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내야수 문현빈(사진=한화)
한화 만능 유틸리티 문현빈(사진=한화)

[스포츠춘추]

한화 이글스는 올겨울 스토브리그에서 베테랑 수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먼저 FA(자유계약선수) 시장 개장 이틀 만에 내야수 안치홍을 최대 6년 72억 원에 붙잡았다. 보석 수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화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외야수 김강민을 4라운드 22순위로 지명했다.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만 총합 7개인 베테랑 2명이 독수리 군단에 합류한다. 안치홍은 과거 KIA 타이거즈 소속으로 2009,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또 SSG 랜더스에서만 23년을 활약한 김강민은 2007, 2008, 2010, 2018, 2022년 등 5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지난 몇 년간 리빌딩에 진심을 쏟았던 한화는 선수단이 비교적 ‘젊은’ 팀이다. 올 시즌만 해도 개막 전 선수단 52명의 평균 연차가 8.3년이다. 이는 KBO리그 올해 평균 8.5년보다 낮은 수치다. 선수단 평균 연령의 경우에는 27.9세로 10개 팀 가운데 7위에 해당한다.

이에 산전수전 다 겪어본 안치홍, 김강민의 경험이 유망주 위주인 한화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문현빈과 같은 핵심 기대주 자원에게도 많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 젊은 선수층에 모범 보일 베테랑 안치홍·김강민 수혈

2024시즌 새롭게 독수리군단에 합류한 안치홍, 김강민(사진=한화, SSG)
2024시즌 새롭게 독수리군단에 합류한 안치홍, 김강민(사진=한화, SSG)

FA 계약 뒤 안치홍은 구단을 통해 “한화가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이기 때문에 베테랑으로서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한화를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한화는) 능력은 충분히 갖췄으나 경험이 다소 부족한 어린 친구들이 있어 지금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다만 가능성이 분명히 큰 팀”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990년생인 안치홍은 내년이면 34세 시즌을 맞이한다. 하지만 여전히 기량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당장 올 시즌만 해도 121경기에 출전해 8홈런 63타점 타율 0.292, 출루율 0.374, 장타율 0.400을 기록했다. 안치홍의 최근 3년 OPS(출루율+장타율) 또한 0.800일 정도로 꾸준한데, 참고로 이는 안치홍의 통산 14시즌 OPS와 동일하다.

젊은 선수들에게 이보다 더 모범을 보일 수 있는 교과서가 있을까. 특히 한화는 이미 성공사례를 야무지게 맛본 팀이다. 올해 MVP 컨텐더로 각성한 입단 5년차 내야수 노시환이 대표적이다. 노시환은 지난겨울 팀에 가세한 채은성의 내·외적인 도움을 받아 리그 정상급 타자로 변모했다.

또 주 포지션 2루뿐만 아니라 1루 수비도 능숙한 안치홍은 지난해부터 1루 출전 비율을 늘려 수비로만 446이닝(2루 1,524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한화는 안치홍의 합류로 채은성(올해 우익수 171.1이닝), 문현빈(올해 중견수 519이닝) 등의 외야 출전 빈도를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2루 자원인 정은원도 2024시즌 외야수비 겸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화의 향후 유동적인 포지션 운용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화 외야 또한 이적생 김강민의 존재가 두터울 전망이다. 2차 드래프트 종료 뒤 충격과 공포의 시간이 야구계를 맴돌았지만, 선수 본인이 고심 끝에 현역 연장을 선언했다. 이에 내년 시즌 김강민은 새 둥지에서 뛰게 됐다.

김강민은 1982년생으로 오는 42세 시즌을 소화한다. 올해 비록 아쉬운 성적에 그쳤지만, 1년 전 정규시즌(84경기 OPS 0.824)에 가을야구(5경기 OPS 1.500) 맹활약으로 SSG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2차 드래프트 직후 연락이 닿은 한화 관계자는 “외야 포지션에 김강민이 필요했다. 우리는 베테랑 외야수가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외야 뎁스 보강 의지를 처음부터 계획하고 있었다”고 했다.

