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O FA 자격을 얻은 LG 좌완 함덕주(사진=LG)
2024 KBO FA 자격을 얻은 LG 좌완 함덕주(사진=LG)

[스포츠춘추]

새 시즌을 향한 스토브리그가 시작됐다. 자유계약선수(FA)부터 2차 드래프트까지, 굵직한 이슈들이 올겨울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먼저 FA 시장이 열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월 15일 2024년 FA 자격 선수 34명을 공시했다.

이들은 공시 후 2일 이내인 17일까지 KBO에 FA 권리 행사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그 뒤 KBO는 마감 다음 날인 18일 해당 선수들을 FA 승인 선수로 공시할 예정이다. FA 승인 선수의 경우, 19일부터 모든 구단(해외 구단 포함)과 선수계약을 위한 교섭이 가능하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양석환(A등급),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안치홍(B등급), LG 트윈스 우완 임찬규(B등급) 등이 2024 FA ‘최대어’로 손꼽힌다. 또 내로라하는 불펜 투수들 역시 FA 자격 선수로 공시된 가운데 돋보이는 이름은 단연 LG 좌완 함덕주다.


‘KS 우승만 4차례’ 함덕주, KBO리그 최강 좌완 불펜

2023 KBO리그 최고 좌완 불펜으로 우뚝 선 LG 함덕주(사진=LG)
2023 KBO리그 최고 좌완 불펜으로 우뚝 선 LG 함덕주(사진=LG)

올해 한국시리즈를 거머쥐며 ‘29년 숙원’을 해결한 LG는 ‘물량 공세’ 불펜으로 가을야구를 지배했다. 8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이 대표적이다. 이날 선발 최원태가 1회부터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고 4실점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LG 벤치는 후속 불펜을 무려 7명이나 투입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중 한 명이 8회 초에 나와 KT 위즈 타선을 삼자범퇴로 잠재운 함덕주였다.

염경엽 LG 감독은 한국시리즈 내내 함덕주의 경험을 강조하며 “팀 위기 순간에는 함덕주를 포함해 이정용, 김진성이 구원 등판 우선순위다. 셋의 큰 무대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하듯 함덕주는 지난 11일 수원에서 15대 4로 대승을 거둔 4차전을 제외하고 한국시리즈 모든 경기를 등판했고, 4경기에서 13타자 상대로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 투구를 펼쳤다.

이로써, 함덕주는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다시 한번 손에 넣었다. 한국시리즈만 총 6차례 경험했고, 과거 두산 소속 때 2015, 2016, 2019년 이후로는 이번이 4번째 우승이다. 다만 함덕주는 포스트시즌에서만 빛난 게 아니다. 수많은 기여 속에서 함덕주의 정규시즌 역할이 있었기에 LG의 통합 우승도 가능했다.

“시즌 초반부터 마운드에서 계획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 시기를 버틸 수 있던 건 함덕주, 박명근, 유영찬, 백승현 등이 힘을 내준 덕분이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에서도, 정규시즌 도중에서도 염 감독이 늘 힘줘 말한 대목이다.

비록 팔꿈치 통증으로 8월 말부터 잠시 공백기를 거쳤지만, 함덕주는 올해 정규시즌 57경기에 등판해 4승 0패 16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 1.62를 기록했다. 필승조 일원으로 활약한 가운데 블론세이브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함덕주의 올 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2.63이다. 이는 2023 KBO리그 불펜 전체 5위, 또 왼손 불펜으론 1위에 해당한다. 통상 불펜의 팀 기여를 따질 때, 언급되는 WPA(추가한 승리 확률) 지표에서도 함덕주의 존재감은 크다. 올 시즌 불펜 WPA 리그 3위(2.27)에도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WPA도 왼손 불펜 리그 1위다.


‘C등급 아닌 B등급’ FA? 그래도 함덕주는 매력이 넘친다

LG 좌완 함덕주(사진=LG)
LG 좌완 함덕주(사진=LG)

부상을 극복하고 LG와 함께 리그 정상에 오른 함덕주가 올 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다. 함덕주는 1995년생으로 KT 우완 주권과 함께 이번 FA 자격 선수 명단에서 가장 어리다. 나이가 20대 후반이라는 게 장점이다.

그런 함덕주가 올 시즌 개막 전부터 매력적으로 평가받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당초 이번 FA에서 C등급을 받을 거란 전망이 있었기 때문. KBO는 리그의 전력 불균형 해소 및 선수 권익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2021년부터 FA 등급제를 도입한 바 있다. FA에 앞서 3년 평균 연봉 및 평균 옵션 금액으로 순위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것.

FA 시장에서 C등급(구단 연봉 순위 11위 이하, 전체 연봉 순위 61위 이하) 선수를 영입할 경우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년도 연봉의 150%만 보상하면 된다. 하지만 함덕주는 예상과 달리 이번 FA 자격 선수 명단에서 B등급(구단 연봉 순위 4위~10위, 전체 연봉 순위 31위~60위)을 받았다.

15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LG 관계자는 “함덕주는 인센티브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변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올해 워낙 잘한 선수 아닌가. 이 때문에 팀에서는 B등급, C등급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기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크게 놀란 건 없었다”고 했다.

함덕주는 LG의 통합 우승 핵심 전력이다. 원소속팀인 LG 입장에선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없다. 다른 팀에서 함덕주를 FA로 영입하려면 보호선수 명단 25인 외 보상선수 1명과 함께 전년도 연봉 100%를 지급하거나 보상 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200%를 내줘야 한다. C등급보다 B등급이 영입 난이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함덕주는 시장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선수다. 서른 이전 FA에 더해 건강 이슈를 떨쳐내고 올해에만 정규시즌을 비롯해 가을야구까지 총 61경기를 소화했다. 야구에서의 좌완은 항상 품귀 현상을 빚는다. 올해 KBO리그만 해도 좌완(3,576)과 우완(9,258)을 비교하면 전체 소화 이닝 차이가 상당하다.

이는 불펜 또한 좌완(1,201이닝), 우완(4,172이닝)으로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리그 최강 왼손 불펜 함덕주가 FA 시장에 나왔다. 뒷문 보강을 원하는 팀들은 군침을 흘릴 만하다. ‘불펜 최대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함덕주의 올겨울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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