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가 노리는 유망주들이 거액 계약금을 받고 대학야구를 선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사진=MLB.com)
MLB가 노리는 유망주들이 거액 계약금을 받고 대학야구를 선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사진=MLB.com)

 

[스포츠춘추]

천문학적 자금력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대학야구와의 스카우트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학 스포츠계에 도입된 NIL(선수 초상권 수익) 제도가 MLB의 오랜 신인 영입 공식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12월 6일(한국시간) NIL 제도로 인해 메이저리그의 유망주 영입 시장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심층 분석했다. 수백만 달러의 계약금도 마다하고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유망주들이 속출하면서, MLB 구단들의 전통적인 유망주 확보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SEC(미국 대학스포츠 동남부 컨퍼런스) 소속 대학들의 야구부 NIL 예산이 최대 400만 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는 1라운드 지명 선수의 최소 계약금인 297만 1300달러보다도 높은 금액이다.

이런 변화는 2024 MLB 드래프트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루이지애나주 가톨릭 고교 출신 투수 윌리엄 슈미트는 1라운드 지명이 유력했지만, 드래프트 당일 갑자기 LSU(루이지애나주립대) 진학을 선택했다. 한 MLB 스카우트 디렉터는 슈미트를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재능 있는 고교 투수"로 평가한 바 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LSU 야구부 감독 제이 존슨은 "1라운드 지명 선수는 무조건 프로에 진출한다고 생각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SEC의 한 리크루팅 코디네이터는 "슈미트는 3년 후 다시 드래프트 자격을 얻을 때까지 (대학에서) 7자리 수(100만 달러 이상)를 벌 것"이라고 전망했다.

텍사스 A&M 대학의 에이스 투수 라이언 프래거도 2024 드래프트에서 LA 에인절스의 3라운드 지명을 거절하고 대학에 잔류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프래거는 NIL 수익으로 50만 달러를 받게 된다. 이는 2023년 LSU의 에이스 투수이자 1순위 지명을 받은 폴 스킨스가 받은 25만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SEC 소속 한 감독은 "현재 SEC 야구부의 NIL 예산은 대부분 150만~300만 달러 수준"이라며 "한 프로그램은 400만 달러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LSU의 경우 2023년 전미 대학 야구 챔피언십 우승 당시 야구부 NIL 예산이 100만 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만에 예산이 크게 증가한 셈이다.

뉴욕 양키스의 미치 콜라한 아마추어 스카우팅 부디렉터는 "선수들이 (프로 구단의) 수백만 달러 계약금을 거절하는 현상을 올해 처음으로 실감했다"며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드래프트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랜디 플로레스 부단장은 "중후반 라운드 지명 선수들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NIL 시장이 커지면서 MLB 구단이 (상위 지명 선수에게) 제시할 수 있는 금액과 실제로 경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지아 대학의 웨스 존슨 감독은 "우리 리그의 약 10개 팀이 NIL을 통해 선수를 드래프트에서 '사들일' 재정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MLB 역사상 두 번째로 2024년 드래프트 상위 10순위 중 9명이 대학 선수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2020년 드래프트가 40라운드에서 5라운드로 축소된 점, 마이너리그 구조조정, 그리고 NIL 제도의 영향을 꼽았다.

NIL 제도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NCAA와 선수들 간의 역사적인 소송 합의로 2025-26시즌부터는 대학 야구팀이 처음으로 최대 34개의 전액 장학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양키스의 데이먼 오펜하이머 아마추어 스카우팅 디렉터는 "올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NIL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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