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덕수고 정윤진 감독(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덕수고 정윤진 감독(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인천]

마운드의 원투펀치 없이 치르는 결승전. 감독은 “내 투수교체 미스로 에이스 둘을 못 쓰게 됐다”고 선수들에게 미안함을 표현하면서도 “남은 선수들을 믿고 경기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덕수고등학교는 4월 2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신세계 이마트배 결승전 전주고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배에서 북일고를 꺾고 정상에 올랐던 덕수고는 올해 더 막강해진 전력으로 결승 진출, 대회 첫 2연패에 도전한다. 

변수는 덕수고의 마운드 운영이다. 덕수고는 20일 열린 4강전까지 에이스 듀오를 모두 소진했다. 19일 8강전에선 김태형이 올라와 6이닝 동안 104구를 던졌고, 좌완 에이스 정현우는 20일 4강전에서 5.2이닝 82구를 던졌다. 고교야구 투구 수 제한 규정상 두 선수는 결승전에 나오지 못한다. 많은 야구팬이 기대한 정우주와 정현우의 ‘고교 넘버원’ 맞대결도 무산됐다. 

취재진과 만난 정윤진 감독은 “나머지 투수들을 믿고 운영할 생각”이라며 “선발투수로는 유희동이 나가고, 이지수와 김영빈이 준비하고 있다”고 투수진 운영 계획을 밝혔다.

선발로 낙점한 유희동은 키 195cm의 장신 우완으로 탤런트 유태웅의 차남이다. 높은 타점과 낙차 큰 변화구, 안정적인 투구밸런스가 장점. 최고구속 140km/h에 평균 130km/h 후반대를 던진다. 정 감독은 “주무기가 스플리터와 커브인데, 두 가지 공이 제구된다면 3, 4이닝은 충분히 막아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학년 좌완 이지승에 관해선 “(19일) 경동고전에서 3, 4이닝은 충분히 던져줄 거라 생각했다”면서 “당시 (경기장에) 학생들도 많이 오고 해서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당시 이지승은 0.1이닝 동안 3실점(2자책)으로 일찍 물러났는데, 이 때문에 덕수고는 김태형-정현우-김영빈 등 주축 투수들을 전부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정 감독은 “그때부터 우리 투수 로테이션이 꼬이면서 김태형과 정현우를 결승에 투입 못 하게 됐다. 감독이 생각을 잘못했다.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면서 “남은 투수들을 믿고 경기를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전 훈련하는 덕수고(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경기전 훈련하는 덕수고(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마운드의 높이는 다소 낮아졌지만, 대신 덕수고엔 고교야구 최강의 타선이 있다. 덕수고 야구진은 스카우트 사이에서 ‘주전 라인업 전원이 청소년 대표급’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정확성과 힘과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한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홈런 4개를 때린 2루수 박준순과 3루수 우정안을 비롯해 좌익수 오시후, 유격수 배승수 등 거를 타선이 없다.

정 감독은 홈런타자 박준순에 대해 “중학교까지는 유격수였다. 향후 프로에 진출하게 되면 유격수도 충분히 가능한 선수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처럼 어느 포지션이든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투수는 물론 타격에도 뛰어난 재능을 자랑하는 정현우와 김태형의 타자 출전 가능성에 대해 정 감독은 “정현우는 타격을 안 시킬 계획이고, 김태형은 지명타자로 나간다”고 했다. 정 감독은 “정현우가 중학교 때 타격도 잘했던 선수다. (결승에서) 타격을 해보겠다며 의욕을 보였는데, 너무 열심히 쳐서 그런지 손이 다 까져서 배트를 만질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김태형에 관해 정 감독은 “타격 능력도 좋은 선수다. 장타력도 있고 컨택도 있고 선구안도 좋은 선수”라며 “최근 타격 연습을 두 달째 안 하다가 그제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그래도 잘 치더라. ‘타고났구나’ 싶더라. 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쳐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국대회 결승 경험이 거의 없는 전주고에 비해 덕수고는 수많은 우승 경험을 자랑하는 강팀. 이날 경기 장소인 SSG랜더스필드에선 지난해 2회 이마트배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정 감독은 “아무래도 전주고 선수들보다 긴장은 덜할 것이다. 실제 경기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한번 경기를 해봤기 때문에 그라운드 컨디션과 환경이 훨씬 편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정 감독은 대회를 주최한 SSG 랜더스 구단과 신세계그룹에도 감사를 전했다. “아마추어 감독으로서 랜더스 관계자들, (정용진) 회장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한 정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프로 구장에서 경기하는 것 자체로 큰 추억이 될 거다. 나중에 프로에 진출하면 이런 구장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도 될 것이다. 저학년 선수들도 열심히 해서 이런 곳에서 뛰고 싶다는 목표의식이 생길 것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대팀 전주고 전력에 대해선 “투수, 야수들이 정상권에 있는 선수들인 건 분명하다. 특히 3번부터 6번까지 타자들은 장타력이 있다. 주창훈 감독이 예전 우리 덕수고 하던 것 같은 기동력 야구를 많이 하더라”면서 “그런 야구를 봉쇄해야 하는데, 나름 준비한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다”고 경계했다.

전주고 에이스 정우주 공략엔 자신을 보였다. 정 감독은 “우리 팀 정현우나 정우주 두 선수가 최고 투수인 건 틀림없다”면서도 “우리 타자들도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정우주의 빠른 슬라이더에 속지 않고 하이 패스트볼을 조심한다면 충분히 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현재까지 올 시즌 단 1패도 없는 덕수고를 향해 일각에선 ‘전관왕도 가능하다’ ‘무패 기록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평가에 대해 정 감독은 “그렇게 하면 선수들도 무리가 생긴다”면서 손사래 쳤다. 그는 “물론 계속 이기면 좋지만, 스포츠란 언젠가 지게 마련이고 연패도 당하게 마련”이라며 “늘 최선을 다할 뿐이지 연승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정 감독은 “우리 학생들은 방심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너무 잘하려는 마음이 강하다 보니 8강전과 4강전 초반에 고전하긴 했지만, 방심하는 법은 없다”고 강조한 정 감독은 “정현우, 김태형을 결승에 투입하지 못하게 된 건 내가 투수 운영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다시 한번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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