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강속구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올 시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설 수 있을까. 포스팅 마감까지 이제 채 하루도 남지 않았다.
고우석은 지난해 12월 5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포스팅 공시됐다. 친구이자 처남인 이정후와 함께 MLB 30개 구단과 30일간 협상할 권한을 얻었다. 그 기한은 미국 동부 기준 1월 3일 오후 5시, 한국시각으로 1월 4일 오전 7시에 끝난다.
이 시점까지 MLB 구단과 계약을 맺지 못하면 고우석은 올 시즌 미국에 진출할 수 없다. 1년 더 KBO리그 무대에서 활약한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재도전해야 한다.
한날한시에 포스팅 된 이정후는 이미 메이저리거가 됐다. 지난달 명문구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보장 1억 1,3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화려하게 미국 입성에 성공했다. 벌써부터 스타 탄생 조짐이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에선 이정후를 주전 중견수-리드오프로 기용할 계획을 밝혔고, 각종 통계 예측 시스템도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다.
반면 고우석은 해를 넘긴 아직도 조용하다. 포스팅 당시만 해도 전문가 사이에선 고우석의 미국행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의견이 많았다. LG 트윈스 구단도 차기 마무리 투수를 준비하는 등 고우석의 미국 진출에 대비했다. 과거 오승환, 김광현 등이 활약한 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고우석에게 관심이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로는 추가로 나온 소식이 없다.
이와 관련해 MLB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올겨울 시장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면서 “최대어 급이 아닌 선수들은 장기전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선발투수 시장도 야마모토 요시노부 계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실상 정지 상태였다. 야마모토의 LA행이 결정되자 조금씩 움직이는 분위기다. 불펜 투수 시장 역시 조시 헤이더, 아롤디스 채프먼, 로버트 스티븐슨 같은 대어급이 아직 미계약 상태로 남아 있어 그보다 아랫급 투수들은 계약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우석으로선 30일이란 시간제한이 있는 게 아쉬운 상황이다.”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헐값엔 안 간다” 고우석, 만족스러운 계약 따낼 수 있을까
고우석은 이미 “미국에 가더라도 헐값에는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태. LG 구단에 미국행 의사를 전하는 자리에서 선수 측이 먼저 이야기한 전제 조건이다. 갈 때 가더라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진출하겠다는 생각이다.
한 MLB 구단 아시아 스카우트는 “고우석이 만약 올해 KBO리그에 남더라도 크게 나쁠 것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고우석이란 선수의 존재를 알게 됐고, 스카우트 레이더에 포착된 것만으로도 성과라는 평가. 이 스카우트는 “고우석이 올해 LG에서 뛴다면, 이전보다는 좀 더 관심 있게 지켜볼 예정이다. 구단에서도 고우석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올 것”으로 내다봤다.
고우석은 지난해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 3.68로 커리어로우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만약 올 시즌 화려한 반등에 성공한다면, ‘26세’ 젊은 FA 투수라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할 기회가 있다. 앞의 스카우트는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FA로 가는 것도 방법”이라며 “올겨울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마쓰이 유키도 부진한 시즌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뛰어난 성적을 냈고 덕분에 좋은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고우석의 미국행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올겨울 윈터미팅 기간을 전후해 복수 구단이 고우석 측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구단은 현재도 고우석 측과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다. MLB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구단들과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란 얘기가 들린다. 포스팅 마감 직전에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과거 포스팅으로 미국에 진출한 선수 중에도 데드라인 직전 극적으로 계약에 성공한 사례가 있었다. 2012년 LA 다저스와 계약한 류현진이 그랬고,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포스팅 마감 하루 전에 계약한 김하성 사례도 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고우석의 포스팅 드라마도 막판 반전과 함께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