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전직 프로야구 선수 임혜동이 메이저리거 김하성, 류현진을 협박해 거액을 뜯어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선수들의 소속사 에이전트가 임혜동의 공갈 협박을 뒤에서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은 1월 18일 서울 강남경찰서가 공갈 혐의로 임혜동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임혜동은 2022년 류현진의 로드 매니저로 일하며 생긴 갈등을 빌미로 금품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류현진은 지난해 초 임혜동에게 3억여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포츠춘추 취재 결과 경찰은 김하성의 전 소속사이자 류현진의 국내 매니지먼트 사인 A사 소속 에이전트인 B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애초 B씨는 참고인 신분이었으나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A사에서 퇴사한 상태다.
경찰은 B씨가 임혜동의 선수 협박을 공모하고, 갈취한 돈을 나눠 가졌다는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김하성의 약점인 ‘병역 특례’를 공략하도록 임혜동에게 조언한 것도 B씨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찰은 B씨가 류현진 협박에도 가담했는지 여부를 살피는 중이다. B씨는 류현진의 국내 매니지먼트 업무를 담당해 왔다.
임혜동은 2021년 2월 김하성과 술자리에서 몸싸움을 벌인 뒤 김하성을 협박했는데, 당시 김하성은 코로나19 방역 지침 위반으로 병역 특례가 취소되면 메이저리그 진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압박감에 합의금을 건넸다. 김하성은 2021년 12월 처음 2억 원을, 2022년 12월에도 재차 2억 원을 송금하는 등 총 4억 원을 전달했다.
이상한 점은, 임혜동이 김하성에게 처음 2억 원을 뜯어낸 직후 A사의 대응이다. A사는 소속 선수를 협박하고 돈을 갈취한 임혜동을 제재하거나 해고하는 대신, 다른 소속 선수인 류현진의 로드매니저 역할을 맡겼다. A사 대표 C씨는 류현진의 친형으로 2014년 A사를 직접 설립한 인물이다.
임혜동은 2022년 1월 류현진과 한화 이글스 선수들의 제주도 미니 캠프 기간을 함께했다. 여기서 류현진이 임혜동에게 꼬투리를 잡히는 일이 발생했다. 짓궂은 술자리 장난을 촬영해 보관하고 있던 임혜동은 이를 빌미로 지난해 3월 류현진을 협박했고, 약 3억 원의 거액을 받아냈다.
두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7억 원 이상을 뜯어낸 임혜동은 지난해 10월 들어 다시 김하성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계속된 협박을 견디다 못한 김하성이 임혜동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경찰에서 임혜동은 ‘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휴대폰에서 김하성과 류현진을 협박한 증거가 발견됐다. 18일 강남경찰서가 임혜동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 B도 참고인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B씨가 임혜동과 공모한 혐의점이 발견됐고, 이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B씨는 과거 에이전시 D사 팀장 재직 시절 김하성의 에이전트 업무를 맡았고, 이후 김하성 등 여러 거물급 선수를 데리고 A사로 이직했다.
잇따른 협박에도 소속사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김하성은 지난해 9월 A사와 결별하고 가족과 함께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또 A사 소속 대어급 선수 상당수가 현재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곽빈, 홍건희가 다른 에이전시로 소속을 옮겼고 강백호, 문동주 등은 에이전트 없이 연봉 협상을 진행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B씨를 비롯해 A사 대표 C씨, 다른 소속 직원도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연봉 협상 때문에 A사와 연락하려고 했는데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선수와 직접 협상했다”고 했다. 스포츠춘추가 19일 오후 A사 대표번호로 전화하자 ‘가입자 전화기가 꺼져 있거나 네트워크가 끊어졌다’는 자동응답이 돌아왔다.
류현진은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임혜동과의 소송을 준비 중이다. 류현진은 A사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법률대리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구 관계자는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할 에이전트가 직원과 공모해 선수를 협박하고 돈을 뜯어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선수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다른 에이전트들까지 도매금으로 취급되지 않을까 걱정”이라 했다.
김하성과 가까운 한 야구인은 “김하성이 회사 문제로 힘들어한다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 줄은 몰랐다. 믿고 따르는 에이전트에게 농락당한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면서 “선수의 형이 대표인 회사에서 직원들이 선수를 협박하고 돈을 갈취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황의조, 박수홍에 이어 가족 기업의 문제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