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합류한 우완 김재윤(사진 왼쪽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내야수 안치홍(사진=삼성, 한화)
삼성에 합류한 우완 김재윤(사진 왼쪽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내야수 안치홍(사진=삼성, 한화)

[스포츠춘추]

롯데 자이언츠, KT 위즈는 올겨울 FA(자유계약선수) 이탈을 겪었다. 전력의 주축을 나란히 잃은 두 팀은 이제 보상선수 지명을 앞두고 있다.

롯데는 2020년부터 최근 4년간 주전 2루수로 활약한 베테랑 안치홍이 팀을 떠났다. 11월 20일 한화 이글스에서 FA 안치홍을 최대 6년 72억 원에 붙잡은 것. FA 시장이 열린 지 이틀 만이었다. 앞서 개장 첫날 프랜차이즈 스타 전준우를 4년 최대 47억 원에 눌러 앉힌 롯데는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 압박 여파로 경쟁에서 밀렸고, 안치홍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안치홍은 이번 FA에서 B등급을 받았다. 롯데는 한화로부터 보호선수 명단 25인 외 보상선수 1명을 지명한 뒤 동시에 안치홍의 전년도 연봉 100%(5억 원)를 받게 된다.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200%(10억 원)를 선택할 수도 있다.

KT도 팀 주축 선수가 FA 이적을 택했다. 그간 팀 뒷문을 책임진 마무리 김재윤이 22일 4년 최대 58억 원 규모 계약을 맺고 삼성 라이온즈로 향했다. 김재윤 역시 B등급 FA다. 삼성은 KT에 25인 외 보상선수, 그리고 김재윤의 전년도 연봉 100%(3억 6천만 원) 혹은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200%(7억 2천만 원)를 내줘야 한다.

한화와 삼성은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호선수 명단을 고르고 또 골랐다. ‘옥석 고르기’에 나선 롯데와 KT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승회 이후 보상선수 성공사례 없는 롯데, ‘창단 첫 보상선수 지명’ 앞둔 KT

김승회는 2014년 롯데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면서 야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를 보냈다(사진=롯데)
김승회는 2014년 롯데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면서 야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를 보냈다(사진=롯데)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상 FA 획득 팀은 제169조 제2항에 따른 총재의 공시 후 3일 이내에 보호선수 명단을 원소속팀에 제출해야 한다. 22일 안치홍의 영입 공시가 이뤄진 한화의 경우, 이미 24일에 롯데로 명단을 보낸 상황. 롯데는 3일 내인 27일까지 결정하면 된다.

이를 두고 박준혁 롯데 단장은 25일 오후 스포츠춘추와의 통화에서 “보상선수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최선의 선택을 내기 위해 현장과 프런트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했다. 마감 기한인 27일까지 꽉 채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롯데는 지난 몇 년간 FA 보상선수 지명 결과가 그리 좋지 못했다. 2013년만 해도 홍성민(FA 김주찬, ↔KIA 타이거즈)과 김승회(FA 홍성흔, ↔두산 베어스) 등 보상선수 성공신화를 쓴 롯데였기에 그 아쉬움이 더 진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둘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쌓아 올린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7.16에 달한다.

그 뒤 롯데는 보상선수 관련해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심수창의 이적 후 합류한 우완 박한길은 1군에서 단 9경기 등판만 남기고 2020년 방출됐다. 황재균, 강민호를 떠나보낸 2018년엔 반대급부로 조무근, 나원탁을 지명했다. 그 둘은 2022, 2023년 차례대로 은퇴를 선택해 더 이상 현역이 아니다. 조무근은 2024년부터 잔류군 드라이브라인 코치로 변신한다.

박한길-조무근-나원탁의 롯데 시절 WAR 총합은 마이너스(투 -0.06, 타: -0.32)를 찍었다. 또 2022년 손아섭의 NC 다이노스 이적 후 거인군단 일원이 된 우완 불펜 문경찬은 최근 2시즌 동안 40경기 1승 3패 1홀드 평균자책 6.80에 그쳤다. 올해만 해도 1군 등판(2경기)보다 2군(29경기)에서 보낸 시간이 더 잦았던 문경찬이다(26일 방출 결정). 롯데의 보상선수 실패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21시즌 KT 백업 포수로 알짜배기 활약을 펼쳤던 베테랑 포수 허도환은 지난해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다(사진=KT)
2021시즌 KT 백업 포수로 알짜배기 활약을 펼쳤던 베테랑 포수 허도환은 지난해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다(사진=KT)

KT는 다른 의미에서 고심이 깊다. 2013년 팀 창단 이래 보상선수 최초 지명에 나서기 때문이다. KT 소속 선수가 FA를 통해 타 팀으로 이적한 건 2022년 허도환이 첫 번째 케이스다. 당시 2년 총액 4억 원에 FA C등급 선수 허도환을 영입한 LG는 별도 보상선수 없이 그해 연봉 150%(1억 1천2백5십만 원)만을 지급한 바 있다.

