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SSG 랜더스는 오는 1월 21일 인천 송도에서 새 BI와 유니폼을 공개하는 행사를 연다. 지난겨울 여러 사정으로 열지 못했던 ‘팬 페스티벌’ 행사를 겸해서, 구단 이미지를 ‘새로고침’하는 목적의 이벤트다.
흔한 연례행사 중 하나인 팬 페스티벌이지만 지금의 SSG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다. SSG는 그야말로 고난과 역경 가득한 지난 일 년을 보냈다. 이른바 ‘비선실세’ 논란을 시작으로 추신수 논란, 김원형 감독 경질 논란, 김강민 사태 등 2023년 내내 온갖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실망한 팬들은 처음엔 질책으로, 다음엔 분노로, 나중엔 냉소로 반응했다. SK 시절부터 항상 끈끈했던 팬들과의 거리가 소원해진 감이 없지 않았다.
창단 초기 긍정 일색이었던 구단 이미지는 연일 터지는 부정적 뉴스에 빛이 바랬다. 선수단과 구단 구 성원들의 자존심에도 생채기가 났다. SSG는 이날 행사에서 새로워진 구단의 이미지를 선보이고, 멀어진 팬들과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히길 기대하고 있다. 이런 바람이 통했는지, 행사 입장권은 예매 오픈 3분 만에 매진됐다.

이숭용 감독, 김재현 단장 체제 구축… 흔들리던 랜더스호 안정 찾았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모든 걸 집어삼킬 듯한 태풍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힘겨운 겨울을 보낸 랜더호도 해가 바뀌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뜨거운 감자였던 감독 자리는 이숭용 전 KT 단장이 임명됐다. 1년 만에 다시 공석이 된 단장직은 김재현 전 LG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가 맡았다.
야구계에선 SSG가 악조건 속에 비교적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숭용 감독은 현장 코치와 단장, 육성총괄까지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고 현역 시절엔 리더십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단장 마인드’로 사고할 줄 안다는 게 장점이다. 그날의 승리가 중요한 현장 감독과 달리 단장은 구단의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자리다.
이런 이 감독의 사고방식은 ‘세대교체’를 추구하는 구단과도 코드가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 이숭용 감독은 부임 당시 자신의 인터뷰를 하나하나 다시 읽으면서 리마인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한 말을 지키고 초심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김재현 단장 역시 은퇴 후 타격코치와 해설위원,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까지 여러 분야를 거쳤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지만 현장에만 머물지 않고 미디어와 구단 프런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팀 레전드 출신으로 SSG 구성원과 내부가 돌아가는 방식을 잘 아는 것도 장점이다. ‘외부인사인 듯 내부자 같은 외부인사’로서 앞선 수뇌부의 경험부족으로 야기된 혼란을 수습하기에 알맞은 프로필을 갖췄다.
김 단장은 부임 이후 선수단 연봉 계약과 포수 보강을 잘 마무리하면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물론 업무 상당 부분은 운영팀장 등 실무진이 진행하지만, 어쨌든 최종 책임자는 김 단장이다. 연봉협상 과정은 외부에 보인 것만큼 순조롭진 않았다. 몇몇 선수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었고, 이 중 일부는 연봉조정신청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SG는 잡음을 더 키우지 않고 매끄럽게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10개 구단 중에 가장 먼저 연봉계약을 완료한 팀이 됐다.
포수 문제도 해결했다. SSG는 베테랑 이재원의 방출과 이흥련의 은퇴로 포수력이 크게 헐거워진 상태였다. 2차 드래프트로 데려온 박대온, 신범수만으로는 계산이 서지 않았다. FA 시장에 나간 우승 포수 김민식과는 좀처럼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 다른 팀 포수의 대형 계약을 지켜본 선수 대리인 측의 눈높이와 구단이 줄 수 있는 것의 간극이 컸다. 구단에서 마지막으로 건넨 수정 오퍼도 선수 대리인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키움에서 나와 무적 상태였던 FA 이지영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실상 키움 잔류 가능성이 제로였던 이지영은 구단에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요청해둔 상황이었다. 두 구단과 선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결국 현금+지명권과 베테랑을 맞바꾸는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이 트레이드로 SSG는 포수 유망주들의 성장 시간을 벌어줄 주전급 포수를 확보했다. 막다른 곳에 몰린 김민식이 두 손을 들고 구단을 찾았고, 원래 조건보다 크게 다운시킨 2년 총액 5억 원에 계약이 이루어졌다. 김민식과 만난 김재현 단장은 실망이 컸을 선수의 마음을 어루만졌고, 김민식도 지난 일은 잊고 팀을 위해 선전하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건의 계약을 통해 SSG는 총 11억 5,000만 원과 신인 3라운드 지명권으로 준척급 포수 2명을 얻었다. 여기에 2002년생 포수 유망주 조형우와 NC 시절 거의 주전급으로 활약한 박대온, 공격형 신범수와 1999년생 전경원도 있다. 우선은 김민식-이지영이 많은 플레잉타임을 가져가겠지만, 유망주들에게도 기회를 나눠주면서 점점 출전 시간을 늘려가는 그림이 예상된다. 김형준을 국가대표급 포수로 키운 NC와 사례처럼, 조형우가 올 시즌 1군 맛을 본 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주전으로 올라서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다.
이숭용 감독은 스포츠춘추와 통화에서 “김민식과 이지영 둘 다 검증된 선수들인 만큼 믿음직스럽다. 어린 투·포수들이 많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고 칭찬한 뒤 “한 시즌을 길게 보면 1군 포수 4명은 꼭 필요하고, 많을수록 좋다. 신예와 베테랑 모두 동기부여를 잃지 않도록 계속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팬심 잡을 특효약은 성적, 그리고 소통
포수 보강에 성공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올 시즌 SSG 전력엔 물음표가 가득하다. 우승 시즌인 2022년은 물론 지난해와 비교해도 곳곳에 빈자리가 보인다. 당장 주전 1루수와 2루수를 찾는 게 과제다. 1루는 오태곤과 전의산, 2루는 안상현과 최준우 등의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 대형 신인의 싹수가 보이는 박지환이 SSG 내야진에 메기 역할을 할지도 기대된다. 외야 역시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제외하곤 경쟁이다. 하재훈, 한유섬, 최지훈과 군 복무를 마친 김창평이 경쟁한다.
마운드도 채울 곳이 많다.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 둘과 김광현만 확실하다. 오원석과 박종훈이 반등할지, 송영진이 얼마나 성장할지가 관건. 불펜진의 서진용, 노경은, 고효준이 지난 시즌의 퍼포먼스를 재현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SSG로선 창단 이후 어느 해보다 큰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안고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 2년만큼 강력한 컨텐더의 면모를 보이긴 쉽지 않은 조건이다.
올시즌 SSG가 소원해진 팬들의 마음을 돌리고 다시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물론 가장 좋은 특효약은 성적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여론과의 소통이다. 구단에서 나름의 근거를 갖고 옳다고 판단한 결정이 항상 지지를 받는 건 아니다. 100% 지지를 받긴 어렵더라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불리한 여론 지형에선 될 일도 되지 않는다.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도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
이 부면에서 SSG는 창단 초기 큰 성공을 거뒀지만, 우승 이후로는 실패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뼈아픈 경험으로 교훈을 얻은 SSG는 내실과 안정을 다지면서 이미지 쇄신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일단 이숭용 감독-김재현 단장 체제에서 첫 단추는 무난하게 꿰는 데 성공했다. SSG는 21일 행사가 팬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