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연봉 1억은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었는데…”
한화 이글스엔 야수로 출발해 투수로 전향, 많은 시련과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억대 연봉 클럽’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두 명이나 있다. 바로 주현상과 윤대경이다.
주현상과 윤대경은 2024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연봉 1억 1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주현상은 2023시즌 연봉 5800만 원에서 5200만 원이 올랐고, 윤대경도 9000만 원에서 2000만 원이 올라 억대 연봉을 돌파했다.
두 선수는 연봉 외에도 프로 입단 당시 야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5 신인 2차 7라운드 전체 64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주현상은 첫해 103경기에 나섰지만 이듬해 15경기 출전에 그치며 내야수로서 경쟁력을 잃었다.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한 뒤 투수로 변신해 1군 무대에 돌아왔다.
2021시즌 처음 1군 마운드에 선 주현상은 지난 시즌 55경기 59.2이닝 동안 2승 2패 12홀드, 평균자책 1.96으로 빼어난 활약을 보였다.
한편 윤대경은 2013신인 7라운드 65순위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채 군입대 중 방출당했다. 이후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한화에 투수로 입단했다.
2020년 55경기 5승 무패 7홀드 평균자책 1.59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윤대경은 지난해 47경기 47.2이닝 5승 1패 2홀드 평균자책 2.45를 기록했다.
현재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두 선수는 구단을 통해 억대 연봉자가 된 기쁨과 함께 그만큼 더 커진 책임감, 올 시즌 목표와 각오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먼저 연봉계약 소감에 관해 주현상은 “가장으로서 뿌듯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캠프 선발대라 출국 며칠 전에 계약을 했는데 뭔가 가장으로서 뿌듯했다”면서 “아내도 만족해하고, 아이에게도 뭔가 아빠가 아빠의 분야에서 뭔가 열심히 해왔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어 “기분이 정말 좋았고 그만큼 앞으로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대경은 “첫 월급이 들어오기 전이라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면서도 “계약 당시에 정말 너무나도 기뻤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는 “연봉 1억 원이라는 것이 야구선수에게는 상징적인 의미이다 보니 기쁨을 감추기 어려웠고, 이제 나도 더 열심히 하면 더 큰 연봉을 받을 수 있겠다는 욕심과 자신감이 생겼다.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신 팀에게 큰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주현상은 투수로 전향한 계기에 대해 “야구가 정말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신인 때 기회를 많이 받았는데 두 번째 해부터 1군 출전이 많이 줄어들면서 연봉 생각보다는 야구를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컸다”며 “공익근무 기간 팀이 가을야구를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 정말 야구를 더 하고 싶어서 최소연봉을 받으며 투수로 전향했다”고 밝혔다.
야구가 하고 싶어서 한 선택은 1군 데뷔 3년 만의 억대 연봉이란 결과로 돌아왔다. 이에 관해 주현상은 “좋은 결과를 내게 돼 뿌듯하다”면서 “예전에는 야구를 어떻게 하면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훈련했다면, 이제는 앞만 보고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윤대경은 “억대 연봉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그는 “군대에서 방출 소식을 듣고, 일본 독립리그에 갔다가 한화에 왔을 때 최저연봉을 받았다”며 “뛰어난 선수들은 데뷔 2년 만에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하지만 난 정말 돌고 돌아 연봉 1억 원을 넘겼다. 몇 해 전만 해도 꿈도 못 꿨던 일이다”라고 감격했다.
그는 “운도 많이 따랐고, 생각지 못한 기회도 많이 받아서 지금 호주에서 캠프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한 자세를 취한 뒤 “이제는 연봉 2억 원을 위해 노력하면 현실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좌절도 많이 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은 내가 이런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 연봉 이상의 수확”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저연봉 선수였던 둘이 억대연봉자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련과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주현상은 공익근무를 마치고 투수로 전향한 뒤 서산에서 신인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내 나이가 29세였는데, 19세 후배들과 훈련을 하다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 나이 차는 많이 나지만 후배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러닝을 하든 훈련을 하든 상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훈련했다. 실제로 그 후배들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주현상의 말이다. 그는 “야구를 하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그때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한 게 지금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윤대경은 송진우 전 코치에게 감사를 전했다. “사실 복이 많았다. 많은 분에게 도움도 받고 기회도 얻었다”는 그는 “송진우 코치님이 '너에게는 체인지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해 주셔서 반년 동안 매일 훈련 끝나고 나머지 공부하듯 체인지업을 파고들었다”고 돌아봤다.
