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와 강한울의 협상이 난항이다(사진=삼성)
삼성 라이온즈와 강한울의 협상이 난항이다(사진=삼성)

 

[스포츠춘추]

“계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내부 FA(프리에이전트) 내야수 강한울과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다른 내부 FA 오승환, 김대우와 비교해도 워딩에서 느껴지는 온도 차가 확연하다. 반면 선수 측은 기간과 총액 등 큰 틀에 어느 정도 합의하고 옵션 조율만 남겨둔 상황이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 이종열 단장은 새해 첫날 스포츠춘추와 통화에서 “강한울과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선수 측이 원하는 금액도 그렇고, 팀 샐러리캡을 고려하면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워딩만 보면 마치 선수 쪽이 무리한 조건을 요구해서 계약이 난항인 것 같은 뉘앙스다. 이 단장은 3일 통화에서도 ”처음 선수 쪽이 요청한 조건은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을 불렀다. 기간도 그렇고 금액도 그렇고 구단이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한울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한다(사진=삼성)
강한울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한다(사진=삼성)

 

오승환이 우선인 삼성, “팀이 필요한 우선 순위 있어, 강한울은 후순위”

이종열 단장이 말한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이란 협상 초반 선수 측이 제시한 조건을 가리킨다. 취재를 종합하면, 강한울측 대리인과 삼성(운영팀장)은 FA 시장이 열린 뒤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다. 11월 말 선수 측에서 먼저 생각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때까지는 양측이 생각하는 조건의 차이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는 답을 건넸다.

이후 삼성은 내부 논의를 거쳐 12월 20일 정식 오퍼를 전달했다. 구단 쪽 조건은 앞서 계약한 KIA 외야수 고종욱과 기간은 같고 총액은 약간 적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총액에서 1/4 정도를 옵션으로 구성했는데, 선수 측에선 이 옵션 내용을 놓고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흘 뒤 강한울 측은 큰 틀에선 동의한다는 입장과 함께 옵션 세부 내용을 조율하자는 답신을 보냈다. 

그러나 이후 구단에서 열흘 넘게 답이 없었고, 갑자기 협상 결렬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선수 측에서 밝힌 얘기다. 기간, 총액 등 큰 틀에선 합의를 마쳤고 옵션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차이가 크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반면 삼성 쪽 입장은 다르다. 오퍼를 한 것은 맞지만, 선수 측에서 빠르게 답을 주지 않았고 이를 부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였다는 스탠스다. 이종열 단장은 “분명히 그렇게 오퍼를 했었다. 하지만 그쪽에서 답이 없다가 옵션 얘기를 하더라“면서 ”우리 팀이 필요로 하는 우선순위가 있는데, 미안하지만 강한울은 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지 않나. 기록이나 여러 면에서 사실 진작에 계약이 끝났어야 하는데, (기다릴)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샐러리캡을 초과하지 않고 올겨울을 넘기는 게 목표인 삼성은 우선순위인 선수들만 계약해도 샐러리캡이 꽉 찬다는 계산이다. 우선 간판스타 오승환의 FA 계약이 걸려있다. 구단과 오승환은 2년 기간까지는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총액에서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도 오랫동안 기다려온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FA 기회라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올 정도로 의욕이 넘친다. 합리성보다는 자존심과 상징성 등을 어필하는 선수 측 협상 전략에 좀처럼 장단을 맞추기 어려워 협상이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 

여기에 불펜투수 임창민도 협상 우선순위에 올라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단장은 “오승환 선수가 걸려있지 않나. 우리 팀 선수도 있고, 데려오고 싶은 다른 팀 선수도 있다 보니 쉽지 않다.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팀 선수가 바로 임창민이다. 우선 순위 선수들과 계약하면 샐러리캡이 한계치에 도달하는데, 여기에 강한울 계약을 얹으면 100% 상한선을 초과한다는 계산이다.

강한울은 2022시즌 3할대 타율로 맹활약했지만 지난 시즌엔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사진=삼성
강한울은 2022시즌 3할대 타율로 맹활약했지만 지난 시즌엔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사진=삼성

냉정하게 보면 강한울이 삼성 선수단 구성에서 우선순위가 아닌 건 사실이다. 삼성 내야엔 이재현, 김지찬, 김영웅 등 키워야 할 선수와 멀티 요원 류지혁이 있다. 강한울의 지난 시즌 기록도 72경기 타율 0.217에 OPS 0.551로 좋지 않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타율 0.323에 OPS 0.773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쳐 기대가 컸지만 중요한 FA 시즌을 아쉬운 성적으로 마감했다. 

다만 내야 멀티포지션 자원이고 컨택과 주력을 겸비해 활용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 이에 삼성도 긍정적으로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해가 바뀌고 여러 상황이 달라지면서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단장은 “(계약을) 먼저 빨리 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후순위이기 때문에 좀 어렵다”면서 부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아직 여지는 남아있다. 이종열 단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완전한 결렬을 말하진 않았다. 그간 운영팀장이 협상을 진행하다 단장이 배턴을 이어받으면서 내부 교통정리가 덜 됐을 가능성도 있다. 일단 구단과 선수 측은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쉽고 빠르게 끝날 줄 알았던 내부 FA 협상이 예상과 달리 길고 지리하게 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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