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진출에 기뻐하는 전주고 부원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결승 진출에 기뻐하는 전주고 부원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목동]

에이스 카드를 끝까지 아낀 전주고등학교가 ‘2선발’의 눈부신 역투에 힘입어 전국대회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돌풍의 팀 전주고와 ‘디펜딩 챔피언’ 덕수고가 결승에서 맞붙는다. 

전주고는 4월 2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 준결승에서 경북고를 7대 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2022년 대통령배 준우승 이후 2년 만에 메이저 전국대회 정상에 재도전한다.

전주고 선발로 나와 호투한 이호민(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전주고 선발로 나와 호투한 이호민(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이날 전주고는 선발투수로 3학년 우완투수 이호민을 기용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하는 ‘156km/h’ 광속구 투수 정우주도 이날 등판이 가능했지만 기용하지 않고 아껴뒀다. 경기전 주창훈 감독은 “오늘은 가능하면 정우주를 쓰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틀 뒤 결승전을 염두에 둔 투수 기용으로 풀이됐다.

이호민은 처음부터 9회까지 완투를 목표로 마운드에 올랐다. 주 감독은 “이호민에게 ‘오늘은 정우주를 안 쓸 생각이다. 네가 경기를 책임져라. 8, 9회에 1점차여도 우주를 쓰지 않고 (나머지로) 끝까지 할 거다’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를 의식한 듯 이호민은 패스트볼 구속을 평소 최고구속(144km/h)에 못미치는 140km/h 안팎으로 줄이고 대신 컨트롤과 변화구를 무기로 경북고 타선을 공략했다. “구속은 신경 안 쓰려고 했다. 최대한 힘을 빼고, 제구에 신경쓰면서 타자가 치게끔 만들려고 했다. 투구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기후 이호민이 들려준 말이다.

힘을 빼고 던졌는데도 이호민의 피칭은 압도적이었다. 8회까지 단 4피안타와 4사구 2개만 내주고 삼진은 12개나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1회 몸에 맞는 볼과 폭투, 내야안타로 맞은 위기 이후엔 이렇다할 위기도 없었다. 2회부터 7회까지 6이닝 연속 세 타자만 상대하며 호투를 이어갔다.

경기를 지켜본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경기 운영과 제구력, 변화구가 워낙 뛰어난 선수다. 투구 템포도 빠른 나이스 피처”라면서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골고루 잘 던졌다. 구속을 평소보다 줄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던졌다”고 칭찬했다.

이호민과 이한림 배터리(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이호민과 이한림 배터리(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전주고 타선도 꼭 필요할 때마다 점수를 뽑아냈다. 2회 상대 실책을 틈타 선취점을 낸 뒤 3회에도 추가점을 올려 이호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6회엔 포수 이한림과 1루수 박한결이 적시타를 날려 2점을 더했다. 그리고 8회 4번타자 서영준이 중월 3점포를 날려 완전히 쐐기를 박았다.

투구수가 105구에 가까워진 이호민은 9회 선두타자 2루타와 적시타로 첫 실점을 허용했다. 이틀전 10점차 열세를 뒤집고 11대 10 역전승을 거둔 경북고가 상대라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주창훈 감독은 끝까지 정우주를 아꼈고, 3학년 송관우를 올려 추가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7대 1 승리, 전주고가 결승에 선착한 순간이다.

결승 진출에 기뻐하는 전주고 부원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결승 진출에 기뻐하는 전주고 부원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경기후 주창훈 감독은 “오늘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했다. 선수들이 초반에 긴장할 수 있었는데, 많이 뛰고 파이팅하면서 긴장이 빨리 풀려서 이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를 더그아웃에서 지켜본 정우주는 “호민이가 선발로 잘 버텨줬다. 경기를 쉽게 풀어가서 딱히 걱정하지 않고 재미있게 지켜봤다”면서 “솔직히 나갈 수 있다면 나가고도 싶었지만, 감독님의 말씀대로 조바심 내지 않았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타격에서는 2안타 1타점 맹타로, 포수로는 이호민을 잘 리드해 호투를 이끈 ‘포수 최대어’ 이한림은 “경기전 호민이에게 ‘오늘은 길게 가야 한다. 힘을 빼고 가볍게 앞의 포인트에서 던지자. 쉽게 가자’고 주문했는데 잘 따라해줬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어 “기왕 결승까지 간 거 우승해야 한다. 1학년 때 준우승한 기억이 있는데, 그때 엄청 비참하고 굴욕적이었다”면서 “이번엔 어떻게든 보상받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전주고의 메이저 대회 우승은 1985년 황금사자기 전국대회가 마지막이다. 이후 2019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와 2022 대통령배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결승전 등판이 유력한 정우주(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결승전 등판이 유력한 정우주(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결승전 등판이 유력한 정우주는 “우리 팀의 목표는 우승이었다. 이제 한 발짝만 더 가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좋다. 3학년과 팀 전체가 함께 뭉쳐서 여기까지 왔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18일 8강전에서 42구를 던진 정우주는 사흘 휴식을 취한 뒤 결승전을 온전히 책임질 전망. 그는 “내가 길게 던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내가 할 것만 한다면 우리 팀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뒤이어 열린 덕수고와 경남고의 4강전에선 덕수고가 6대 3으로 역전승해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다만 좌완 에이스 정현우가 82구를 던져 결승전엔 등판하지 못할 전망. 정우주-정현우의 에이스 대결을 기대한 고교야구 팬들에겐 아쉬운 소식이다. 

전주고와 덕수고의 결승전은 22일 오후 2시부터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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