“나에게 필요하다고 하니 정말 체인지업 한 우물만 계속 팠던 것 같다. 매일 한 상자씩 체인지업을 던지니 힘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내 새로운 무기가 됐다.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윤대경의 말이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후배들을 향해 응원과 조언의 말도 건넸다. 남들보다 훨씬 늦은 31살에 투수를 시작한 주현상은 “지금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은 앞으로 야구할 날이 나보다 훨씬 더 많다. 기량도 나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도 육성군, 퓨처스팀을 모두 겪어봤는데 어린 선수들이 지금 퓨처스나 육성군에 있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지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1군에 오를 수 있을 것이고 패전조, 추격조를 거치면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나도 패전조와 추격조를 모두 거치면서 이기는 경기에 나갈 수 있게 됐는데 이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경쟁해 나갈 것이다.” 주현상의 말이다.
윤대경은 “나는 방출도 경험한 선수”라며 후배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그는 “막연한 얘기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한번은 꼭 온다고 믿었다. 나 같은 경우는 시행착오를 굉장히 세게 겪은 케이스”라며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보다 지금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선수들이 몇 배는 더 많다. 그런 선수들이 거기서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더 단단해지게 만드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억대 연봉의 기반이 된 2023시즌은 두 선수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주현상은 “2023시즌은 하나의 ‘이정표’ 같은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지난 시즌 초반 평균자책이 7점대, 8점대로 떨어지기도 하고, 2군으로 내려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1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한 주현상이다.
그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해서 다시 1군에 복귀할 수 있었고, 끝나고 나니 좋은 성적을 기록해 냈더라.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작년은 하나의 '이정표' 같은 시즌”이라며 “작년 시즌을 능가하는 시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올 시즌뿐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쉽지 않은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더 좋을 것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만 하려고 한다.” 주현상의 말이다.
한편 윤대경에게 2023년은 ‘경각심’으로 남아 있다. 그는 “작년에 투수로 전향한 후 처음 어깨 통증을 겪었다”면서 “아프기 전까지 몸 상태가 너무 좋아서 나 스스로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어깨 통증이 오면서 그 기대가 꺾이면서 충격도 컸다. 그렇게 되니 초반에 좋았던 게 아무리 해도 돌아오지 않더라”고 떠올렸다.
“솔직히 운 좋게 꾸역꾸역 막아내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내 공으로, 내가 가진 무기로 상대 타자와 승부해야 하는데 운으로, 뭔가 힘겹게 막는 투수는 신뢰감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 후반기를 기억하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 윤대경의 다짐이다.
타자에서 투수로, 최저연봉 선수에서 억대연봉 선수로 변신을 거듭한 둘은 올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주현상은 “올해는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면서 “매년 등판 경기 수와 이닝 수가 늘고 있는데 그걸 더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투수로 전향한 후 매년 중간 중간 성적이 좋지 않아 서산을 한두 차례 꼭 내려갔다 올라왔다”는 주현상은 “경기 수와 이닝 수를 늘리려면 서산에 내려가는 일 없이 1군에 풀타임으로 머물러야 하고, 1군 풀타임을 뛰려면 부상도 없어야 하고, 성적도 꾸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캠프에서 준비 잘해야 아프지 않고 나 스스로 생각한 목표를 넘어설 수 있다. 올해는 신뢰감을 얻어 더 많은 경기와 이닝을 뛰고 싶고, 특히 팀이 더 많이 이기고, 그 이기는 경기에 나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 주현상의 목표와 각오다.
윤대경도 더 많은 경기와 이닝을 다짐했다. 그는 “그 목표를 위해 지금 부상관리와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 퍼포먼스를 기복 없이 유지해야 한다. 작년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간다면 다른 성적은 알아서 따라와 줄 것이라 믿는다”면서 “팀이 이기는 경기에서 안정감 있게 뒤를 받쳐주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