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춘추=인천]

고교 최고 에이스가 고교 최강 타선 앞에 무너졌다. 올해 고교랭킹 넘버원 투수 정우주가 최강 덕수고 타선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정우주는 4월 2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세계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덕수고 상대로 선발등판, 5.2이닝 동안 5실점 하고 투구수제한으로 교체됐다.

정우주는 전주고가 39년 만의 우승을 위해 야심 차게 꺼낸 승부수였다. 전주고 주창훈 감독은 20일 준결승전에서 정우주 대신 2선발 이호민을 기용해 9회까지 책임지게 했다. 9회 위기상황에서도 끝까지 정우주를 쓰지 않고 3학년 투수 송관우로 경기를 끝내는 뚝심을 보였다. 

주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정우주에게 ‘2스트라이크에서 볼을 빼지 마라, 맞는 건 네 공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타자들이 잘 친 거니까 쉽게 쉽게 승부하자, 105구까지 던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또 “오늘은 컨디션이 좋다고 한다. 한번 믿고 처음부터 기선 제압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믿음을 보였다.

에이스가 건재한 전주고와 달리 덕수고 마운드 상황은 좋지 않았다. 덕수고는 20일 준결승에서 에이스 정현우를 소진했고, 또 다른 에이스 김태형도 19일 8강전에서 많은 공을 던져 이날 경기 등판이 불가능했다. 선발 싸움에서 우위를 앞세워 ‘디펜딩 챔피언’ 덕수고를 꺾고 우승기를 든다는 계산이었다. 

1회 출발은 좋았다. 정우주는 150km/h대 광속구를 시원하게 존으로 던져 삼자범퇴를 잡았다. 첫 타자 박민석을 힘없는 내야땅볼로, 2번타자 정민서는 삼진으로, 3번타자 박준순은 1루 땅볼로 잡았다. 공 10개가 전부 스트라이크였고 볼은 하나도 없었다. 반면 덕수고 선발 유희동은 아웃 하나 못 잡고 일찌감치 물러났다. 전주고는 1회 공격에서 2점을 먼저 뽑아 에이스를 지원했다. 

그러나 2회 투구내용은 1회와 전혀 딴판이었다. 1사 후 우정안에게 경기 첫 안타를 맞았고, 배승수와 김태형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9번 박한결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첫 점수를 내줬다(2대 1).

3대 1로 앞선 3회엔 다시 안정을 찾았다. 1아웃 뒤 박준순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포수 이한림의 좋은 송구로 도루를 잡아내 2아웃. 오시후를 삼진으로 잡고 빠르게 3회를 마쳤다.

안정을 찾은 듯 보였던 정우주는 4회에 다시 급격하게 흔들렸다. 2개의 실책이 빌미가 됐다. 1사 후 배승수의 느린 땅볼 타구를 유격수가 앞으로 달려와 처리하려 했지만 잡지 못했다. 엄준상의 투수 강습 땅볼은 잘 잡아놓고 2루 송구가 높게 빗나가 주자를 모두 살려줬다. 김태형의 좌전안타로 1점 차. 2사 후 박민석 타석에선 포크볼 유인구가 포수 뒤로 빠지면서 3대 3이 됐다.

박민석 타석에 나온 헤드샷이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되면서 이닝이 끝나긴 했지만,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주고 타선이 4회말 다시 2점을 달아나면서 정우주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5회 바로 큰 것 한 방을 맞고 동점을 내줬다. 1사 2루에서 오시후에게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2점포를 맞고 고개를 숙인 정우주다. 올 시즌 정우주의 두 번째 피홈런이 승리투수 요건을 2아웃 남겨놓고 나왔다.

5회까지 93구를 던진 정우주는 6회 2아웃을 잡은 뒤 이채훈 타석 0-2에서 투구 수 105개에 도달했다. 결국 투구 수 제한 규정에 따라 전주고는 2학년 장현호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최종 기록은 5.2이닝 5피안타(1홈런) 2볼넷 2사구 7탈삼진 5실점(3자책)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MLB 구단 스카우트는 “2회부터 변화구의 제구는 물론 빠른 볼까지 흔들리는 모습이 나왔다. 브레이킹 볼의 존 외곽 제구가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은 게 아쉽다. 덕수고가 잘한 것도 있지만 정우주의 컨디션도 완벽하진 않았던 것 같다”는 평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