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 그 중심엔 손흥민(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우승 트로피, 그 중심엔 손흥민(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스포츠춘추]

손흥민이 마침내 프로 선수 생활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토트넘 주장으로서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한국 축구 역사에 새 장을 썼다.

"정말 꿈같은 순간이다. 항상 꿈꿔왔던 일이 오늘 현실이 됐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됐다."

손흥민은 5월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1대 0으로 꺾은 직후 영국 방송 TN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 이후 무려 17년 만에 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팀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한국인 최초로 유럽 클럽대항전 우승팀 주장이 되는 기쁨을 맛봤다. 차범근 전 감독이 선수 시절인 1980년과 1988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서 UEFA컵(유로파리그 전신)을 두 차례 들어올린 이후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우승이다.

손흥민은 이날 선발 출전 명단에선 제외됐다. 발 부상에서 돌아온 뒤 직전 두 경기에서 30분, 70분씩을 뛰며 컨디션을 조율한 손흥민은 이날도 벤치에서 경기 시작을 지켜봤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중앙 공격수로 히샬리송을 선발로 내보냈다. 전반 42분 브레넘 존슨의 결승골이 터졌을 때도 손흥민은 벤치에서 동료들과 함께 환호했다.

손흥민이 경기장에 투입된 건 후반 22분이었다. 경기장에 나온 손흥민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기회를 만들려 했고, 81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직접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85분에는 프리킥 키커로 나서는 등 짧은 시간 동안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흐름으로 전개됐다. 토트넘은 볼 점유율 27%에 그쳤고, 슈팅도 3개(유효슈팅 1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맨유는 볼 점유율 73%에 슈팅 16개(유효슈팅 6개)를 날리면서도 득점에는 실패했다.

승부를 가른 것은 전반 42분 브레넌 존슨의 골이었다. 파페 사르의 크로스가 맨유 수비수 루크 쇼의 팔에 맞고 골문으로 향했고, 이 상황에서 존슨이 마무리 터치를 가해 골이 성공했다.

경기 최대 하이라이트는 후반 18분 미키 판더펜의 극적인 골라인 클리어링이었다. 맨유의 호일룬이 무방비 상태의 골문을 향해 헤더를 날렸지만, 판더펜은 공중에서 가위차기로 골라인을 지켜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골키퍼 비카리오가 쇼의 헤더를 몸을 날려 막아내는 슈퍼세이브로 승리를 지켰다.

이번 우승은 손흥민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 데뷔한 뒤 바이어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그동안 여러 차례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프리미어리그 준우승(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2018-2019), 리그컵 준우승(2020-2021) 등 늘 아쉬운 결과에 머물렀다.

손흥민은 "지난 일주일 내내 매일 우승 순간을 꿈꿨다"며 "이제 편하게 잘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특히 "(팀을 떠난)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에서 우승했을 때 정말 기뻤다"며 "이제 우리도 해냈다"고 말해 전 동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감격스러워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것이 구단과 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2년차 우승 징크스도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9월 감독은 "나는 항상 2년차에 우승한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이번 우승으로 자신의 말을 지켰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7위로 부진했지만,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는 최소 6000만 파운드(약 1080억원)의 추가 수입을 의미한다.

손흥민은 "일요일에 홈 팬들 앞에서 환한 미소로 우승컵을 들어 보이겠다"며 "한밤중에 응원해준 한국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토트넘은 오는 24일 영국으로 귀국해 현지 기준 25일 홈 경기장에서 트로피 세리머니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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