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도쿄돔에서의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단 모습(사진=스포츠춘추 DB)
지난 3월 도쿄돔에서의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단 모습(사진=스포츠춘추 DB)

[스포츠춘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세대교체’ 첫 발걸음을 뗀 한국 야구대표팀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오는 11월 16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제2회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얘기다. 기존 한국, 일본, 타이완, 그리고 ‘새 얼굴’ 호주까지 4개국이 자웅을 겨룬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30일 APBC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확정하며 모든 퍼즐을 맞췄다. 2017년 제1회 대회 이후로 6년 만에 열리게 된 APBC는 참가 선수의 나이, 연차를 제한한다. 각국 유망주들에게 국제대회 출전 기회를 부여해 ‘차세대 스타 선수들을 발굴하자’는 취지다.

3월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0월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해에만 벌써 3번째 국제대회다. 다만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운 한국 야구대표팀에 있어 이보다 더 좋은 검증 무대는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류중일 감독은 불과 한 달 전 항저우에서 유망주 위주 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수확한 바 있다. 그렇기에 KBO 또한 ‘연속성’이란 취지로 또 한 번 류중일 감독의 손을 잡았다.


제2회 APBC, 어떤 선수들이 참여하나.

APBC 대표팀 명단(표=KBO)
APBC 대표팀 명단(표=KBO)

24일 발표된 류중일호 엔트리는 24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 또는 입단 3년 차 이내(2021년 이후 입단) 선수들로 25명이 구성됐다. APBC 대표팀 선발 선수들 역시 대부분이 아시안게임 ‘금빛’ 멤버들.

그 외에는 석연치 않은 ‘부상 이슈’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했던 KIA 타이거즈 좌완 이의리가 대표팀에 다시 승선했다. 이와 관련해 KIA 관계자는 “선수 본인은 이미 아쉬움을 털어냈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또 ‘국가대표’란 자리에 자긍심을 크게 갖고 있는 친구다. 이번 APBC 대표팀 승선에 상당히 영광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는 3명까지 쓸 수 있는 29세 이하(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 와일드카드로는 SSG 랜더스 1997년생 좌타 외야수 최지훈이 뽑혀 총 26명이다.

최지훈 역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멤버였다. 이를 두고 류지현 APBC 대표팀 수석코치는 “최지훈은 전도유망한 외야수”라며 “앞으로도 한국 대표팀의 미래로 활약할 선수이기에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세대교체’ 일원으로 선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표팀 사령탑인 류중일 감독은 10월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APBC 감독 공동 기자회견에 참여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한국 대표팀 엔트리뿐만 아니라 일본, 타이완, 호주의 참가 선수들도 공개됐다.

이번 일본 APBC 대표팀에서는 일본프로야구(NPB) 통산 1,912안타에 빛나는 ‘전설’ 이바타 히로카즈가 생애 첫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일본 대표팀과는 제법 인연이 깊다. 선수로는 2013년 제3회 WBC에 출전했고, 코치로 변신한 뒤로는 2017 APBC, 2019 WBSC 프리미어12, 2020 도쿄 올림픽 대표팀을 경험했다.

최근 한국은 항저우에서 전원 사회인야구 선수로 구성된 일본을 상대해 2대 0 신승을 거뒀다. 일본은 실업야구 차원에서의 올스타를 아시안게임에 줄곧 내보내고 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늘 일본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한 까닭이다.

다만 대회명(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쉽)에서 알 수 있듯이, 이비타 감독이 이끄는 일본 APBC 대표팀은 프로 선수들로 구성됐다. 비록 ‘퍼펙트’ 투수 사사키 로키(치바 롯데 마린스), ‘거포 MVP’ 무라카미 무네타카(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 등은 없지만 한국 입장에서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이름이 많다.

일본프로야구(NPB) 요코하마 내야수 마키 슈고(사진=요코하마 구단 SNS)
일본프로야구(NPB) 요코하마 내야수 마키 슈고(사진=요코하마 구단 SNS)

그 가운데 경계 1순위는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소속 우타 내야수 마키 슈고다. 1998년생인 마키는 2년 전 NPB에 데뷔해 규정타석 소화 및 타율 0.314에 22홈런 등을 기록, 이목을 끌었다. 이는 NPB 역대 5번째 ‘신인 3할-20홈런’ 기록이자 1986년 세이부 라이온즈 기요하라 카즈히로(0.304-31홈런) 이후 35년 만이다.

올해로 프로 데뷔 3년차를 맞이한 마키는 지난 3월 5회 WBC에도 출전해 일본의 우승에 이바지했다. 그 뒤론 정규시즌을 소화해 센트럴리그 최다 안타·타점 1위에 등극하며 성장세를 가파르게 이어가고 있다. 올해 최종 기록은 143경기 동안 164안타 29홈런 103타점 타율 0.293, 출루율 0.337, 장타율 0.530.

이 때문일까. 최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류중일 감독은 다소 냉철한 진단을 내렸다.

“다른 팀도 젊은 선수 위주지만 하나같이 만만한 상대가 없다”고 강조한 류중일 감독은 “이번 APBC는 항저우 때보다 더 힘겨운 경기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제2회 APBC,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도쿄 올림픽 당시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단 모습(사진=스포츠춘추 DB)
도쿄 올림픽 당시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단 모습(사진=스포츠춘추 DB)

류중일 감독이 거듭 강조한 APBC의 키워드는 승패가 아닌 ‘발판’이었다. 대회 취지에 맞게 세대교체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류중일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이 보다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선수로 출전했던 1991년 한일 슈퍼게임 생각이 난다. 나 역시 그때 정말 많은 자극을 받았고, 또 동기부여로 삼았다. 지금의 젊은 선수들은 아마 더 값진 자산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류중일 감독이 언급한 ‘경험’의 의미다.

특히 APBC는 출전 선수들의 연령, 연차에 제한이 있기에 대부분 선수들이 비슷한 또래다. 류지현 대표팀 수석코치는 6년 전 1회 APBC에선 작전·주루코치로 참가했던 이다. 당시 대표팀엔 김하성, 이정후, 박세웅, 구자욱, 박민우 등이 출전했다.

당시를 떠올린 류지현 수석코치는 “국제대회라는 측면에서 선수들이 중압감이나 긴장하는 모습을 크게 느끼진 못했다”며 “다만 인상적이었던 건 따로 있었다”고 말했다.

“평생을 ‘경쟁’하면서 뛰는 프로 선수들 아닌가. 또래 일본, 타이완 선수들에게 자극을 크게 받더라. 휴식일에도 경기를 개인적으로 분석하거나 의욕적으로 공부하는 대표팀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류지현 수석코치의 기억이다.

류중일 감독 역시 이에 고갤 끄덕이며 “국내 선수들만 상대하는 것과 세계 각국 선수들과 맞붙는 건 분명히 다르다. 우리도 좋은 선수들이 출전한다. 다만 이번 대회를 통해 ‘우물 안 개구리’에 그치지 않고, 더 자극을 받아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APBC를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제무대에서 연이어 쓰라린 상처를 입은 한국야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새살이 돋는 과정을 거쳤다. 이제 내년 제3회 프리미어12, 2026년 6회 WBC를 넘어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의 대장정을 준비해야 한다.

세대교체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한국 야구대표팀의 ‘장기 로드맵’, 그 과정에 류중일호가 서 있다. 올 11월 중순에 펼쳐질 APBC에서 미완(未完)의 대표팀이 꾸려나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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