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롯데 자이언츠는 2024년을 맞아 다시 한번 인적 쇄신에 나섰다. ‘승부사’ 김태형 신임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대부분이 새 얼굴로 채워졌다. 이 가운데 낯설지 않은 이름 석 자가 눈길을 끈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주형광 1군 투수코치 얘기다. 현역 시절 주 코치는 1994년 롯데에서 데뷔해 좌완 에이스로 활약하며 2007년까지 14시즌을 활약한 바 있다. 그 뒤 코치로 변신해 1·2군 투수·불펜 코치를 오갔고, 지난 2019년을 마지막으로 롯데와 잠시 이별하기도 했다.
그런 ‘롯.잘.알’이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고 친정에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주 코치는 1월 22일 스포츠춘추와의 통화에서 “지난 4년 동안 내 부족한 부분을 많이 떠올리고, 또 야구 공부하는 시기로 삼았다”면서 “내 역할은 감독님과 투수 파트 사이 가교 아닐까. 그 외엔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묵묵히 ‘서포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2월 1일부터 미국 괌에서 열리는 1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시작한다. 일주일여 남은 시점에서 1군 캠프 참여 선수들도 윤곽이 드러난 상황. 주 코치 역시 본격적으로 바빠질 시기다.
기자가 예비 FA인 두 필승조 구승민·김원중을 언급하자, 주 코치는 곧바로 “둘은 아무 걱정이 없다. 2019년 그 시절이면 모르겠지만, 이젠 어엿한 팀의 주축들 아닌가. 어떤 상황에서든 제 몫을 충분히 해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주 코치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왼손 투수들이다.
롯데 불펜의 2024 스프링캠프, 좌완 필승조를 찾아라

“불펜의 경우, 이번 스프링캠프 최대 과제는 ‘좌완 필승조’ 찾는 게 될 겁니다.”
롯데 불펜진엔 강력한 우완 투수들이 즐비하다. 반대로 좌완은 늘 부족했다. 2019년 이후 최근 5년간 롯데 소속 좌완 불펜이 한 시즌 구원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적이 단 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다. 그 주인공 고효준(2019년 62.1이닝), 김유영(2022년 51이닝)은 현재 팀을 떠나 다른 팀 소속이다.
이를 두고 주형광 코치는 “구승민-김원중으로 이어지는 우완 필승조 라인업은 리그 상위권이다. 하지만 밸런스 측면에선 우리 팀에 좌완 셋업맨이 없다는 게 약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렇기에 롯데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좌완 필승조 발굴에 나선다.
우선 후보군엔 김진욱, 진해수, 임준섭 등이 들어갈 전망이다. 2001년생 루키 정현수는 2군 캠프에서 시작해 몸을 더 만드는 과정을 밟는다. 체력적으로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는 코칭스태프의 진단이 있었기 때문. 참고로 지난해 대학야구 무대 최고 좌완으로 평가받은 정현수는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3순위 지명으로 고향 팀에 합류했다.
“감독님과 함께 지난해(2023년) 마무리 캠프부터 (정)현수를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커브는 나무랄 데가 없을 만큼 훌륭하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1군 무대에서 힘 있는 공으로 타자들과 맞서기엔 시간이 더 필요할 듯싶습니다. 체력적으로도 회복할 여유를 주려고 해요.”
주 코치의 설명이다.
한편 롯데는 올겨울 트레이드, 방출선수 영입을 통해 베테랑 좌완 진해수(전 LG), 임준섭(전 SSG)을 데려왔다. 특히 진해수는 프로 통산 788경기를 등판해 그간 152홀드를 쌓았다. 이는 KBO리그 역대 3위 및 현역 1위에 해당한다. 여기에 기존 자원 김진욱까지 더해져 왼손 필승조 역할을 두고 경쟁에 나선다.
올해로 프로 데뷔 4년차를 맞은 김진욱은 2023년 불펜으로만 50경기를 소화해 36.1이닝 동안 평균자책 6.44를 기록했다. ‘신인 전체 1순위 지명’ 기대치와 달리 앞선 3년은 아쉬움이 더 많았다. 롯데는 2021년(구원 34경기 평균자책 3.29) 불펜에서 가능성을 보였던 김진욱이 다시 한번 그때처럼 강력한 구위를 뽐내주길 기대한다.
주 코치는 “장기적으로 보면, 김진욱의 역할이 중요해질 듯싶다”면서도 “다만 팀이 한 시즌 내내 김진욱에게만 기댈 순 없다. 올겨울 베테랑 둘이 합류하면서 예년보다 활용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속구 듀오 최이준·정성종, 롱릴리프 역할로 운용 폭 넓힌다

