0 승리. 타선에선 하재훈이 3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최종전 호투로 유종의 미를 거둔 김광현은 9승 8패 평균자책 3.53으로 2024시즌을 마감했다. 1승이 모자라 두자릿수 승리는 실패.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온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행진도 끝이 났다.
*최종전에 승리한 SSG는 10월 한 달간 12경기 10승 2패 승률 0.833을 기록하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9월까지만 해도 3위 NC에 4.5경기 차 뒤진 5위에서 보름 만에 단독 3위로 치고 올라온 SSG다.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한 SSG는 22일부터 인천 홈에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준비에 돌입한다.
*경기 후 김원형 감독은 “오늘 시즌 최종전이자 3,4위 순위가 결정 나는 긴장되는 경기임에도 선수들이 승리를 거둬 자력으로 시즌 3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시즌 막바지 치열한 순위 싸움 중에도 선수들의 집중력과 끈기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면서 “선수들에게 이 영광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오늘 김광현의 호투와 하재훈의 맹활약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모든 선수가 승리의 주역들이다. 정규시즌은 끝났지만 포스트시즌 잘 준비해서 가을야구의 감동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우리 SSG 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100만 관중의 자부심도 느끼게 해주시고 팬분들의 열정과 열광적인 응원이 아니었으면 시즌 막판 쉽지 않았다. SSG 팬분들이 있으셔서 다행이고 큰 힘이 된다”고 감사를 전했다.
*김광현은 “시즌 마지막까지 순위경쟁으로 치열한 상황에서 선수들 모두가 승리를 위한 마음이 간절했고, 오늘 승리로 3위를 결정짓게 되어 기분좋다”면서 “지난 시즌 통합 우승 이후 부담감도 있었지만, 시즌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모두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규시즌은 마쳤지만 아직 포스트시즌이 남아 있는 만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준비를 잘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팬들을 향해 “올 시즌 매 경기 마다 많은 팬분이 야구장에 방문해주신 걸 체감하는 한 시즌이었다. 팬분들의 응원 덕분에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야구를 할 수 있었고 앞으로 포스트시즌에도 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1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두산 선발 장원준은 역대 9번째 개인 2,000이닝 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전까지 2,000이닝에 4.1이닝만 남겨둔 상태였던 장원준은 3회 빅이닝을 허용하고 4회에도 대량실점 위기를 겪었지만 계속 마운드에 남았다. 기록 달성을 내년 시즌으로 미룰 생각이 없었던 두산 벤치는 장원준이 5회 1아웃을 잡자마자 바로 박신지로 투수를 바꿨다.
*1도루를 추가한 두산 정수빈은 시즌 39도루로 데뷔 첫 도루왕에 올랐다. 두산 프랜차이즈 7번째 도루왕 탄생. 종전 정수빈의 최다도루는 2014년 기록한 32도루였다. 역대 베어스 도루왕은 정수근이 4차례, 이종욱 1회, 오재원 1회 수상한 바 있다.
*5위로 시즌을 마감한 두산은 19일부터 창원NC파크에서 4위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이날 1차전 선발로 두산은 영건 곽빈을, 만약 2차전이 성사될 땐 외국인 좌완 브랜든 와델을 선발로 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