보상선수가 발생하는 FA 유출은 올겨울이 처음이다. 김재윤의 FA 이적 공시는 지난 24일 이뤄졌다. 삼성은 27일까지 보호선수 명단을 넘기면 된다. 그 이후 KT에도 사흘의 시간이 주어진다. 최종 결정은 넉넉잡아 오는 30일까지 걸릴 수도 있다.

25일 통화에서 “기간이 좀 남아 아직 명단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 나도현 KT 단장은 “현장, 분석팀과 계속 소통 중이다. 보상선수 지명은 그런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 우리가 원하는 선수가 나오면 제일 좋겠지만, 상대측(삼성)에서 당연히 대비하고 나올 듯싶다. 일단 명단을 받아봐야 안다”며 말을 아꼈다.


치열한 보상선수 눈치싸움, 변수도 많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새 일원이 된 내야수 오선진(사진 왼쪽부터), 최항(사진=한화, SSG)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새 일원이 된 내야수 오선진(사진 왼쪽부터), 최항(사진=한화, SSG)

한 야구계 관계자는 “보상선수 눈치싸움은 항상 치열했다”“보호선수 명단을 꾸리는 팀 입장에선 상대 팀의 취약 포지션을 고려해 그쪽을 더 묶는 전략을 펼쳐왔다”고 했다.

22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2023 KBO 2차 드래프트’는 보상선수 전략 관련 힌트가 될지 모른다. 이날 롯데는 2라운드 오선진(한화), 3라운드 최항(SSG 랜더스)을 지명하며 내야 보강에 힘썼다. 안치홍이 떠났지만 내야 자원이 많아진 롯데는 교통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내야 자원에 투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때 약점이었던 포수도 유강남 영입, 손성빈 전역으로 해결됐다. 선택지가 외야 및 마운드로 좁혀지는 까닭이다. 특히 롯데는 불펜 보강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의 외야진 구성을 고려하면, 이번 보호선수 명단에는 투수가 더 많이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 외야수 WAR 총합은 2019년부터 최근 5년 사이 KBO리그 10팀 가운데 9-9-10-10-8위에 해당한다. 한화가 과연 투수 보호 전략을 가져갔을지, 또한 그럼에도 롯데가 투수 지명을 선택할지 궁금해진다.

한편 KT는 2차 드래프트에서 잠수함 우규민(1R, 전 삼성), 우완 이태규(2R, 전 KIA), 내야수 김철호(3R, 전 NC)를 뽑았다. 그중 투수인 우규민은 KT의 젊은 불펜에서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역할이, 신예 이태규는 장기적으로 선발 육성이 기대되는 선수다.

마운드는 어느정도 보강했지만 좌완투수 기근은 그대로다. 올해 정규시즌 15이닝 이상 던진 좌완은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160이닝 투구) 한 명뿐이다. 이어진 가을야구에서도 왼손 옵션은 벤자민이 유일했다. 25인 외에 좌완투수가 있다면 KT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KT 루키 외야수 정준영(사진=KT)
KT 루키 외야수 정준영(사진=KT)

현시점 KT 주전 선수층의 나이를 고려하면 야수 보강 필요성도 점쳐진다. 지난 13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의 경우, KT 선발 야수들의 평균 연령은 31.8세. 심지어 열아홉 루키 정준영이 반영된 결과다. 젊고 잠재력 있는 야수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되는 이유다.  

포지션과 상관없이 가장 가치있는 선수를 데려오는 선택지도 있다. 2021년 박해민의 보상선수로 포수 김재성을 선택한 삼성이 좋은 예다. 삼성은 주전포수 강민호를 비롯해 김도환, 이병헌 등 포수 유망주가 많은 구성이었지만 포수를 선택했다. KT 역시 당장 ‘가려운 곳’을 긁기보다는 삼성의 ‘26번째 선수’를 지명할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키움 히어로즈처럼 군입대를 앞둔 선수를 지명하는 것도 방법이다. 키움은 2023시즌을 앞두고 롯데로 이적한 한현희의 FA 보상선수로 군입대를 앞둔 우완 사이드암 유망주 이강준을 지명했다. 이강준은 당시 상무 입대 전이라 군 보류 선수로 자동보호가 되질 않았고, 이를 눈여겨본 키움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풀린 이강준을 선택한 것. 바로 쓸 수 없는 선수지만 2년 뒤 미래를 고려한 판단이었다.

한화와 삼성에는 올해 12월 상무 입대자들이 있다. 만일 해당 선수들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진다면 롯데, KT가 그 ‘빈틈’을 노리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두 팀은 주축 선수 이탈이란 위기에서 또 하나의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11월이 가기 전 새 유니폼을 입게 될 선수들의 모습에 많은 이목이 쏠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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