롯데의 2024년 개막 선발 로테이션엔 투수 넷의 진입이 확실시된다. 찰리 반즈-애런 윌커슨-박세웅-나균안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진이다. 남은 한 자리는 다가오는 스프링캠프에서 오디션이 예정돼 있다. 현시점 5선발 경쟁 후보론 잠수함 한현희, 땅꾼 이인복, 좌완 심재민 등이 언급된다. 다만 어깨 통증으로 잠시 쉼표를 찍게 된 심재민은 이번 캠프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는 스프링캠프 5선발 준비와 동시에 불펜에선 멀티이닝 소화가 가능한 롱릴리프 자원을 찾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1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들은 많은데, 멀티 이닝 자원이 부족한 게 숙제”라고 설명한 주형광 코치는 “롱릴리프 투수들이 든든할수록 팀의 경기 운영이 다채로워진다. 그 역할로 강속구 투수 둘을 주목하고 있다”고 우완 정성종·최이준(개명 전 최건)의 이름을 꺼냈다.
정성종(1995년생), 최이준(1999년생)은 군필에 150km/h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는 둘의 2023년 속구 평균 구속을 각각 146.0km/h, 145.7km/h로 측정했다. 그해 리그 평균(143.8km/h)보다 확실히 빠르다.
정성종은 2023년 1, 2군을 오가며 선발과 구원 역할을 모두 맡기도 했다. 2023년 1군 기록은 12경기(3선발) 평균자책 5.32다. 또 구원 등판 시에도 멀티 이닝 소화가 제법 익숙한 편이다. 반면 최이준은 다르다. 과거 KT 소속 시절을 포함해 1군에서의 선발 등판 기록이 전무하기 때문. 하지만 2023년 2군 퓨처스리그에서 7월 두 차례 선발(2이닝, 3이닝)로 등판해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변신 가능성을 엿봤다.
그런 둘의 역할을 거듭 강조한 주 코치는 “추격조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 이 둘이 길게 2, 3이닝을 끌어줄 수 있을 때 팀이 쉽게 지지 않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아직은 둘 다 투구 수나 체력적인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겠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스태미너’ 보강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라고 했다.
주형광 코치가 손꼽은 2024 롯데 불펜 최고 변수? 박진형·최준용

“우완 불펜들은 참 든든해요. 김원중·구승민은 말할 것도 없고, 베테랑 김상수는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 아닙니까. 한편으론 ‘이 선수’들만큼은 꼭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듯싶습니다.”
주형광 코치가 우완 박진형·최준용을 따로 언급한 대목이다.
박진형은 1994년생으로 군 복무 전 롯데에서 7시즌을 뛰며 215경기(23선발) 18승 14패 36홀드 7세이브 평균자책 5.44 활약을 펼친 바 있다. 특히 2017년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투수진의 윤활유 역할을 맡았고, 시즌 종료 후엔 선동열 감독이 이끌었던 제1회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쉽(APBC)’ 대표팀에 발탁된 바 있다.
부침이 없던 건 아니다. 때때로 크고 작은 부상이 박진형을 괴롭히기도 했다. 하지만 주 코치는 “기량엔 의문부호가 없다. 건강한 박진형은 한 시즌 내내 1군에서 제 역할을 해줄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남다른 노래 실력으로 화제를 모은 최준용도 ‘부상으로 고된 시간을 보냈다’는 점에서 박진형과 공통점이 있다. 후반기 맹활약(28경기 평균자책 1.61)에도 불구하고, 2023년 시즌이 끝난 뒤엔 타자 전향 해프닝까지 생겼을 정도. 힘들었던 지난날을 뒤로 한 채, 최준용의 무대는 여전히 마운드에 있다. 롯데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보여준 기세를 최준용이 그대로 이어가길 바란다.
주 코치가 박진형, 최준용을 향해 “우리 팀 최고 변수가 될 선수들”이라며 “가진 기량이 워낙 좋지만, 그동안 고생이 또 많지 않았나. 선수들이 부상 관련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박)진형이 같은 경우는 군 복무로 공백기까지 있었다. 스프링캠프 동안 멘탈적인 부분을 많이 케어하는 게 코칭스태프의 역할일 것”이라고 밝힌 까닭이다.
끝으로 친정 팀 복귀를 되돌아본 주 코치는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고, 이번엔 팬들께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 야구는 ‘누가 더 실수를 줄이느냐’에서 승부가 갈린다. 모든 경기를 완벽하게 할 순 없지만, 롯데 투수진이 리그에서 가장 적은 실수를 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하게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