한화는 올해 외야에서 이진영(26세), 문현빈(19세), 장진혁(30세), 이원석(24세), 최인호(23세) 등을 중용했다. KBO리그 대표 ‘명수비수’ 김강민의 존재가 한화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2020년에 입단해 국가대표 리드오프로 성장한 SSG 외야수 최지훈은 김강민 곁에서 차근차근 후계자 수업을 받아 팀 주축으로 우뚝 선 케이스다.

무엇보다, 한화는 2024시즌 새 외국인 선수로 합류하게 된 외야수 요나단 페라자가 1998년생으로 무척 젊은 축에 속한다. 이와 같은 팀 상황을 콕 집은 구단 관계자는 “김강민이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나 경험도 장점이다. 우리 팀에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대 경험까지 추가한 문현빈 “어느 포지션이든 자신 있다”

한화 내야수 문현빈(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한화 내야수 문현빈(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두 베테랑의 한화 합류로 가장 많은 이목이 쏠리는 건 역시 문현빈이다. 2004년생 신예 문현빈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고졸 루키지만, 곧바로 4월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고 시즌 내내 한 차례의 1군 말소 없이 시즌을 완주했다. 

문현빈은 프로 첫해 정규시즌 기록은 137경기 114안타 5홈런 49타점 5도루 타율 0.266, 출루율 0.324, 장타율 0.362다. 한화 소속 고졸 신인 선수가 한 시즌 100안타를 돌파한 건 문현빈이 처음으로, 무려 ‘레전드’ 김태균과 올 시즌 리그 홈런왕인 노시환도 정복하지 못한 고지다. 시즌 종료 후에는 류중일호에 승선하며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주전 좌익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1년 내내 페이스 조절이라든지 내 방향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 왔는데, 여전히 끝이 없는 것 같다. 내년에도 이런 고민을 통해 계속 더 발전하고 싶다.”

그 누구보다 숨 가쁜 열아홉 한 해를 보낸 문현빈의 소회다.

지난달 말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양준혁 재단 주최 ‘제11회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 만난 문현빈은 11월 APBC 대표팀 경험을 언급하며 “나와 비슷한 나이인데도 잘하는 선수들이 참 많더라. 난 아직 부족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준비된 모습이 내게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내년 한화에는 안치홍, 김강민 두 베테랑이 합류한다. 이와 관련해 “너무 든든하다”고 말한 문현빈은 “올해만 해도 (채)은성 선배님께 많은 조언을 구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두 선배께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안)치홍 선배는 어려서부터 굉장히 존경하던 선수”라고 했다.

문현빈은 내·외야 전천후 유틸리티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올 시즌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한 가운데, 중견수로도 70경기(64선발)를 경험했다. 내야에서는 주 포지션인 2루(54경기 42선발 358이닝)를 책임지는 경기가 많았다. 다만 팀에 새로운 선수들이 온 만큼, 문현빈의 내년 수비 포지션을 향해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자가 이를 묻자, 문현빈은 “올 시즌 포지션을 신경 쓰다가 내가 가진 페이스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내년에는 포지션 상관없이 단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또한 “올해 2루와 외야 수비를 비슷한 비율로 뛰었는데, 어느 포지션이든 잘할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APBC에서의 코너 외야수 소화도 큰 자산이 됐다. APBC에서 3경기를 선발 출전한 문현빈은 지명타자(1경기)와 좌익수(2경기)를 오갔다. 가장 중요한 순간, 문현빈이 선 자리는 좌익수였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19일 일본과 맞선 APBC 결승전에서도 문현빈을 선발 좌익수로 내세운 것.

문현빈이 이 때를 떠올리며 “코너 외야 수비는 고교야구, 프로 무대 통틀어 처음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수비 관련해서 그 중압감이 상당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오히려 자신감이 붙었다. 토너먼트 단기전인데도 나를 믿고 류중일 감독님께서 수비를 맡기신 것 아닌가. 이번 대표팀 경험으로 많은 걸 얻었다”고 말한 까닭이다.

2019년을 기점으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또다시 변화를 도모한다. 올겨울에는 안치홍, 김강민의 베테랑 DNA를 수혈했다. 다가오는 2024시즌, 베테랑과 신예들이 일궈낼 독수리 군단의 하모니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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