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삭스 모자를 쓴 교황(사진=게리 데스테파노 SNS)
화이트삭스 모자를 쓴 교황(사진=게리 데스테파노 SNS)

 

[스포츠춘추]

야구팬의 본능이 교황으로서의 체통과 위엄을 앞질렀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열성 팬으로 유명한 교황 레오 14세가 바티칸 퍼레이드 도중 라이벌팀 시카고 컵스 팬과 설전(?)을 벌여 화제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16일(한국시간) 바티칸 시국에서 열린 퍼레이드 중 한 참석자가 지나가는 교황에게 "컵스 파이팅!"이라고 외치자, 교황이 즉각 "그 팀 졌잖아!"라고 스페인어와 영어로 응수했다고 보도했다. 바티칸 미디어가 이날 촬영한 짧은 영상 클립이 공개되면서 교황의 뜨거운 야구 사랑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미국 시카고 출신인 레오 14세는 지역 야구팀 화이트삭스의 '찐팬'으로 알려져 있다. 교황 선출 직후 그가 화이트삭스와 컵스 중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교황 본인이 직접 인증하면서 화이트삭스 팬으로 확정됐다.

교황은 화이트삭스 팬이야!(사진=시카고 화이트삭스 SNS)
교황은 화이트삭스 팬이야!(사진=시카고 화이트삭스 SNS)

교황 선출 이후엔 추기경 시절인 2005년 화이트삭스 모자를 쓰고 월드시리즈 1차전을 현장 직관하는 모습이 중계방송 화면에 포착됐던 게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화이트삭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5대 3으로 꺾고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화이트삭스는 지난 5월 교황이 앉았던 야구장 좌석 근처에 교황 이미지를 담은 기념 설치물을 공개했다.

지난 6월에는 바티칸에서 하얀 교황 예복 위에 화이트삭스 모자를 쓴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팬이라고 밝힌 매사추세츠 출신 신혼부부가 선물한 모자였다. 당시 교황은 "모자를 써주겠지만, 당신들은 곤란해질 텐데 나는 아니야"라며 농담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화이트삭스는 "교황 레오 14" 유니폼을 출시하며 교황을 환영했다.

올 시즌 화이트삭스는 60승 102패로 아메리칸리그 최하위에 그쳤고, 컵스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에게 패하며 탈락했다. 교황을 향한 라이벌팀 컵스 팬의 도발에 컵스 팬들의 아픈 지점을 후벼파는 멘트로 응수한 셈이다.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교황의 본분도 야구팬 본능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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