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3년 연속 최하위를 향해 질주 중인 키움 히어로즈가 외국인 선수 운영 전략 실패를 인정하고 전격 교체에 나선다. 키움은 외국인 타자 2명, 투수 1명이라는 파격적인 운영이 대실패로 끝나자 다시 타자 1명, 투수 2명으로 회귀할 방침이다.
야구계에 따르면 키움은 5월 18일 NC와의 경기를 마친 뒤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와 루벤 카디네스 중 한 명을 교체 대상으로 확정하고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뛰었던 라울 알칸타라를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할 예정이다.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타 구단들이 대부분 외국인 투수 2명, 타자 1명 구성을 취하는 것과 달리, 투수는 케니 로젠버그 한 명만 기용하고 야시엘 푸이그와 루벤 카디네스라는 두 명의 외국인 타자를 동시에 기용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출신 푸이그와 카디네스를 동시에 기용해 타선을 강화하고 하영민-김윤하, 신인 정현우 등 성장세에 있는 국내 투수들로 마운드를 꾸린다는 계산이었다. 특히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혜성의 공백을 외국인 타자 추가로 메우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시즌 초반부터 처참하게 빗나갔다. 키움은 17일 울산에서 열린 NC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2대 3으로 패하며 7연패에 빠졌고, 2차전에서 겨우 승리했지만 9위와는 7.5경기 차이로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타자 두 명을 썼음에도 팀 공격력이 리그 최하위라는 점이다. 17일까지 키움은 팀 타율 0.230, 출루율 0.306, 장타율 0.338로 모두 리그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스탯티즈 기준 타격 WAR도 -0.50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논란을 감수하고 데려온 푸이그는 타율 0.217, 홈런 6개, 20타점에 그치고 있고, 외부 우려의 목소리에 귀막고 데려온 카디네스도 타율 0.229, 홈런 4개, 23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 가운데 WAR 최하위 2명을 키움이 데리고 있는 상황이다.
안 그래도 약한 마운드는 외국인 투수가 한 명으로 줄면서 더 취약해졌다. 17일까지 기준 키움의 팀 평균자책은 6.04로, 1982년 삼미와 2014년 한화 이후 역대 세 번째로 6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할 위기에 처했다. 투수진의 WAR은 -3.55로, 역대 이보다 나빴던 팀 역시 1982년 삼미(-6.74)뿐이다.
로젠버그는 10경기에서 3승 4패, 평균자책 3.95의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팀 마운드의 붕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선발투수들이 길게 버티지 못하고 대량실점으로 무너진 뒤 불펜 투수들이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투수력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다.
더 뼈아픈 것은 키움이 올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하지 않은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다. 지난해 원투펀치로 활약했지만 키움이 재계약하지 않고 '무상으로' 풀어준 아리엘 후라도와 엔마뉴엘 데 헤이수스는 각각 삼성과 KT로 이적해 맹활약 중이다.
후라도는 삼성에서 10경기 3승 4패 평균자책 2.47로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고, 헤이수스는 KT에서 8경기 2승 3패 평균자책 2.14를 기록 중이다. 후라도의 WAR은 2.85승, 헤이수스는 1.07승으로, 현재 키움의 외국인 3명을 모두 합친 WAR(로젠버그 0.96승, 카디네스 0.14승, 푸이그 -0.37승)보다도 높다.
결국 키움은 외국인 타자 2명, 투수 1명이라는 파격 실험을 중단하고 알칸타라 영입을 통해 투수 보강에 나서기로 했다. 알칸타라는 2019년 KT에서 데뷔했으며 2020년과 2023년, 2024년에는 두산에서 활약했다. 특히 2020년에는 20승 2패, 평균자책 2.54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를 평정했다. 2024년에는 팔꿈치 부상 등으로 2승 2패 평균자책 4.76으로 부진했지만, 건강이 회복된다면 키움 마운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키움은 푸이그와 카디네스 중 누구를 내보낼지 결정해야 한다. 두 선수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팀 사정상 한 명만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타자 2명 전략이 실패로 끝난 만큼, 투수 보강을 통해 마운드 붕괴를 막고 시즌 중반 이후 반등을 노리는 게 키움의 목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 전략을 실패로 이끈 결정권자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던 두 외국인 투수를 모두 놓치고, 형편없는 외국인 타자 2명 전략으로 팀을 리그 최하위로 추락시킨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