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몸 상태가 너무 좋다. 원래 목표(155km/h)보다 조금 더 상향조정해도 될 것 같다.”
‘준비된’ 신인의 미소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 육선엽 얘기다.
삼성은 지난해 ‘2024 KBO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1라운드 4순위로 장충고 육선엽을 지명했다. 2005년생인 육선엽은 190cm·90kg 체격 조건을 자랑하며 2023년 고교야구 공식전 12경기에 등판해 21.2이닝을 던져 2승 0패 평균자책 0.41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은 그런 육선엽을 두고 “특유의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150km/h대 속구를 지녔다”면서 “대형 투수의 잠재력을 갖췄다. 향후 선발진 한 축을 맡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선수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쏟고 있다”고 말한 이종열 삼성 단장 역시 특급 신인을 향해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다만 ‘루키’ 육선엽의 프로 무대 첫 스프링캠프는 1군 시작이 아닐 전망이다. 비단 육선엽뿐만이 아니다. 신인 투수진 전원이 2군 퓨처스팀 캠프에서 시작한다. 이에 이 단장은 “오버페이스 방지 차원이다. 신인 선수들은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아무래도 굴뚝 같지 않겠나. 1, 2군 캠프 모두 마찬가지로 신인들이 무리하지 않도록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반면 야수는 다르다. 현장 요청이 있다면 1군 캠프를 경험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새해를 맞아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육선엽은 “어느 캠프라도 마음가짐은 달라지지 않는다. 똑같이 준비하겠다. 첫 시즌인 만큼 떨리지만, 몸을 차근차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육선엽 “꿈만 같았던 ‘라팍’, 하루빨리 내 무대로 만들고 싶다”

육선엽은 지난 11월부터 경산 2군 시설에 합류해 프로 무대 첫발을 본격적으로 내디뎠다. 당시를 떠올린 육선엽은 “기대한 것보다 더 놀랐다.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도 그렇고, 프로는 정말 다르더라. 설레는 기분과 함께 ‘내가 정말 잘해야겠구나’라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참고로 최근 경산 볼파크는 노후화된 시설을 수리하기 위해 개·보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신인 선수들은 STC(삼성 트레이닝 센터)와 대구 라이온즈파크 등으로 나눠 몸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지명 직후 드래프트장에서 만났던 육선엽은 “라팍은 꿈만 같은 무대이기에 기대가 크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마주한 라팍은 어땠을까. 먼저 지난해 10월 14일 홈 최종전에서 시구자로 마운드에 오른 소감을 묻자, 육선엽은 “경기장을 가득 채워 주신 팬들 덕분에 웅장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단순 시구인데도 너무 행복했다. 그때를 떠올리면 하루라도 더 빨리 1군 마운드에 서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웃었다. 특히 그 순간이 더 빛났던 건 베테랑 포수 강민호의 존재 덕분이다.
이에 “항상 우러러봤던 대선배가 내 공을 받아주셨다”고 말한 육선엽은 “또 안아주신 게 기억난다. 시구가 끝난 후에는 따로 만나 칭찬도 많이 해주셨다. 빨리 성장해 1군에서 (강)민호 선배와 호흡을 맞추고 싶다. 영광의 순간 아닐까. 내겐 남다른 동기부여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 웅장했던 무대에 다시 한번 오른 건 한 달여 뒤였다. 지난 11월 25일 ‘라팍 운동회’에 유병선, 정민성, 김재형, 김호진 등 2024 신인 동기들과 함께 색다른 퍼포먼스를 펼친 것. 육선엽은 앞 동료들과 ‘초신성 플래시맨’ 복장을 입고 춤을 춰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육선엽은 웃음과 함께 이때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동기 선수들의 끼가 워낙 많다. 팬들께 인사드리는 자리라서 다들 ‘이왕이면 제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노래와 춤은 (이)호성이 형이 추천했는데, 모두 재밌게 즐긴 듯싶어 더 뿌듯한 기분이다.”
‘루키’ 육선엽 “내 꿈은 157km/h 돌직구 던지는 선발 투수”

육선엽의 2023년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각고의 노력으로 일궈낸 사자군단 유니폼이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를 두고 육선엽은 “지난해 초반에는 페이스가 정말 좋지 않았다. 동계 훈련까지 잘 마친 상황에서 나 자신에게 실망감이 들더라. 그걸 극복해 맺은 결실이 삼성 지명이기 때문에 더 각별하다”고 했다.
한 해 동안 계속된 ‘체력’ 꼬리표도 선수를 괴롭혔다. 이는 지난 9월 타이완 타이중에서 열린 제31회 WBSC U-18 야구월드컵에서 청소년 대표로 출전한 뒤에나 다소 수그러들 수 있었다. 당시 육선엽은 네덜란드전(3-1 승리), 호주전(3-0 승리)에 모두 선발로 등판했고, 총합 10이닝 1실점으로 맹활약하며 한국의 동메달(3위) 수상에 크게 이바지했다.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도 분명히 있었다. 다만 ‘긴 이닝을 던질 수 없다’는 시선이 서운하기보다는,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많은데, 그중 ‘하나의 과정’이라고 믿고 묵묵하게 돌파구를 찾는 데 집중했던 게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만 18세 나이에 이보다 더 단단한 심지를 갖출 수 있을까. 육선엽의 목소리에는 자신을 향한 확신이 가득했다.
육선엽은 이제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다. 출발선을 향해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구단만큼이나 육선엽 또한 오버 페이스를 경계한다. 이와 관련해 육선엽이 “현재 몸 상태가 너무 좋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운동 능력은 꾸준히 100%로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몸이 덜 피곤하게, 무리 없도록 시즌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말한 까닭이다.
하지만 육선엽은 볼 스피드 향상을 향한 열망을 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의 꿈이 ‘돌직구를 던지는 선발 투수’다. 구체적인 수치(157km/h)도 언급됐다. “처음에는 155km/h를 목표로 했는데, 최근 몸 상태를 고려하면 더 올려도 될 듯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 끝으로 육선엽은 “나를 향한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그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며 힘찬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