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코프 코치와 옐레나 리바키나(사진=테니스닷컴)
부코프 코치와 옐레나 리바키나(사진=테니스닷컴)

 

[스포츠춘추]

"너는 내가 없으면 러시아에서 감자나 캐고 있을 거야."

2022년 윔블던 여자 단식 챔피언 옐레나 리바키나(25·세계랭킹 4위)의 코치 스테파노 부코프(37)가 상습적으로 선수를 모욕하고 괴롭혔다는 충격적인 진상이 드러났다. 여자테니스협회(WTA)는 부코프에게 '권위 남용 및 학대 행위'로 1년간 코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매튜 퍼터먼과 찰리 에클셰어 기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US오픈을 앞두고 뉴욕에서 발생한 '스토킹 사건'이 조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리바키나는 부코프와 결별을 선언했지만, 그는 맨해튼 호텔 로비와 복도를 배회하며 100회 이상의 전화와 수많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WTA의 조사 결과, 부코프는 리바키나에게 "바보", "정신 지체"라는 모욕적 발언을 일삼고 공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등 신체적·언어적 학대를 했다. 특히 '정신적 학대'가 리바키나의 "신체적 질병이나 증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실제로 리바키나는 2024년 여러 대회에서 질병과 부상으로 기권했다.

포티아 아처 WTA 최고경영자(CEO)는 1월 31일 부코프와 리바키나에게 보낸 3페이지 분량의 기밀 조사 요약서에서 "선수의 심리적, 신체적 또는 감정적 건강을 손상시키거나 손상시키려 한 권위 남용 및 학대 행위"를 지적했다.

아처 CEO는 또한 "부코프는 선수와 '의존 관계'를 만들어 그녀가 자신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믿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부코프는 "나는 결코 누구도 학대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리바키나가 2024년 가을 부코프와 결별 결정을 번복하고 그를 옹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WTA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리바키나는 최근 대회 참석자들에게 부코프와의 관계가 "개인적이고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밝혔다.

아처 CEO의 서한에도 이러한 관계 변화가 언급됐다. 서한은 두 사람이 호주오픈 기간 멜버른에서 같은 호텔 방을 사용했다는 증거와 "현재 연인 관계라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목격자들은 부코프와 리바키나의 관계를 "유해하다"고 묘사했다.

이에 대해 리바키나는 2월 18일 두바이 테니스 챔피언십에서 승리한 후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처리된 방식과 결과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카타르 오픈에서도 그녀는 "상황과 진행 과정이 실망스럽다"며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코프의 행동에 대한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전 그랜드슬램 복식 챔피언이자 해설가인 팸 슈라이버는 2023년 호주오픈 당시 트위터에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리는 리바키나가 자신을 항상 존중으로 대하는 코치를 찾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 WTA 간부는 "리바키나는 호텔 방에서 꽤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정말 슬픈 일이다. 그녀는 원래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바키나의 친구들과 가족들은 수개월 동안 그녀와 부코프의 관계에 대해 우려해왔다.

이런 가운데 리바키나는 지난해 11월 WTA 투어 파이널스에서 2025년 시즌 코치로 고란 이바니세비치를 영입했지만, 파트너십은 빠르게 무너졌다. 이바니세비치는 리바키나가 1월 1일 인스타그램에 부코프의 복귀를 발표했을 때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 결국 호주오픈에서 리바키나가 탈락한 다음 날인 1월 21일, 이바니세비치는 리바키나의 코치직에서 물러났다.

이번 사건은 WTA의 선수 보호 규정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부코프는 1년간 WTA 코칭 프로그램 등록 자격을 잃고 선수 호텔 출입이 금지됐지만, 리바키나의 에이전트나 매니저로 활동하는 것은 금지되지 않았다.

리바키나는 부코프 대신 다비데 상귀네티를 대회 기간 코치로 선임했다. 상귀네티는 2월 초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스테파노와 나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우리는 서로 생각이 잘 통한다"고 밝혔다.

WTA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모든 문제가 처리되도록 보장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부코프는 2월 21일까지 항소를 제출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더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